자본시장연구원의 보고서 자료를 소개합니다.
주식을 발행하여 자본을 조달하는 상장기업은 장기적으로 주가의 제고를 통해 주주가 요구하는 수익률을 실현해야 한다. 이는 위험 자본을 투자한 주주에게 적정한 보상을 제공하는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우리 시장에는 오랜 기간 무위험수익률조차 달성하지 못한 기업이 절반을 넘어선다. 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만성적으로 낮은 데서 제기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과 맞닿아 있으나, 본질은 저하된 수익력과 저조한 주주환원이 투영된 적정한 평가에 더 가깝다. 실질적으로 적격한 상장기업이라면 더 나은 자본효율성을 달성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기초여건(fundamental)을 갖춘 대규모 기업을 중심으로 주주환원의 확대를 유도하는 것이 실효적인 기업가치 제고 방안이 될 수 있다. 시가총액 상위 30%의 대규모 기업 중 39%는 과거 10년간 순이익률이 주주의 총수익률을 연평균 10% 이상 웃돈 것으로 파악된다. 주가지수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이들 기업이 주주환원 확대를 통해 저조한 주가수익률을 적극적으로 보전한다면, 주주의 총수익률을 높임과 동시에 주가지수의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다. 사용자본(capital employed)의 효율적 활용 및 재배치를 통해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유지하는 것이 해외 주요 시장에서 초과 시장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요인으로 파악된다. 기업의 본질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지난하지만, 지속적인 노력과 지원이 요구된다.
아울러, 장기간 해소되지 않는 극심한 저평가 문제에 대해서는 법제적 보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M&A 압력 강화와 주주 행동주의 활성화 등은 건설적이고 응집력 있는 외부 관여를 통해 경영진의 변화를 유도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하는 효과적인 접근법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초여건(fundamental)을 갖춘 대규모 기업을 중심으로 주주환원의 확대를 유도하는 것이 실효적인 기업가치 제고 방안이 될 수 있다. 시가총액 상위 30%의 대규모 기업 중 39%는 과거 10년간 순이익률이 주주의 총수익률을 연평균 10% 이상 웃돈 것으로 파악된다. 주가지수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이들 기업이 주주환원 확대를 통해 저조한 주가수익률을 적극적으로 보전한다면, 주주의 총수익률을 높임과 동시에 주가지수의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다. 사용자본(capital employed)의 효율적 활용 및 재배치를 통해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유지하는 것이 해외 주요 시장에서 초과 시장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요인으로 파악된다. 기업의 본질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지난하지만, 지속적인 노력과 지원이 요구된다.
아울러, 장기간 해소되지 않는 극심한 저평가 문제에 대해서는 법제적 보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M&A 압력 강화와 주주 행동주의 활성화 등은 건설적이고 응집력 있는 외부 관여를 통해 경영진의 변화를 유도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하는 효과적인 접근법이 될 수 있다.
Ⅰ. 서론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rice to Book-value Ratio: PBR)은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의 평균 PBR은 1.62에 불과했다. 회계상 순자산 장부가액의 상당 부분이 역사적 원가(historical cost)로 인식됨을 고려하면 우리 자본시장의 주가는 청산가치 수준에서 횡보해 온 셈이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더라도 일본을 제외하면 상당히 낮은 가치평가(valuation) 수준에 굳어져 있다. 동일 기간 주요 국가별 상장기업의 평균 PBR은 미국, 영국, 독일, 대만이 각각 3.36, 2.86, 2.64, 2.01인 반면, 한국과 일본은 각각 1.62, 1.57이며, 최근 연도 기준 일본은 1.82로 소폭 상승하였으나 우리나라는 1.54로 장기간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와 같은 한국 주식시장의 만성적인 저 PBR 현상을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 지칭해 왔다. 그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잠재적 원인을 규명하고 개선 과제를 제시하는 다양한 분석이 있었으나(김준석ㆍ강소현, 2023), 만성화된 할인의 기간과 깊이만큼 실질적 개선은 요원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팽배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 주식시장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value-up)’ 정책으로 많은 변화를 모색하면서, 우리 시장에도 큰 반향이 일고 있다. 한ㆍ일 양국은 오랜 기간 낮은 PBR을 경험하면서 자본시장의 역동성을 제고할 필요성을 깊이 공감할 뿐만 아니라, 저출생ㆍ고령화의 인구구조 측면에서도 일반 가계의 합리적 자산 형성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하는 난제를 공유하기에 여러 방면에서 일본의 밸류업 정책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참고할 가치가 상당했다(이효섭, 2024).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5월 2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여 상장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였다. 이는 기업이 투하한 자본의 수익률과 주주환원 성과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주가 요구하는 수익률에 부합하도록 기업의 전략과 목표를 설정하고, 공시를 통해 그 이행 결과를 소통하라는 것으로, 일본의 밸류업 정책과 핵심 가치를 공유한다.
