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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모펀드에 의한 상장폐지 원인과 시사점
2024 07/08
최근 사모펀드에 의한 상장폐지 원인과 시사점 2024-14호 PDF
요약
지난 수년간 주요국 주식시장에서 사모펀드에 의한 상장폐지가 급증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사모펀드의 자발적 상장폐지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다양한 상장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공시의무, 주가 변동성, 일반주주 관리 등과 관련된 경영진 부담을 해소하고 장기적인 경영전략과 가치제고에 집중하기 위해 사모펀드에 의한 상장폐지가 이루어지고 있다. 상장폐지가 주가 상승을 통해 주주가치를 증대시킴에도 불구하고 대주주인 사모펀드가 매수자, 일반주주가 매도자인 거래 구조로 인해 이해상충과 정보비대칭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불가능하다. 공개매수를 통한 원활한 상장폐지를 위해서는 공개매수가에 대한 일반주주의 불신이 불식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공개매수가의 적정성에 대한 정보 제공의 확대가 바람직하다.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는 M&A 시 거래가격을 포함한 절차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해외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논의의 배경

최근 미국, 유럽 등 서구 주식시장, 그리고 일본과 우리나라와 같은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사모펀드(private equity)에 의한 자발적 상장폐지1)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사모펀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1980년대에 1차,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2차 상장폐지 물결(wave)을 경험한 바 있으며, 현재의 상장폐지 확산 추세는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3차 상장폐지 물결로 판단된다. 지난 몇 년간 미국 사모펀드의 상장폐지는 2016년 28건, 420억달러에서 2022년 45건, 2,704억달러로 급증한 이후 2023년에는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33건, 755억달러로 줄어든 상황이다. 한편 일본은 외국계 사모펀드의 일본 내 투자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 이후 이들에 의한 상장폐지가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코로나19 시기 이후 급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22년 12건, 2023년 18건의 MBO(Management Buyout) 방식 상장폐지가 나타나며 과거 13년간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2) 2023년 일본의 대표 상장기업 중 하나인 도시바가 일본 사모펀드 컨소시엄에 의해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된 바 있다. 우리나라도 2010년대 초반 일부 사모펀드의 상장폐지 사례가 나타난 이후 2023년부터 일부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에 의한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 사례가 본격화하는 추세이다. 2023년에는 오스템임플란트와 루트로닉이 사모펀드에 의한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되었으며 2024년 들어서는 쌍용C&E, 락앤락, 커넥트웨이브 등의 상장기업이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한 공개매수가 이루어지거나 진행 중이다.


상장폐지의 동기

사모펀드에 의한 자발적 상장폐지의 동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상장 동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업의 상장 동기는 무엇보다 주식시장 투자자로부터의 자금조달일 것이다. 또한 상장은 주식 거래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하며, 창업자와 주요 주주의 장내 지분매각을 통한 부(wealth)의 분산 수단, 그리고 임직원 보상을 위한 스톡옵션 등 성과보상의 수단을 제공한다. 이러한 직접적 동기 뿐만 아니라 상장회사로서의 인지도 제고와 홍보 효과, 창업자와 임직원의 상장사 임직원으로서의 자긍심 등 무형의 효과까지 기업상장의 동기는 다면적이다. 반면 상장과 상장 유지의 가장 큰 비용은 공시의무를 포함한 각종의 상장 관련 규제 준수 비용, 일반주주 관리 비용, 그리고 주식시장 투자자의 요구와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경영진의 부담을 들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경영진의 장기적인 경영전략 설정과 집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모펀드 상장폐지의 변천 과정

