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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에서 여성의 경제활동과 출산율 문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업적과 시사점
2023 11/20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경제활동과 출산율 문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업적과 시사점 2023-23호 PDF
요약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성별 임금 격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에게 수여되었다. 지난 세기 동안 성차별적인 법률,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제한된 교육 기회, 직업 선택의 제약 등 다양한 요인이 성별 임금 격차를 유발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요인을 통제한 이후에도 여전히 임금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골딘 교수는 그 원인으로 출산 후 남성과 여성의 노동 분업과 업무의 특성에 있다고 보았다. 남성은 업무강도가 높은 일을 선택해 높은 소득을 얻는 반면, 여성은 자녀 양육 등 돌봄에 더 큰 책임을 지고 유연한 근무 형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별 임금에 구조적인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높은 국가인 동시에 초저출산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유연한 일자리 선택이나 경력단절은 성별 임금 격차를 확대시킬 뿐만 아니라 여성이 출산으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을 증가시켜 출산율 감소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성별 임금 격차와 여성의 경력 단절, 출산율이라는 서로 긴밀하게 얽혀있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동 인센티브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 즉, 노동시장에서 장시간의 노동과 과도한 업무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개혁은 성평등 문제를 넘어서 국가 인재의 효율적 배치와 경제의 지속성을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2023년 미국 하버드대학 경제학과의 클라우디아 골딘(Claudia Goldin) 교수가 노동경제학 분야에서의 공헌을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골딘 교수는 역사적 맥락에서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와 성별 임금 격차의 근본적인 원인에 관한 탁월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구체적인 자료에 근거하여 성별 임금 차이에 남성과 여성 간의 직업 선택과 교육 수준뿐만 아니라 가정 내의 역학 관계와 의사결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는 통찰력 있는 해석을 제시하였다.

한국은 현재 여성의 경력단절과 출산율 감소 문제에 직면해 있다. 여성의 활발한 경제활동과 출산은 경제 성장과 발전을 위해 필수적 요소이다. 또한 기회균등을 촉진하고 차별을 해소하여 일과 삶의 균형을 지원하는 정책을 구현하는 것은 공평한 사회 환경을 조성하고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가족 형성을 장려하기 위한 효과적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직업 선택, 가족 역학, 출산율 사이의 복잡한 연관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골딘 교수의 연구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출산율에 대한 접근방식을 재평가하고 개선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본고는 골딘 교수의 연구를 상세하게 살펴보고 국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저출산 문제에 대한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시대별 남녀 소득격차 원인

골딘 교수는 역사적 고찰을 통해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세기 동안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출하는 과정과 성별 임금 격차의 원인을 분석하였다. 대학졸업 시점에 따라 5개의 집단으로 구분하고, 세대에 따라 여성이 직면한 커리어와 가정 사이에 최적의 선택이 달라지고 임금 격차의 원인 또한 다양하다는 점을 보여준다.1)
 

집단1은 19세기 말에 태어나서 20세기 초에 대학을 졸업한 여성으로, 커리어와 가정을 양립할 수 없었던 세대이다. 당시 여성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는 등 여성과 남성을 구분 짓는 명확한 법적, 사회적 차별이 존재하였다. 대다수 여성은 가정을 선택하였으며, 극히 일부 여성은 커리어를 선택하여 성공을 이루는 대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였다. 

1920년에서 1945년 사이에 대학을 졸업하고 ‘중간다리집단’이라 불리는 집단2가 활동하던 시기는 노동시장에서 노동수요가 높아지던 때였다. 가전제품의 등장으로 가사노동의 부담이 완화되고 타자기가 개발되면서 사무직 노동수요가 증가하여 여성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교육을 통해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었으므로 중등 교육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여성의 교육 수준도 높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대공황으로 일자리가 부족해지자 기혼여성의 고용을 금지하는 제도가 확대되었다. 결국 가정을 꾸린 후 일자리를 그만두는 경향이 나타났다.

