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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포커스

회계감사發 시장조치의 현황 및 시사점
2020 03/17
회계감사發 시장조치의 현황 및 시사점 2020-06호 PDF
요약
엄격한 회계감사로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이 늘고 있다. 관리종목 지정,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등 시장퇴출과 관련된 조치가 뒤따르면서 결산기 ‘회계감사 대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에 2019년도 관리종목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감사인이 비적정 의견을 발행한 주원인은 중요 거래에 대한 회사의 근거자료 미비, 내부통제제도의 취약성이었다. 빈번한 시장조치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재무제표의 작성과정에서부터 정보의 완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지배기구의 자구책 마련과 함께 정책당국의 세심한 지원이 요구된다.
2018년 11월, 개정 외부감사법 시행 이후 회계감사 환경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표준감사시간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도입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감사인의 독립성이 강화되었다. 2013년 대우건설과 모뉴엘, 2015년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회계부정 사태가 잇따르자 정책당국이 회계신뢰도 회복을 위해 극약 처방을 내린 결과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감사보수 ‘덤핑’이 논란이었으나, 이제는 감사보수 ‘폭등’을 우려할 만큼 상황이 변했다.1) 부실감사에 대한 제재 역시 대폭 강화됐다. 

감사품질 제고를 위해 정책당국과 감사인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관리종목 지정, 거래정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등 시장조치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2) 엄격한 회계감사로 비적정(한정ㆍ부적정ㆍ의견거절) 의견이 증가하면 기업들이 시장퇴출 위험에 과도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회계투명성 제고의 최대수혜자인 투자자들조차 결산기 투자가 두렵다는 의견을 보인다. 감사의견은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최근의 감사환경 변화가 건실한 기업마저 시장퇴출 위험에 내몰고 있는지 실상을 점검해보고 제도 보완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감사의견 비적정 사유 관리종목 증가 추세

최근 10년 간 관리종목 분포를 살펴보면(<그림 1>), 2016년을 기점으로 관리종목의 완만한 증가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기업 실적 악화와 관련된 장기 영업손실 사유나 대규모 계속사업손실 사유는 소폭 감소한 반면, 감사의견 비적정 사유는 큰 폭의 증가 추세를 보인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관리종목 중 감사의견 비적정 사유에 해당하는 비율은 연평균 25%인데, 개정 외부감사법 시행 이후인 2019년도에는 해당 비율이 49%이다. 전년도 사업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이 발행되는 3월, 당해 연도 반기보고서에 대한 검토의견이 발행되는 8월 즈음에 지정 사례가 급증했다. 사업보고서에 대한 비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은 다음 해 적정 의견을 받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퇴출된다. 
 

 
 
비적정 감사의견 발행의 주요인은 회사의 근거자료 미비

2019년도의 경우 관리종목의 절반에 가까운 기업들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만큼, 최근 회계감사發 시장퇴출 위험 증가에 대한 우려는 수치로 확인된다. 단, 해당 수치만으로는 과도한 감사절차가 빈번한 시장조치를 유발했다는 인과관계를 도출하기 어렵다. 감사인이 왜 비적정 의견을 표명하였는지, 감사인이 표명한 의견이 과연 합리적이었는지를 살펴야 올바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2019년 중 감사의견 비적정 사유로 관리종목 명단에 오른 66건에 대하여 감사보고서를 전수 살펴본 결과(<표 1>), 대부분이 감사대상 회사의 근거자료 미비로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였다. 일례로 모 상장사의 경우 총자산의 74%를 파생금융자산 평가금액으로 계상하고, 해당 금액의 회수가능성에 대한 근거를 충실히 제시하지 못했다. 동 기업의 유동부채는 유동자산의 19.83배이고, 자기자본 대비 부채는 3.23배인 상황이다. 이에 감사인은 아래와 같은 설명과 함께 해당 금융자산에 대한 감사범위 제한으로 한정 의견을 제시했다. 

“회사의 특수관계기업인 ○○○가 발행하고 회사가 인수한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의 회수가능성 판단을 위한 충분하고 적격한 감사증거를 제시 받지 못하였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회사가 계상한 금액에 대하여 수정이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중략)” 

항목별로 살펴보면, 금융상품(IFRS 9), 수익인식(IFRS 15), 리스(IFRS 16) 등 신(新)회계기준 관련 지적 사항이 11% 비중이었으나, 기준 해석에 대한 의견 갈등보다는 회사가 재무제표 표시 금액의 적정성을 입증하지 못한 사례들이 많았다. 추정이 개입되는 각종 평가 계정들도 포함되었으나, 회계 상 판단의 문제보다는 감사인이 검토절차를 충실히 수행할만한 합리적 추정 근거를 사측으로부터 제시받지 못한 사안이 대부분이었다.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비율이 44%에 달했는데 여타 근거자료 미비와 관련한 중복사유를 제외하면, 기업 존폐의 불확실성만으로 비적정 의견을 표명한 경우는 5건이었다. 이마저도 자본잠식이나 대규모 손실과 함께 회사의 파산신청, 회생절차 개시, 상당수준의 채무불이행 등 구체적인 신용사건이 발생한 경우였다. 

특수관계자 및 종속기업과의 거래 관련 지적사항이 32%인 점도 눈에 띈다. 일례로 자기자본 규모가 100억 원대인 모 회사는 수십억 원 규모의 회사 자금을 특수관계자에게 단기대여하고 동 회계기간에 전액 대손 처리했다. 독립적인 제3자와의 공정한 거래에서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거래로 보인다. 그럼에도 해당 회계처리의 적절성을 확인할만한 증빙이 제시되지 않았다. 또한 거래의 발생부터 재무제표 인식까지 적합한 내부통제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 지적사항이었다. 
 