다만, 여러 논의에 앞서 국내 상장기업의 저평가 양상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밸류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려는 노력은 다소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통상 해외 주요국 상장기업 대비 낮은 PBR 수준을 근거로 국내 상장기업의 구조적 저평가를 지적하고 있으나, 엄밀히 회계상 장부가치는 기업의 본질가치를 구성하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에, 본 보고서에서는 미국, 일본 등 주요 6개국 상장기업에 대한 심층적인 비교 분석을 통해 국내 상장기업의 저평가 양상을 재조명하고자 하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구조적인 저평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Ⅱ. 국내 상장기업의 저평가 양상
그간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은 우리나라 증시의 만성적인 저 PBR 양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2023년 3월 일본거래소그룹(JPX)이 ‘자본비용 및 주가 의식 경영’ 공표를 통해 PBR 1 미만의 기업에 대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공시를 권고하면서, PBR 1 미만이 본질가치 대비 저평가 상태로 해석하는 경향이 굳어졌다. 실제로 <표 Ⅱ-1>에서 연도ㆍ산업별 특성을 통제한 회귀분석을 수행해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우리나라 비금융 상장기업의 평균 PBR은 영국, 독일은 물론 대만보다도 낮은 수준을 보인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를 분석한 열(6)을 기준으로는 일본보다도 낮은 최하위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최근 들어 국내 기업의 저 PBR 양상이 더 심화한 것으로 확인된다(미국 > 독일 > 영국 > 대만 > 일본 > 한국 순).
다만, PBR 자체의 높고 낮음으로 주가를 고평가 혹은 저평가로 재단하면 단편적인 시각에 한정된 평가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PBR 수치는 시장이 평가한 주가(P)와 회계상 인식한 순자산 장부가(B)의 차이, 일면만을 바라보기 때문이다(Penman et al., 2007). <그림 Ⅱ-1>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기업은 해외 주요국 대비 PBR이 가장 낮지만 동시에 수익성 역시 가장 저조한 상황이고, <그림 Ⅱ-2>에서는 건전성 확보에 치중한 레버리지 활용도와 저조한 배당성향을 보여 자본의 재배치(capital reallocation) 측면에서도 비효율성을 보인다. 한편, 순자산 장부가 자체의 가치 관련성(value relevance) 또한 경제 내 성장 기회와 산업 구조, 무형자산 집약도, 시장 경쟁 등에 따라 이질적인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Collins et al., 1997; Core et al., 2003; Barth et al., 2023). 따라서, P와 B의 관계는 다면적인 기업가치 요소를 반영한 다항 함수의 형태로 재조명될 필요가 있으며, 이에는 산업과 시점별 차이를 동시에 고려한 종합적인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장에서는 기업의 다면적인 본질가치 대비 시장가치의 초과 혹은 과소 형성 정도를 측정하고자 한다. 1절에서 측정방법론을 설명하고, 이를 토대로 2절에서 국내 상장기업의 저평가 양상을 재조명한다. 3절에서는 국내ㆍ외 주요국에서 초과 시장가치를 형성하는 요인을 실증적으로 규명하여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 동인을 분석한다.
1. 초과 시장가치의 측정
완전한 공정가치 회계(complete fair-value accounting)를 가정하면, 장부상 인식되는 순자산 가치(BV)는 주식시장에서 평가된 보통주 시가총액(MV)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경우, 아래 식(1) 회귀모형에서 모든 기업의 α는 항상 0의 값을 가지고, 오차(ε)도 0에 수렴하게 된다.
그러나 기업이 보유한 모든 자산과 부채에 대해 활성시장(active market)에서 거래되는 공시가격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므로, 현실 세계에서 공정가치회계의 완전한 구현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BV의 상당 부분은 역사적 원가(historical cost)를 비롯한 공정가치 이외의 방식으로 인식ㆍ측정된다. 이에 따라, 식(2)와 같이 식(1)에서 BV를 우변으로 이항한 모형에서 α와 β 값은 기업ㆍ연도별로 각기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만성적으로 PBR이 낮은 기업이라면 체계적으로 작은 α, β 값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MV = 보통주 시가총액, BV = 순자산 장부가치, NI = 지배주주 순이익, DIV= 보통주 현금배당금을, 하첨자 i, j, t는 각각 기업, 산업, 연도를 의미한다.
다만, 회계상 장부가치의 인식 및 측정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단편적 요인 외에 기업의 본질가치를 형성하는 다면적 요소를 분석에 고려하기 위해서는 식(2)의 모형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기업의 본질가치를 순자산 및 수익가치의 합으로 정의하되,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이 가치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하기 위해 수익가치는 지배주주 순이익(NI)에서 현금배당(DIV)을 차감한 잉여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측정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식(2)에 Feltham-Ohlson (1995)의 순증관계(clean surplus relationship) 가정을 적용하여, 이를 식(3)의 형태로 확장하면, PBR을 순자산ㆍ수익성ㆍ주주환원의 3요소에 의한 본질가치 대비 시장가치 비율로 재정의하여 평가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식(3)의 모형에 기초하여 기업의 본질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주요 6개국 비금융 상장기업에 대해 산업-연도별 회귀분석을 수행한다.1) 또한, 모형 내 기업가치를 형성하는 다면적 요인에 추정의 자유도를 부여하기 위해 β1과 β2에는 별도의 제약조건을 두지 않는다.2) 이는 각 산업 및 시기마다 투하자본 대비 부가가치의 창출 수준이 달라 요인별로 시장의 평가에 체계적 차이가 발생하는 점을 반영하기 위함이다(Collins et al., 1997; Core et al., 2003; Barth et al., 2023). 이를 바탕으로 본질가치 요소별 적정 시장가치 계수, α, β1, β2를 산업-연도별로 추정한 이후, 식(4)와 같이 개별 기업-연도에 대하여 적정 본질가치를 산출하였다. 최종적으로 식(5)와 같이 적정 본질가치 대비 시장가치의 초과 비율(AVR)을 측정하였으며, 이를 통해 산업-연도별 글로벌 유사 성과 기업 대비 개별 기업마다 형성된 프리미엄 수준을 정량화하였다.