해외 자본시장에서 사모펀드에 의한 상장폐지는 공통적인 원인도 작용하고 있지만 시기별, 지역별로 차이점도 존재한다. 1980년대 미국의 1차 상장폐지 물결은 상장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된 적대적 M&A 등 대대적인 M&A 붐 가운데 나타난 바 있다. 이른바 정크본드 발행을 통한 LBO(leveraged buyout) 투자방식을 통해 사모펀드는 방만한 미국 상장기업의 경영 효율화 과정에 큰 기여를 하였다고 평가되고 있다. 한편 미국의 1차 상장폐지 물결이 성숙산업 내 대기업에 집중되었다고 한다면 2000년대 미국의 2차 상장폐지 물결은 성장산업 내 중견 비상장기업에 집중된 특징이 있다. 이는 1차 물결 당시 기업구조조정이 충분히 이루어져 더 이상 동일한 방식으로 투자수익을 창출할 대상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신생 또는 소형 상장기업들에 대한 미흡한 투자자 인지도, 주식 유동성의 부족 및 Sarbanes-Oxley(SOX) 법 제정으로 인한 상장유지 비용 증가는 이들 기업들로 하여금 자발적 상장폐지를 선택하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이 시기 인수자금 조달은 저금리와 자산유동화 시장의 성장에 크게 힘입은 바 있다. 마지막으로 2010년대 말부터 시작된 3차 상장폐지 물결은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고 있는데 2차 상장폐지 물결과 같이 성장기업에 대한 상장폐지가 주종을 이루지만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주가 하락, 그리고 행동주의펀드의 활동 강화 등이 상장폐지의 유인으로 작용하였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IPO 또는 SPAC을 통해 상장한 기술기업 중 주가가 부진한 기업이 사모펀드에 의해 상장폐지되는 사례가 다수 나타났다. 인수자금과 관련하여서는 2010년대 이후 크게 성장한 사모대출(private debt)이 전통적인 인수금융을 대체하면서 인수 자금원을 공급하고 있다.


상장폐지와 가치제고

해외 상장폐지 사례에 대한 학계의 분석 결과는 사모펀드에 의한 상장폐지가 주가 상승 또는 상장폐지 프리미엄을 통해 주주가치를 증대시킴을 실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1차 상장폐지 물결 당시의 상장폐지에 관한 이벤트분석(event study) 결과는 상장폐지 목적의 공개매수 공시일 전후 20% 수준의 주식초과수익률(CAR)이 발생하였으며 2차 상장폐지 물결의 경우에도 주식초과수익률이 다소 감소하였음에도 유사한 수준의 주가 상승이 있었음을 보고하고 있다. 또한 상장폐지 프리미엄, 즉 상장폐지 기업의 공개매수 공시 직전 주가 대비 상장폐지 가격은 1차 물결 시기의 경우 약 45%, 2차 물결 시기의 경우 약 30%임을 보고하고 있다.3)

사모펀드에 의한 상장폐지를 통해 주주가치가 증대되는 원인으로는 사모펀드와 이들과 팀을 이루는 경영진이 비상장 상태에서 기업성과와 기업가치에 대해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점을 들 수 있으며, 기타 요인으로 사모펀드의 모니터링 역할을 통해 방만한 경영과 자원의 낭비를 방지할 수 있는 가능성, 상장유지 비용의 제거, 적대적 M&A로부터의 보호, 저평가된 상장기업의 인수로 인한 투자수익 창출 등 다양한 원인이 제시되고 있다(Renneboog et al., 2017). 최근 국내외 사모펀드에 의한 상장폐지의 경우에는 상장폐지의 대표적 동인인 기업의 재무적 성과 및 장기 전략에 대한 집중 가능성, 상장유지 비용의 제거, 그리고 저평가된 상장기업 인수를 통한 투자수익 창출이 주요 가치창출의 원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국내 상장폐지 사례

최근 국내 사모펀드에 의한 자발적 상장폐지 사례는 그간 국내 주식시장에 드물던 사례이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는 듯하다. 미국에서는 사모펀드의 태동기부터 활발하던 상장폐지 방식의 투자가 우리나라에서는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된 후 거의 20년이 지나서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상장폐지 사례의 증가는 무엇보다 현재까지 사모펀드 결성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선도 운용사 중심으로 사모펀드 대형화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양호한 투자수익 창출이 가능하면서 대규모 바이아웃 자금을 투자할 만한 신규 투자대상 비상장기업의 수가 충분하지 않아서 투자대상 물색 차원에서 상장기업 경영권 인수로 확대된 부분이 작용하고 있으며 해외와 마찬가지로 인수금융 시장의 성장이 큰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상장기업의 경우 그간 바이아웃 투자가 드물어 사모펀드 특유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이 열려 있던 것도 기여를 하였다. 그간 국내 사모펀드의 상장기업 투자는 바이아웃 투자보다는 소수지분 투자 또는 우선주,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메자닌 투자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상장폐지는 해당 상장기업 주가가 하락한 시기에 집중될 수 있는 투자 방식이다. 투자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사모펀드의 성격 상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이 높은 상장기업의 주가 하락은 좋은 투자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상장폐지와 공개매수가 관련 정보공시 강화 필요성