 
 
관리종목 지정 사유 중 장기 영업손실 요건은 보완 검토 필요

감사의견이 비적정에 이르게 된 세부적인 원인들을 살펴보면, 재무제표의 작성과정에서부터 정보의 완결성을 위한 지배기구의 자구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나아가 특수관계자 및 종속기업과의 거래 관련 지적이 많은 점은 관리종목 지정 사유 중 코스닥시장에만 적용되는 4년 연속 영업손실 규정과 연계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5년 연속 영업손실은 상장폐지 사유이며, 이 때 영업손실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이 아닌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판단한다. 연결실체가 영업 ‘손실’을 보더라도 종속기업에 밀어내기 매출만으로 별도재무제표 기준 영업 ‘이익’을 달성할 수 있다. 이는 현행 관리종목 지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실제 4년 연속 연결영업손실을 보고한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 중, 별도기준으로도 연속 손실을 보고한 비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그림 2>). 해당기준이 코스닥시장에 적용된 2008년 첫 해 91%를 기점으로, 2018년에는 52%까지 내려왔다. 계열ㆍ종속회사를 이용한 관리종목 지정 회피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4년 연속 별도영업손실을 보고하여 관리종목에 지정된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을 보면, 연결기준으로도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보고한 비율이 86%이다(<그림 3>). 해당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유가증권시장 기업이 연결영업손실과 별도영업손실 간 체계적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과도 대비된다. 

손익의 귀속시기만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경제활동을 이용한 이익조정은 기업의 장기성과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3) 부실기업들이 규정 중심 규제의 허점을 파고들어 시장의 조기경보 제도를 무력화한다면, 이는 감사인들이 더 꼼꼼하게 들여다봐야할 부분이다. 아울러 연결기준으로 3개년 연속 영업손실 기업에 대한 감사인 지정 요건이 신설된바, 관리감독의 통일성을 위해서도 거래소는 장기 영업손실 규정을 별도기준에서 연결기준으로 변경하는 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감사의견 사전 유출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필요

2019년 관리종목 지정 전후 각 10일, 총 21거래일 간 주가수익률을 분석해보면(<그림 4>), 감사의견 미달 사유일 경우 11.5% 누적 손실을 보인다. 감사의견 미달 외 사유일 경우 2.54%의 누적 손실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4) 재무비율ㆍ주가 수준 등 다른 관리종목 지정 요건과 달리 감사의견은 사전에 예측이 어려워 시장충격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중요하게 살펴봐야할 것은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의 경우 해당사실이 공시되어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날보다 4거래일 전부터 급격한 주가하락을 보인다는 점이다. 감독당국은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을 중심으로 감사정보 사전유출에 따른 이상거래 징후가 없는지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감사의견 비적정으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 시 투자자들의 대응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안타깝다. 평균적으로 관리종목 지정 +1거래일이 단기 저점이었으며, +5거래일까지 제한적으로나마 반등하는 모양새다. 다만, 평균의 함정을 조심할 필요는 있다. 2019년 중 회사의 자발적인 재감사로 감사의견을 정정한 경우가 8건 있었다. 또한 2019년부터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의 즉시 상장폐지가 유예됨에 따라 관리종목 지정기간 동안 평균수익률은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다. 관리종목의 과반수가 시장대비 초과수익률을 기록한 점도 성급한 매매보다는 감사보고서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신중한 대응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결론 및 시사점

최근 회계투명성 향상을 목표로 외부감사 제도에 상당한 변혁이 있었다. 표준감사시간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감사인 직권지정사유 확대, 감사인 등록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의무화, 내부감사기구 강화 등 상당수의 개선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되면서 관련 업계 모두 피로감에 쌓여있다. 시행시기가 겹쳐 각 제도별 효과와 부작용을 정교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만큼 회계정보의 신뢰성 제고가 시급한 상황임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엄격한 감사로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이 늘면서 관리종목 지정,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등 시장퇴출과 직결되는 조치들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적정 의견 사유를 검토해보면 재무제표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한 지배기구의 자구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역량이 부족한 기업에 대해서는 정책당국의 실효적인 지원방안도 고민해볼 시점이다. 

관리종목 지정사유 중 부실기업의 회피가능성이 의심되는 별도영업손실 요건은 개선 검토가 필요하다. 감사 중인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가 없는지 감독당국의 감시 강화도 요구된다. 

자본시장의 혁신방안은 멀리 있지 않다.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면 투자자금은 성장가능성이 높은 혁신기업에 원활하게 공급될 것이다. 독립적인 회계감사는 내부경영진과 외부투자자 간 정보비대칭을 해소하는데 필연적인 수단이다. 
 
1) 한국경제, 2019. 6. 3, 감사비용 폭등…기업 '新외감법 공포’. 
     매일경제, 2020. 2. 18, 상장사들 "감사보수 과도"…단체행동 예고.
2) 한국경제, 2019. 1. 13, 회계감사 대란이 온다. 
     조세일보, 2019. 8. 21, 강화된 회계감사 여파 관리종목 속출…무더기 '상폐' 나오나. 머니투데이, 2020. 2. 19, 3월 '회계 대란' 오나…'비적정의견' 작년 43개와 비슷.
3) 전홍민ㆍ 차승민, 2012, 실물적 이익조정이 자기자본비용에 미치는 영향 -한국기업을 중심으로-, 세무와 회계저널, 13(1): 99-130.
4) 누적 손실은 시장ㆍ기업규모ㆍ성장성 요인을 고려한 3요인 초과수익률을 기준으로 산출하였다. 표준화 t-통계량은 각각 –4.64, - 1.11로, 11.5% 누적 손실은 1% 수준에서 유의한 반면, 2.54% 누적 손실은 10% 수준에서 유의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