2. 저평가 양상의 재조명
상기 측정 모형을 활용해 2010년부터 2022년까지 비금융업을 영위하는 주요 6개국 상장 84,727 기업-연도의 AVR을 비교ㆍ분석한 결과, 한국 비금융 상장기업의 시장가치는 본질가치 대비 평균적으로 저평가 상태에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해외 주요국 대비 월등히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는 기업도 드물지만, 현저히 할인되어 거래되는 기업 비중도 작은 특성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표 Ⅱ-2>의 회귀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미국 상장기업이 본질가치 대비 가장 높은 시장가치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다음이 한국 상장기업으로 확인된다(열(2) 기준, 미국 > 한국 > 대만 > 일본 > 독일 > 영국 순). 더욱이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특성을 추가 통제한 상태에서 회귀분석을 재수행한 결과, 한국은 주요 6개국 중 AVR이 가장 높게 형성되는 국가로 나타났다(미국 대비 +0.022, 1% 유의수준).3)
이와 같은 결과는 한국 증시의 저평가 양상을 판단하는 데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한국 기업은 해외 주요국 증시에 상장되더라도 현재보다 더 높은 PBR을 부여받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는 <그림 Ⅱ-3> 패널 A에서 국가별 전체 비금융 상장기업을 합산하여 계산한 AVR을 살펴보면 더욱 명확하게 나타나는데, 한국 비금융 상장기업 부문은 본질가치 대비 약 0.6% 더 높은 시장가치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2.4%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대만의 0.5%보다 높고, 영국, 독일, 일본보다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둘째, 국내 주식시장을 디스카운트가 만연한 시장으로 평가하는 지점에 대해서도 보다 객관적인 비교ㆍ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그림 Ⅱ-3> 패널 B에서 국가별 AVR의 정규 분포 곡선을 살펴보면, 미국ㆍ영국 등 선진시장일수록 좌ㆍ우측 모두 꼬리가 두터운 특성을 보이는데, 이러한 분포 특성은 본질가치 대비 매우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한 기업도 많지만, 동시에 큰 폭으로 할인되어 거래되는 기업도 상당함을 의미한다. 이들 시장에서는 기업의 성장성을 중요시하면서도 장기 순현재가치가 음(-)인 사양산업, 주주환원이 인색하거나 수익성이 낮은 기업에 대해 월등히 높은 할인율을 요구하는 관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접근성이 제고되면서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의 눈높이가 글로벌 거대 기술(big-tech) 기업의 사업역량과 거버넌스 체계에 맞춰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기업은 선진시장에서도 AVR 분포의 가장 우측에 자리하는 소수의 초과 시장가치 기업에 해당한다. 분포의 좌측을 살펴보면, 미국 시장만 하더라도 AVR이 매우 낮은 기업들이 상당수 확인된다.4) 소위 좀비기업(zombie firm) 문제는 해외 주요국 역시 공통으로 경험하고 있는 현상이며, 한국만의 특별한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Banerjee & Hoffmann, 2022; Acharya et al., 2024).
셋째, PBR은 우리나라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단일 지표로서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림 Ⅱ-3> 패널 C를 보면, 한국 기업은 PBR 수준이 만성적으로 낮은데도 AVR은 지속해서 양(+)의 값을 나타낸다. 이는 단순히 시장가치와 장부가치만을 비교하는 PBR로는 한국 기업의 실질 가치를 고려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순자산 규모에 수익성 및 주주환원 요소를 추가로 고려한 본질가치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비금융기업의 시장가치는 해외 주요국 내 유사 기업 대비 저평가 상태로 보기 어려우며, 현재의 낮은 주가 수준은 전반적으로 저하된 수익력과 인색한 주주환원을 고려할 때 적정한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의 분석 결과는 우리나라 비금융기업의 밸류업을 촉진하기 위해 좋은 거버넌스를 갖추기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본질가치를 개선하기 위한 근원적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순자산의 효율적 재배치, 수익성의 제고, 적절한 주주환원 정책 측면에서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 초과 시장가치의 결정요인
이에 본 절에서는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주요 6개국 시장에서 본질가치 대비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해 온 비금융기업의 핵심 동인을 규명하고자 한다. 이는 기업이 시장에서 우수한 가치평가를 받기 위해 어떠한 요인을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해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기에 밸류업 촉진을 위한 방향성의 설정에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표 Ⅱ-3>에서 주요 6개국 상장기업에 대해 초과 시장가치의 결정요인을 분석한 결과, 높은 수익성(매출총이익률 및 매출액순이익률 (+))과 성장성(Tobin’s Q (+)), 그리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사용자본(employed capital)의 효율적 활용(사용자본이익률 (+))과 재배치(부채자본비율 (+))가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 요인으로 관측된다. 특히, 수익성은 핵심 영업활동과 직결되는 손익계산서 윗단(top-line)의 마진율(매출총이익률)뿐만 아니라, 이의 효율적 달성과 연계된 아랫단(bottom-line)의 마진율(매출액순이익률)과도 유의미한 관련성이 확인된다. 또한, 노동집약적 사업 구조(인건비집중도 (-))보다는 무형자산에 기반한 사업을 영위(R&D집중도 (+))하는 기업이 월등히 높은 시장가치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편, <표 Ⅱ-3>에서 현금배당과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은 대체로 기업가치를 높이나(현금배당성향 (+), 자사주감소율 (+)), <표 Ⅱ-4>의 추가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영향은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현금배당의 기업가치 제고 효과는 성숙기에 접어들어 마진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기업을 중심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현금배당성향×매출액순이익률 (+)). 반면, 기업이 핵심 사업에서 높은 마진을 달성하고 있는 경우, 높은 현금배당은 오히려 기업가치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현금배당성향×매출총이익률 (-)). 이는 기업의 수명주기와 수익 창출 구조에 따라 사내유보를 통한 재투자가 더 효과적인 주주환원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궁극적으로 주주 관점에서 최선의 환원은 세후 수익률의 극대화이기 때문이다.5)