집단3은 대학 졸업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되고 경제적 부흥기를 맞은 세대이다. 대졸자가 크게 증가하고 사회적 진출에 대한 의지가 높아졌다. 전후 결혼을 서두르는 양상이 나타나 졸업 직후 결혼을 한 세대이다. 또한 피임약이 개발되지 않아 임신 시기를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혼하고 바로 출산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경력단절이 발생했다. 일자리와 가정을 모두 추구한 여성의 비율이 이전에 비해 높아졌지만 미취학 아동을 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는 낮았다. 아이가 어린데 여성이 커리어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면 아이가 피해를 본다는 고정적 성역할에 대한 인식이 존재했다. 당시 돌봄 인프라가 제공되지 않아 어린아이를 보육하는 것은 여성의 몫이었으며, 이후 아이가 취학한 뒤 70%가 직장으로 돌아왔다. 노동시장을 떠났다가 돌아올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는 경향이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집단4는 ‘조용한 혁명’의 세대로 표현된다.2) 여성이 경제활동 참여와 커리어를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 조용한 혁명의 시대는 피임약의 발명으로 가능했다. 임신 시기를 계획할 수 있어 여성이 처음으로 생계유지를 위한 일자리가 아닌 생애 전반에 걸쳐 발전해 나가는 커리어를 꿈꾸고 전문직 진출을 계획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 시기의 여성은 가정을 꾸리는 시기를 늦추고 커리어를 먼저 추구한 이후 출산하는 인생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당시에는 나이가 들면서 불임률이 높아진다는 과학적 사실이 밝혀지기 이전으로, 출산 시기를 늦추자 ‘커리어 이후 출산’ 계획은 실패하고 비자발적으로 가정을 꾸릴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집단5는 1980년대 이후 대학을 졸업한 집단으로 커리어와 출산을 모두 성취하려는 욕구가 강했다. 집단4와 마찬가지로 커리어를 추구하며 출산의 시점이 늦춰졌지만, 시험관 수정 등 보조생식술이 발전하여 늦은 나이의 출산도 가능해졌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출산 시점을 조정하고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1980년대 말부터 여성은 커리어와 출산을 동시에 추구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과거 세대의 여성들이 겪었던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가로막는 법적 차별은 해소되고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개선되었다. 명시적으로 드러난 법적, 사회 규범적 차별은 과거에 비해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 과거 1세기 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여성 권리 신장을 위한 대표적 여성 인권운동 155개 중 45%가 1963년과 1973년 사이에 이루어졌으며, 여성은 법적 지위가 신장되었다.3) 여성의 교육 수준은 높아졌으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안이 도입되는 등 법적, 규제적으로 성별 소득격차를 유발하는 요인들이 많이 개선되었다.


시간 유연성과 성별 임금 격차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남성과 여성 간의 소득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즉, 남녀 간 교육 수준이나 업무경력과 같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요인을 통제한 이후에도 소득격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골딘 교수는 최근 나타난 임금 격차의 원인은 외적 요인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에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일자리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데, 돌봄 책임이 있는 남녀 간에 ‘탐욕스러운 일자리’와 ‘유연한 일자리’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탐욕스러운 일자리의 임금 지급 체계는 노동시간이 증가할수록 시간당 임금이 상승하는 특성을 가진다. 오랜 시간 노동을 요구하고 비상대기(On-Call, 온콜) 상태로 상시 응대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와 반대로 유연한 일자리는 당장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적어 출장이나 밤샘 근무가 적고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제한적이어서 시간활용이 유연하다는 특성을 갖는다. 탐욕스러운 일자리와 달리 노동시간이 길어진다고 하더라도 시간당 보상이 커지지 않으므로 장시간 일할 유인이 낮다.
 

가정 내에서 돌봄에 더 큰 기여를 하는 가족 구성원은 육아와 가정일에 상시 대기 상태여야 하므로 탐욕스러운 일자리를 추구하지 못하며 유연한 일자리를 선택한다. 육아를 주로 담당하는 가족 구성원이 있으면 나머지 가족 구성원은 육아 부담이 낮아져 직장 일에 상시 대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고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탐욕스러운 일자리는 노동시간이 길수록 시간당 소득이 높아지기 때문에, 탐욕스러운 일자리와 유연한 일자리로 구성된 가정은 육아를 공평하게 절반씩 부담하는 가구에 비해 가정 내의 총소득이 높아진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 간 육아 불평등을 감내하면 가구소득 최적화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런데 가족 구성원 간에 일자리 선택은 남성과 여성 간에 균등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탐욕스러운 일자리를 선택하고 여성이 유연한 일자리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돌봄에 더 큰 의무와 책임을 지는 여성이 종사하는 유연한 일자리의 특성상 아이가 태어나면 여성은 소득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고 성별 소득격차가 지속되는 것이다.
 