국내에서 사모펀드에 의한 상장폐지는 통상 사모펀드가 상장기업의 경영권 행사 가능 지분을 먼저 인수한 후 잔여 일반주주 지분을 공개매수를 통해 추가 취득한 후 상장폐지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 사모펀드 대주주가 매수자, 일반주주가 매도자가 되는 이러한 거래구조는 대주주인 사모펀드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 가능성과 정보비대칭 가능성을 잠재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대상기업의 이사회가 대주주의 영향력에 놓일 경우 대주주의 이익을 우선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대상회사 또는 대주주는 일반주주와 비교하여 대상회사의 가치에 관한 보다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수자는 본질적으로 매도자인 일반주주와 정보를 공유할 유인이 낮다.

일반주주 입장에서 공개매수에 응할 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공개매수가의 적정성 여부일 것이다. 현재 공개매수신고서 상의 공개매수 조건에는 공개매수가와 그 산정 근거가 제시되어 있으나 제시된 산정 근거는 공개매수신고서 제출 직전 영업일 종가, 직전 1개월, 2개월, 3개월 동안의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주가 대비 공개매수가의 할증률만을 나타내고 있어 공개매수가의 공정성(fairness)에 관해 투자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공개매수가의 적정성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제한되어 있으면 일반주주가 공개매수에 참여할 가능성도 낮아지게 된다. 공개매수는 일반주주가 수동적인 입장에서 공개매수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대상회사의 향후 계획과 공개매수가의 적정성에 대한 정보 공시를 확대하는 것이 일반주주의 긍정적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이는 대상기업의 경영을 효율화하고 잠재된 기업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결론 및 시사점

상장폐지는 그 자체로 놓고 보면 가치중립적인 자본시장 거래의 한 가지 방식이다. 또한 주식 유동성이 충분하지 못하고 자본조달의 접근성이 악화한 소외 상장기업의 경우 사모펀드의 인수 및 자발적 상장폐지를 통해 비상장시장에서 자금조달과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으며 투자자보호 차원에서도 바람직할 수 있다.

사모펀드의 상장폐지는 시장 환경과 규제 환경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주기적인 변화를 나타내 왔으며 사모펀드를 둘러싼 투자 환경적 변화로 인해 최근의 국내 상장폐지 증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유형의 사모펀드 상장폐지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반주주에 대한 이해상충과 정보비대칭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상장폐지 과정에 있어서 일반주주의 정보 접근성 강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독립적인 제3자 재무자문사에 의한 공정의견(fairness opinion) 보고서를 공시하는 등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절차와 규정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사례4)나 공정한 M&A 촉진을 위한 일본 정부의 지침(Fair M&A Guideline)5)도 이러한 관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1) 통상 사모펀드에 의한 자발적 상장폐지를 기업 관점에서 부를 때는 going private, 사모펀드 관점에서 부를 때는 take private 이라고 한다. 본 고에서 논의하는 상장폐지는 기업 부실이나 횡령, 배임 등 통상의 비자발적 상장폐지가 아닌 공개매수에 기반한 자발적 상장폐지이다.
2) Nikkei Asia, 2024. 5. 25, Japan management buyouts hit record high $9.7bn in fiscal 2023.
3) Renneboog, L., Vansteenkiste, C., 2017, Leveraged buyouts: an overview of the literature, ECGI Finance Working Paper No. 492.
4) Rule 13e-3, 미국 증권거래법(Securities Exchange Act)
5) 일본 경제산업성(Ministry of Economy, Trade & Industry), 2019. 6. 28, Fair M&A Guideli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