Ⅲ. 결론 및 시사점
한국 주식시장의 만성적인 저 PBR 현상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낮은 본질가치가 투영된 결과이지 해외 주요국 대비 체계적인 저평가로 볼 근거는 부족하다. 순자산ㆍ수익성ㆍ주주환원 3요소를 결합한 본질가치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에 상장된 비금융기업은 해외 주요국에 상장된 비금융기업 대비 평균적으로 높은 시장가치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우리 증시의 디스카운트 여부를 판단하는 데 PBR이 단일의 유효한 기준이 아닐 수 있으며, 보유 자산의 공정가치, 미래현금흐름의 창출 역량, 주주환원 정책의 적정성, 3축의 관점에서 총체적 접근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아울러, 현저히 저하된 기업의 수익성을 유의적으로 개선하기 이전에는 단기간에 주가의 견인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 또한 직시해야 할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시장에는 장기간 주식수익률 성과가 저조한 기업 비중이 상당히 많이 관측된다. 이론상 자기자본을 조달하는 데 요구되는 비용은 무위험수익률과 시장ㆍ기업 특성 요인에 의한 위험 프리미엄으로 구성되기에, 무위험수익률은 자본비용의 출발점이자 최저한이다. 그런데도, <그림 Ⅲ-1>을 살펴보면, 2023년 말 우리 주식시장에는 10년을 누적한 주식수익률 성과가 무위험수익률보다 낮은 기업이 과반수(52%)를 차지한다.6) 시가총액 상위 30%에 해당하는 대규모 기업은 58%로 더 높은 비중을 보인다. 위험자산 수익률은 내재적으로 높은 변동성을 지니지만, 현금배당의 재투자를 가정한 주주의 총수익률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단기 채권 수익률보다 장기간 저조한 것은 위험 자본에 요구되는 적절한 보상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물론, 수익성이 낮아 본질가치가 저하된 상황에서는 주식수익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으나, 일부 국내 기업은 견고한 기초여건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림 Ⅲ-2>를 살펴보면, 2023년 말을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30%에 해당하는 대규모 기업의 75%는 과거 10년간 달성한 ROE 성과가 주식수익률보다 높았다. 현저히 낮은 주가수익률을 일정 부분 보전할 정도의 이윤은 달성하고 있다. 더욱이, 대규모 기업의 24%는 지난 10년간 ROE가 주식수익률 대비 연평균 10% 이상 높고, 15%는 연평균 20%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 기업이 현금배당의 확대 혹은 자사주의 매입ㆍ소각을 통해서 저조한 주가수익률을 적극적으로 보전하는 정책을 펼친다면, 주주의 총수익률을 높임과 동시에 주가지수의 유의미한 상승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가총액 상위 30% 기업이 KOSPI 지수의 94%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여러 정책적 노력은 그 방식과 지속성에 따라 충분히 실효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상당수 기업이 장기간 무위험 채권 수익률보다 저조한 주식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지점에 대해서는 철저한 원인 분석과 개선 계획의 공시가 뒤따라야 할 것이나, 긍정적인 것은 대규모 기업일수록 저조한 주가수익률을 보전할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주환원의 확대를 통해 즉각적인 기업가치의 제고를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 기업이 사실상 주가지수의 대부분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수 상승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올해 상반기 은행주의 재평가에서 확인되듯(이상호, 2024), 충실한 기초여건과 좋은 거버넌스를 갖춘 기업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시장가격과 본질가치 간 괴리를 빠르게 좁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적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저하된 수익성을 개선하고 사용자본의 효율적 활용과 재배치를 통해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업의 수명주기와 재투자의 효과성을 면밀히 고려하여 주주의 총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관점에서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아울러, 장기간 해소되지 않는 극심한 저평가 문제에 대해서는 법제적 접근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이를테면, 상당수 자산주는 청산가치보다 매우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상황이 지속되는데, 이를 해소하는 제도적 보완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주권리 보장과 효율적 자원배분 측면에서 M&A 압력을 더욱 강화하고, 그 과정에서 합병 대가, 공개매수 가격 등이 공정하게 산정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주주 행동주의를 활성화하여 건설적이고 응집력 있는 관여를 통해 경영진의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1) 모든 투입변수는 각 보고기간에 대하여 보고통화별 달러화로 환산하였다. 산업은 Fama-French 48 기준을 준용하여 구분하였으며, 금융업에 해당하는 은행(44), 보험(45), 부동산(46), 증권(47) 업종은 표본에서 제외하였다. SIC 2-digit, Fama-French 12ㆍ17ㆍ30 기준을 활용하였을 때도 분석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본질적으로 동일함을 확인하였다.