다수의 직종에서 소득은 근무시간과 비선형적 관계를 보인다. 근무시간에 따른 보상 체계가 시간 유연성에 어느 정도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산업군 간의 성별 임금 격차의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서 과학, 공학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은 남성 대비 0.94의 수익을 얻었지만, 금융분야 여성은 남성 대비 소득이 0.77에 불과했다. 

이는 특정 산업군에 성평등 의식이 낮고 편견이 심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업종의 특성에 따른 결과다.4) 시간 압박이 낮고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제한적인 공학, 과학, 컴퓨터 및 수학 분야에서의 성별 소득격차는 낮았다. 그러나 마감시간에 대한 압박이 크고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직군인 경영, 행정, 판매, 의사, 변호사 등은 성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성별 임금격차는 출산이나 육아 당시뿐만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쳐 유지된다. MBA와 JD 졸업생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졸업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별 임금 격차가 크게 증가하였다.5)


국내 여성 경제활동과 저출산 현황

G7 국가 및 OECD 평균 남녀 임금 격차를 보여주는 <그림 2>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OECD국가 평균 1995년 19.0%에서 2021년 11.9%로 축소되었다. 한국도 1992년 47.0%에 달했던 격차가 2022년에 31.2%까지 줄어드는 등 성별 임금 격차 해소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임금 격차는 다른 G7 국가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G7에서 두 번째로 높은 일본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며, 최근에는 그 차이가 더 커질 조짐을 보인다. 남녀 간 임금 격차를 개선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소하기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다.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직면 과제로 출산율 저하 문제가 있다. 한국은 2000년대 이미 초저출산 상태에 들어섰다. 인구 증가의 주요 지표인 합계출산율은 2001년 1.31명에서 2018년 0.98명으로 감소하여 여성 한 명당 출생아 수가 1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2023년 3분기에는 합계출산율이 0.7명까지 줄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한 여성의 연령별 출산율을 살펴보면 여성의 생애주기에서 가족계획 시점이 눈에 띄게 지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1년 30세 미만 여성의 출산율은 60.7%에 달했으나 2022년에는 18.5%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이와 동시에 고령 여성, 특히 35세 여성의 비율은 2001년 7.5%에서 2022년 35.6%로 크게 증가하였다. 골딘 교수가 제시한 세대별 특성 중 집단4와 집단5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여성의 교육과 커리어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면서 결혼과 출산을 연기하거나 기피하는 경향이 관측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는 한국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가속화로의 인구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을 저하하고 의료 및 사회복지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남성과 여성 근로자의 직급별 특성을 살펴보면 돌봄 및 집안일이 남녀 간 균등하게 분담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근로자의 직급을 과장급, 차장급, 부장급, 임원급으로 나누어 본인과 배우자가 돌봄과 집안일에 할애하는 시간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전 직급에서 남성 근로자는 돌봄과 집안일 시간이 아내 대비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 근로자의 경우에는 이와 반대로 남편보다 돌봄과 집안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차이는 임원급까지 경력을 쌓아 업무적 성공을 거둔 여성도 마찬가지였다. 

동일 직급의 남성 근로자와 여성 근로자를 비교해 보아도 여전히 여성 근로자의 돌봄과 집안일에 할애하는 시간이 길었다. 과장급 남성 근로자는 가정일에 주 30.2시간을 소요하는 반면, 동일한 과장급 여성 근로자는 41.4시간을 할애한다. 임원급의 경우 남성 근로자가 15.8시간, 여성 근로자가 24.4시간으로 여전히 차이를 보인다. 
 