2) 한편, 모든 분석에서 β1=β2의 제약조건을 적용한(restricted) 회귀분석을 수행하였을 때도 분석 결과의 함의는 본질적으로 동일함을 확인하였다.
3) 통제한 특성 요인은 <표 Ⅱ-3>의 결정요인과 동일하며, 지면상 결과표는 생략하였다.
4) 우리나라의 경우 AVR의 왜도(skewness)가 양(+)의 값으로 나타나나, 미국, 영국 등에서는 AVR의 왜도가 음(-)의 값으로 나타나 좌측으로 치우친 분포 특성을 보인다.
5) 국가별 관측치의 역수를 가중치로 하는 최소제곱법(weighted least squares)으로 Ⅱ장의 모든 회귀분석을 재수행하였을 때도 결과가 본질적으로 동일함을 확인하였다.
6) 자기자본비용과의 비교에는 효율적 시장가격을 전제하는 데서 발생하는 결합가설(joint hypothesis) 문제, 측정오차 문제 등이 예상되는바, 무위험수익률을 비교 기준으로 활용하였다.
참고문헌
김준석ㆍ강소현, 2023,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분석』,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3-05.
이상호, 2024, 한국 자본시장 밸류업 정책의 방향성,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포커스』 24-17.
이효섭, 2024, 『일본 자본시장 개혁의 성과 동인 및 시사점』,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4-16.
Acharya, V.V., Crosignani, M., Eisert, T., Eufinger, C., 2024, Zombie Credit and (Dis‐) Inflation: Evidence from Europe, The Journal of Finance 79(3), 1883-1929.
Barth, M.E., Li, K., McClure, C.G., 2023, Evolution in value relevance of Accounting information, The Accounting Review 98(1), 1-28.
Banerjee, R., Hofmann, B., 2022, Corporate zombies: Anatomy and life cycle, Economic Policy 37(112), 757-803.
Collins, D.W., Maydew, E.L., Weiss, I.S., 1997, Changes in the value-relevance of earnings and book values over the past forty years, Journal of Accounting and Economics 24(1), 39-67.
Core, J.E., Guay, W.R., Van Buskirk, A., 2003, Market valuations in the new economy: An investigation of what has changes, Journal of Accounting and Economics 34(1-3), 43-67.
Denis, D.J., Denis, D.K., Sarin, A., 1994, The information content of dividend changes: Cash flow signaling, overinvestment, and dividend clienteles, Journal of Financial and Quantitative Analysis 29(4), 567-587.
Feltham, G.A., Ohlson, J.A., 1995, Valuation and clean surplus accounting for operating and financial activities, Contemporary Accounting Research 11(2), 689-731.
Lang, L.H., Litzenberger, R.H., 1989, Dividend announcements: Cash flow signalling vs. free cash flow hypothesis?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24(1), 181-191.
Penman, S.H., Richardson, S.A., Tuna, I., 2007, The book‐to‐price effect in stock returns: Accounting for leverage, Journal of Accounting Research 45(2), 427-467.
Petersen, M.A., 2008, Estimating standard errors in finance panel data sets: Comparing approaches, The Review of Financial Studies 22(1), 435-480.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rice to Book-value Ratio: PBR)은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의 평균 PBR은 1.62에 불과했다. 회계상 순자산 장부가액의 상당 부분이 역사적 원가(historical cost)로 인식됨을 고려하면 우리 자본시장의 주가는 청산가치 수준에서 횡보해 온 셈이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더라도 일본을 제외하면 상당히 낮은 가치평가(valuation) 수준에 굳어져 있다. 동일 기간 주요 국가별 상장기업의 평균 PBR은 미국, 영국, 독일, 대만이 각각 3.36, 2.86, 2.64, 2.01인 반면, 한국과 일본은 각각 1.62, 1.57이며, 최근 연도 기준 일본은 1.82로 소폭 상승하였으나 우리나라는 1.54로 장기간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와 같은 한국 주식시장의 만성적인 저 PBR 현상을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 지칭해 왔다. 그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잠재적 원인을 규명하고 개선 과제를 제시하는 다양한 분석이 있었으나(김준석ㆍ강소현, 2023), 만성화된 할인의 기간과 깊이만큼 실질적 개선은 요원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팽배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 주식시장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value-up)’ 정책으로 많은 변화를 모색하면서, 우리 시장에도 큰 반향이 일고 있다. 한ㆍ일 양국은 오랜 기간 낮은 PBR을 경험하면서 자본시장의 역동성을 제고할 필요성을 깊이 공감할 뿐만 아니라, 저출생ㆍ고령화의 인구구조 측면에서도 일반 가계의 합리적 자산 형성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하는 난제를 공유하기에 여러 방면에서 일본의 밸류업 정책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참고할 가치가 상당했다(이효섭, 2024).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5월 2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여 상장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였다. 이는 기업이 투하한 자본의 수익률과 주주환원 성과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주가 요구하는 수익률에 부합하도록 기업의 전략과 목표를 설정하고, 공시를 통해 그 이행 결과를 소통하라는 것으로, 일본의 밸류업 정책과 핵심 가치를 공유한다.
다만, 여러 논의에 앞서 국내 상장기업의 저평가 양상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밸류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려는 노력은 다소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통상 해외 주요국 상장기업 대비 낮은 PBR 수준을 근거로 국내 상장기업의 구조적 저평가를 지적하고 있으나, 엄밀히 회계상 장부가치는 기업의 본질가치를 구성하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에, 본 보고서에서는 미국, 일본 등 주요 6개국 상장기업에 대한 심층적인 비교 분석을 통해 국내 상장기업의 저평가 양상을 재조명하고자 하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구조적인 저평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Ⅱ. 국내 상장기업의 저평가 양상
그간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은 우리나라 증시의 만성적인 저 PBR 양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2023년 3월 일본거래소그룹(JPX)이 ‘자본비용 및 주가 의식 경영’ 공표를 통해 PBR 1 미만의 기업에 대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공시를 권고하면서, PBR 1 미만이 본질가치 대비 저평가 상태로 해석하는 경향이 굳어졌다. 실제로 <표 Ⅱ-1>에서 연도ㆍ산업별 특성을 통제한 회귀분석을 수행해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우리나라 비금융 상장기업의 평균 PBR은 영국, 독일은 물론 대만보다도 낮은 수준을 보인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를 분석한 열(6)을 기준으로는 일본보다도 낮은 최하위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최근 들어 국내 기업의 저 PBR 양상이 더 심화한 것으로 확인된다(미국 > 독일 > 영국 > 대만 > 일본 > 한국 순).
1. 초과 시장가치의 측정
완전한 공정가치 회계(complete fair-value accounting)를 가정하면, 장부상 인식되는 순자산 가치(BV)는 주식시장에서 평가된 보통주 시가총액(MV)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경우, 아래 식(1) 회귀모형에서 모든 기업의 α는 항상 0의 값을 가지고, 오차(ε)도 0에 수렴하게 된다.
그러나 기업이 보유한 모든 자산과 부채에 대해 활성시장(active market)에서 거래되는 공시가격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므로, 현실 세계에서 공정가치회계의 완전한 구현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BV의 상당 부분은 역사적 원가(historical cost)를 비롯한 공정가치 이외의 방식으로 인식ㆍ측정된다. 이에 따라, 식(2)와 같이 식(1)에서 BV를 우변으로 이항한 모형에서 α와 β 값은 기업ㆍ연도별로 각기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만성적으로 PBR이 낮은 기업이라면 체계적으로 작은 α, β 값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회계상 장부가치의 인식 및 측정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단편적 요인 외에 기업의 본질가치를 형성하는 다면적 요소를 분석에 고려하기 위해서는 식(2)의 모형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기업의 본질가치를 순자산 및 수익가치의 합으로 정의하되,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이 가치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하기 위해 수익가치는 지배주주 순이익(NI)에서 현금배당(DIV)을 차감한 잉여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측정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식(2)에 Feltham-Ohlson (1995)의 순증관계(clean surplus relationship) 가정을 적용하여, 이를 식(3)의 형태로 확장하면, PBR을 순자산ㆍ수익성ㆍ주주환원의 3요소에 의한 본질가치 대비 시장가치 비율로 재정의하여 평가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식(3)의 모형에 기초하여 기업의 본질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주요 6개국 비금융 상장기업에 대해 산업-연도별 회귀분석을 수행한다.1) 또한, 모형 내 기업가치를 형성하는 다면적 요인에 추정의 자유도를 부여하기 위해 β1과 β2에는 별도의 제약조건을 두지 않는다.2) 이는 각 산업 및 시기마다 투하자본 대비 부가가치의 창출 수준이 달라 요인별로 시장의 평가에 체계적 차이가 발생하는 점을 반영하기 위함이다(Collins et al., 1997; Core et al., 2003; Barth et al., 2023). 이를 바탕으로 본질가치 요소별 적정 시장가치 계수, α, β1, β2를 산업-연도별로 추정한 이후, 식(4)와 같이 개별 기업-연도에 대하여 적정 본질가치를 산출하였다. 최종적으로 식(5)와 같이 적정 본질가치 대비 시장가치의 초과 비율(AVR)을 측정하였으며, 이를 통해 산업-연도별 글로벌 유사 성과 기업 대비 개별 기업마다 형성된 프리미엄 수준을 정량화하였다.