남녀 근로자의 직급에 따른 배우자의 소득 분포를 통해 가정 내 업무 분담과 역학 관계를 부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전 직급에서 남성 근로자의 배우자가 3천만원 미만의 소득을 버는 비중이 20~50%로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그 비중은 과장급에서 부장급으로 올라갈수록 높아진다. 반면 여성 근로자의 남편 중 3천만원 미만 소득의 근로자 비중은 낮으며, 7천만원 이상 고소득자가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단, 자녀의 유무, 교육 수준 등이 통제되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에 남녀 근로자의 배우자 소득 차이가 전적으로 시간 유연성이 높은 일자리를 택한 결과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여성 근로자의 주당 돌봄과 집안일 할애 시간이 직급과 무관하게 남성 대비 높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업무 성격에 따른 선택이 가정 내 임금 격차에 상당 부분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한 통계에서도 여성이 일을 그만두거나 일자리를 선택할 때, 경력을 쌓고 성장하고자 하는 개인의 목표와 이해를 극대화하기보다는 업무의 시간적 유연성을 상당히 고려한다는 점이 나타났다. 2022년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71.8%가 회사에서 통보받거나 계약종료에 따라 퇴사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선택에 따라 일을 그만두었다고 답하였다. 또한 응답자의 70.3%가 자녀양육이나 교육 문제가 해결된다면 경력단절 당시 일을 지속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경력단절 여성이 일자리를 선택할 때 고려사항은 배우자의 유무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배우자가 없는 경력단절 여성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입을 가장 크게 고려하는 반면 배우자가 있는 경력단절 여성은 수입과 일자리 안정성과 더불어 유연한 근무환경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딘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까지 해소되지 않고 남아있는 남녀 간 임금격차의 원인은 출산 후 남성과 여성이 선택하는 일자리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1세기 동안 사회규범이 바뀌고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격차는 상당히 좁혀져 왔으나 여전히 차이가 존재한다. 골딘 교수는 이를 남성과 여성 간의 공평한 관계를 이룩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마지막 장(Last chapter)’6)이라고 표현하였다.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한국은 성별 임금 격차 이외에 저출산이라는 또 다른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두 문제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으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가족계획 결정에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 많은 여성이 출산과 양육을 위해 경력 단절을 결정하거나 일을 지속하더라도 유연한 근무 형태를 선택하는데, 이러한 선택은 의도치 않게 성별 임금 격차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사회적 관습과 규범, 육아 환경 등 모든 조건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산율 상승과 성별 임금 격차 축소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돌봄에 대한 책임이 커지면 자신의 커리어와 업무 연속성에 제약을 받으므로, 남성과 여성 간 임금 격차가 커지고 그럴수록 출산에 따른 기회비용이 높아진다. 출산과 돌봄으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대가가 커질수록 여성의 출산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출산율 감소 양상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시사점 및 향후 과제

과거 세대에 존재했던 여성과 남성 간에 명시적인 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했다. 여성에게 주어진 기회나 권리가 부족하거나 특정 직군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제도화되어 있다면 해당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규제를 마련하면 됐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문제로 인해 동일 조건 하에서도 남성과 여성 사이에 격차가 존재한다면 상황을 간단하게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남성이 업무강도가 높은 일자리를 선택하고 여성이 유연하게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일자리를 선택하게 되는 현상 또한 마찬가지이다. 가정 내의 이러한 결정은 여성에게 차별적이고 비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가구소득의 최적화를 이룰 수 있는 가족 구성원 간의 합리적 역할 분담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업무강도가 높은 직업과 돌봄 사이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성별에 따라 비교적 균등한 선택이 이루어지지 않고 여성이 높은 빈도로 돌봄을 선택하게 되는 편향이 나타난다. 직장 여성은 남성에 비해 주양육자 역할을 선호하기 때문에 유연한 직업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여성은 개인의 소득 극대화와 사회적 성공 보다 양육을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인가? 또는 여성이 남성보다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전 생애에 걸친 소득 극대화를 추구하는 대신 가정과 양육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기보다는 개인의 선택과 선호를 넘어, 보이지 않는 제약에 의한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골딘 교수는 불평등을 넘어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동 조직 방식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시장에서 장기간 노동에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구조를 개선하고 시간활용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자리의 시간 유연성은 어떻게 확대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7)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과도한 업무가 높은 임금으로 이어지는 탐욕스러운 일자리와 유연하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사이의 보상 격차가 줄어들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고강도 직무를 통해 얻는 상대적 수익을 낮추어 유연한 일자리 선택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은 일자리의 시간 유연성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보상 체계를 변화시킬 유인이 없다.