2. 저평가 양상의 재조명
상기 측정 모형을 활용해 2010년부터 2022년까지 비금융업을 영위하는 주요 6개국 상장 84,727 기업-연도의 AVR을 비교ㆍ분석한 결과, 한국 비금융 상장기업의 시장가치는 본질가치 대비 평균적으로 저평가 상태에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해외 주요국 대비 월등히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는 기업도 드물지만, 현저히 할인되어 거래되는 기업 비중도 작은 특성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표 Ⅱ-2>의 회귀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미국 상장기업이 본질가치 대비 가장 높은 시장가치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다음이 한국 상장기업으로 확인된다(열(2) 기준, 미국 > 한국 > 대만 > 일본 > 독일 > 영국 순). 더욱이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특성을 추가 통제한 상태에서 회귀분석을 재수행한 결과, 한국은 주요 6개국 중 AVR이 가장 높게 형성되는 국가로 나타났다(미국 대비 +0.022, 1% 유의수준).3)
둘째, 국내 주식시장을 디스카운트가 만연한 시장으로 평가하는 지점에 대해서도 보다 객관적인 비교ㆍ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그림 Ⅱ-3> 패널 B에서 국가별 AVR의 정규 분포 곡선을 살펴보면, 미국ㆍ영국 등 선진시장일수록 좌ㆍ우측 모두 꼬리가 두터운 특성을 보이는데, 이러한 분포 특성은 본질가치 대비 매우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한 기업도 많지만, 동시에 큰 폭으로 할인되어 거래되는 기업도 상당함을 의미한다. 이들 시장에서는 기업의 성장성을 중요시하면서도 장기 순현재가치가 음(-)인 사양산업, 주주환원이 인색하거나 수익성이 낮은 기업에 대해 월등히 높은 할인율을 요구하는 관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접근성이 제고되면서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의 눈높이가 글로벌 거대 기술(big-tech) 기업의 사업역량과 거버넌스 체계에 맞춰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기업은 선진시장에서도 AVR 분포의 가장 우측에 자리하는 소수의 초과 시장가치 기업에 해당한다. 분포의 좌측을 살펴보면, 미국 시장만 하더라도 AVR이 매우 낮은 기업들이 상당수 확인된다.4) 소위 좀비기업(zombie firm) 문제는 해외 주요국 역시 공통으로 경험하고 있는 현상이며, 한국만의 특별한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Banerjee & Hoffmann, 2022; Acharya et al., 2024).
셋째, PBR은 우리나라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단일 지표로서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림 Ⅱ-3> 패널 C를 보면, 한국 기업은 PBR 수준이 만성적으로 낮은데도 AVR은 지속해서 양(+)의 값을 나타낸다. 이는 단순히 시장가치와 장부가치만을 비교하는 PBR로는 한국 기업의 실질 가치를 고려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순자산 규모에 수익성 및 주주환원 요소를 추가로 고려한 본질가치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비금융기업의 시장가치는 해외 주요국 내 유사 기업 대비 저평가 상태로 보기 어려우며, 현재의 낮은 주가 수준은 전반적으로 저하된 수익력과 인색한 주주환원을 고려할 때 적정한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3. 초과 시장가치의 결정요인
이에 본 절에서는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주요 6개국 시장에서 본질가치 대비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해 온 비금융기업의 핵심 동인을 규명하고자 한다. 이는 기업이 시장에서 우수한 가치평가를 받기 위해 어떠한 요인을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해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기에 밸류업 촉진을 위한 방향성의 설정에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표 Ⅱ-3>에서 주요 6개국 상장기업에 대해 초과 시장가치의 결정요인을 분석한 결과, 높은 수익성(매출총이익률 및 매출액순이익률 (+))과 성장성(Tobin’s Q (+)), 그리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사용자본(employed capital)의 효율적 활용(사용자본이익률 (+))과 재배치(부채자본비율 (+))가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 요인으로 관측된다. 특히, 수익성은 핵심 영업활동과 직결되는 손익계산서 윗단(top-line)의 마진율(매출총이익률)뿐만 아니라, 이의 효율적 달성과 연계된 아랫단(bottom-line)의 마진율(매출액순이익률)과도 유의미한 관련성이 확인된다. 또한, 노동집약적 사업 구조(인건비집중도 (-))보다는 무형자산에 기반한 사업을 영위(R&D집중도 (+))하는 기업이 월등히 높은 시장가치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편, <표 Ⅱ-3>에서 현금배당과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은 대체로 기업가치를 높이나(현금배당성향 (+), 자사주감소율 (+)), <표 Ⅱ-4>의 추가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영향은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현금배당의 기업가치 제고 효과는 성숙기에 접어들어 마진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기업을 중심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현금배당성향×매출액순이익률 (+)). 반면, 기업이 핵심 사업에서 높은 마진을 달성하고 있는 경우, 높은 현금배당은 오히려 기업가치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현금배당성향×매출총이익률 (-)). 이는 기업의 수명주기와 수익 창출 구조에 따라 사내유보를 통한 재투자가 더 효과적인 주주환원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궁극적으로 주주 관점에서 최선의 환원은 세후 수익률의 극대화이기 때문이다.5)
한국 주식시장의 만성적인 저 PBR 현상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낮은 본질가치가 투영된 결과이지 해외 주요국 대비 체계적인 저평가로 볼 근거는 부족하다. 순자산ㆍ수익성ㆍ주주환원 3요소를 결합한 본질가치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에 상장된 비금융기업은 해외 주요국에 상장된 비금융기업 대비 평균적으로 높은 시장가치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우리 증시의 디스카운트 여부를 판단하는 데 PBR이 단일의 유효한 기준이 아닐 수 있으며, 보유 자산의 공정가치, 미래현금흐름의 창출 역량, 주주환원 정책의 적정성, 3축의 관점에서 총체적 접근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아울러, 현저히 저하된 기업의 수익성을 유의적으로 개선하기 이전에는 단기간에 주가의 견인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 또한 직시해야 할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시장에는 장기간 주식수익률 성과가 저조한 기업 비중이 상당히 많이 관측된다. 이론상 자기자본을 조달하는 데 요구되는 비용은 무위험수익률과 시장ㆍ기업 특성 요인에 의한 위험 프리미엄으로 구성되기에, 무위험수익률은 자본비용의 출발점이자 최저한이다. 그런데도, <그림 Ⅲ-1>을 살펴보면, 2023년 말 우리 주식시장에는 10년을 누적한 주식수익률 성과가 무위험수익률보다 낮은 기업이 과반수(52%)를 차지한다.6) 시가총액 상위 30%에 해당하는 대규모 기업은 58%로 더 높은 비중을 보인다. 위험자산 수익률은 내재적으로 높은 변동성을 지니지만, 현금배당의 재투자를 가정한 주주의 총수익률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단기 채권 수익률보다 장기간 저조한 것은 위험 자본에 요구되는 적절한 보상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적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저하된 수익성을 개선하고 사용자본의 효율적 활용과 재배치를 통해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업의 수명주기와 재투자의 효과성을 면밀히 고려하여 주주의 총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관점에서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아울러, 장기간 해소되지 않는 극심한 저평가 문제에 대해서는 법제적 접근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이를테면, 상당수 자산주는 청산가치보다 매우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상황이 지속되는데, 이를 해소하는 제도적 보완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주권리 보장과 효율적 자원배분 측면에서 M&A 압력을 더욱 강화하고, 그 과정에서 합병 대가, 공개매수 가격 등이 공정하게 산정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주주 행동주의를 활성화하여 건설적이고 응집력 있는 관여를 통해 경영진의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1) 모든 투입변수는 각 보고기간에 대하여 보고통화별 달러화로 환산하였다. 산업은 Fama-French 48 기준을 준용하여 구분하였으며, 금융업에 해당하는 은행(44), 보험(45), 부동산(46), 증권(47) 업종은 표본에서 제외하였다. SIC 2-digit, Fama-French 12ㆍ17ㆍ30 기준을 활용하였을 때도 분석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본질적으로 동일함을 확인하였다.
2) 한편, 모든 분석에서 β1=β2의 제약조건을 적용한(restricted) 회귀분석을 수행하였을 때도 분석 결과의 함의는 본질적으로 동일함을 확인하였다.
3) 통제한 특성 요인은 <표 Ⅱ-3>의 결정요인과 동일하며, 지면상 결과표는 생략하였다.
4) 우리나라의 경우 AVR의 왜도(skewness)가 양(+)의 값으로 나타나나, 미국, 영국 등에서는 AVR의 왜도가 음(-)의 값으로 나타나 좌측으로 치우친 분포 특성을 보인다.
5) 국가별 관측치의 역수를 가중치로 하는 최소제곱법(weighted least squares)으로 Ⅱ장의 모든 회귀분석을 재수행하였을 때도 결과가 본질적으로 동일함을 확인하였다.
6) 자기자본비용과의 비교에는 효율적 시장가격을 전제하는 데서 발생하는 결합가설(joint hypothesis) 문제, 측정오차 문제 등이 예상되는바, 무위험수익률을 비교 기준으로 활용하였다.
참고문헌
김준석ㆍ강소현, 2023,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분석』,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3-05.
이상호, 2024, 한국 자본시장 밸류업 정책의 방향성,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포커스』 24-17.
이효섭, 2024, 『일본 자본시장 개혁의 성과 동인 및 시사점』,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4-16.
Acharya, V.V., Crosignani, M., Eisert, T., Eufinger, C., 2024, Zombie Credit and (Dis‐) Inflation: Evidence from Europe, The Journal of Finance 79(3), 1883-1929.
Barth, M.E., Li, K., McClure, C.G., 2023, Evolution in value relevance of Accounting information, The Accounting Review 98(1), 1-28.
Banerjee, R., Hofmann, B., 2022, Corporate zombies: Anatomy and life cycle, Economic Policy 37(112), 757-803.
Collins, D.W., Maydew, E.L., Weiss, I.S., 1997, Changes in the value-relevance of earnings and book values over the past forty years, Journal of Accounting and Economics 24(1), 39-67.
Core, J.E., Guay, W.R., Van Buskirk, A., 2003, Market valuations in the new economy: An investigation of what has changes, Journal of Accounting and Economics 34(1-3), 43-67.
Denis, D.J., Denis, D.K., Sarin, A., 1994, The information content of dividend changes: Cash flow signaling, overinvestment, and dividend clienteles, Journal of Financial and Quantitative Analysis 29(4), 567-587.
Feltham, G.A., Ohlson, J.A., 1995, Valuation and clean surplus accounting for operating and financial activities, Contemporary Accounting Research 11(2), 689-731.
Lang, L.H., Litzenberger, R.H., 1989, Dividend announcements: Cash flow signalling vs. free cash flow hypothesis?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24(1), 181-191.
Penman, S.H., Richardson, S.A., Tuna, I., 2007, The book‐to‐price effect in stock returns: Accounting for leverage, Journal of Accounting Research 45(2), 427-467.
Petersen, M.A., 2008, Estimating standard errors in finance panel data sets: Comparing approaches, The Review of Financial Studies 22(1), 435-480.
Ⅰ. 서론
Ⅱ. 국내 상장기업의 저평가 양상
1. 초과 시장가치의 측정
2. 저평가 양상의 재조명
3. 초과 시장가치의 결정요인
Ⅲ. 결론 및 시사점
Ⅱ. 국내 상장기업의 저평가 양상
1. 초과 시장가치의 측정
2. 저평가 양상의 재조명
3. 초과 시장가치의 결정요인
Ⅲ. 결론 및 시사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