고무적인 점은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남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통계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과 생활과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도입된 제도 중 탄력근무제를 이용하는 경우는 전체 해당자의 27%이며, 시차출퇴근제를 활용하는 남성은 40%, 재택 및 원격근무제를 사용하는 경우는 절반을 넘는다. 일을 최우선시하기보다 가정을 포함한 개인적 삶에 상당한 가치를 부여하는 근로자가 증가할수록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이에 맞는 인센티브 체제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그 외 육아 지원 제도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율은 남성과 여성 간에 큰 차이를 보여 개선과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육아휴직제도 적용 대상자 중 육아휴직을 이용한 여성은 47.3%인데 반해 남성은 6.3%에 불과했다. 육아휴직제도 활용이 용이한지에 관한 질문에는 절반 이상이 그렇다고 답했으나 실제 이용자는 일부에 불과하였다. 이는 노동자가 육아휴직을 이용했을 때 금전적, 비금전적 불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임금, 성과평가나 승진 또는 승급에서 실질적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조치해야 할 것이다. 골딘 교수는 노동시장에서 평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이나 남성의 가정 내 책임 증가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으나,8) 미국보다 성별 격차가 크고 낮은 출산율이 경제 발전을 지연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국내 시장 특성상 제도적 보완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가정 내에서의 인식 측면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현대 시대에서 한 명이 시간 제약이 큰 일에 집중하고 다른 한 명이 육아 부담을 더 가져가는 것이 가정 소득의 관점에서 최적화를 위한 합리적 선택이라고 하였으나, 합리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적절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성은 자신의 일을 지속하지 못해 경력단절이 발생하거나 육아 의무로 일에 전념하지 못하는 데 불만을 느낀다. 남성 또한 커리어에서 성취를 얻는 대신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아쉬움을 가진다. 가정 내의 남녀간 분담을 결정하는 목적함수에 소득에서 오는 효용과 더불어 부부간 공평하게 육아 분담을 했을 때 남성과 여성이 이룰 수 있는 가치를 동시에 고려하고 그 비중을 높여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20세기 후반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1~2세기에 걸쳐 단계적 발전을 이루어 온 미국과 달리 한국은 단시간에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기 때문에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세대가 동시대에 공존한다. 가정에서 여성의 성역할에 대한 성차별적 가치관을 가진 기성세대와 남성에 비해 교육받을 기회가 적었던 할머니 세대(집단1), 가정주부로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학습된 어머니 세대(집단2), 출산 후 경력단절 기간을 거쳐 다시 생계를 위한 일자리에 복귀한 이모 세대(집단3), 커리어를 위해 출산을 포기하거나(집단4) 커리어와 가정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쓰는 현세대(집단5)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의 여성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세대가 동시에 살아가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관습과 관념이 여전히 상당히 존재하며 여성과 남성의 삶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급격한 경제 성장과 비교하면 성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노동시장은 이러한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므로 인식 개선을 위한 꾸준하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1) 클라우디아 골딘(2021)
2)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단계적으로 진화해 왔는데, 집단4가 속한 1960년대에는 점진적 진화가 아닌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이 시기에 들어 드디어 여성의 경제활동이 단기적이 아니라 지속적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여성이 일자리가 아닌 개인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커리어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며, 배우자의 노동력을 보조하는 역할이 아닌 경제활동 참여를 공동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의사 결정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다(Goldin, 2006).
3) Goldin(2023)
4) Goldin(2023)
5) Goldin(2010), Goldin(2014)
6) Goldin(2014)
7) 윤자영(2022)
8) Goldin(2014)


참고문헌

윤자영, 2022, 성별 소득 격차는 왜 지속되는가? 『산업노동연구』 28(1), 383-390.
클라우디아 골딘, 2021,『커리어 그리고 가정: 평등을 향한 여성들의 기나긴 여정』, 생각의 힘.
통계청, 2023. 8. 30, 2022년 출생 통계, 보도자료.
Bertrand, M., Goldin, C., Katz, L., 2010, Dynamics of the gender gap for young professionals in the financial and corporate sectors, American Economic Journal: Applied Economics 2, 228–255.
Goldin, C., 2006, The quiet revolution that transformed women’s employment, education, and family, Richard T. Ely L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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