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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10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의 변화
2019 02/12
자본시장법 10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의 변화 2019-04호 PDF
요약
2009년 2월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이후 국내 증권업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5대 대형 증권회사의 평균 자기자본 규모는 2008년 2조 3,000억원에 못미치던 수준에서 2018년에는 5조 3,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또한 증권회사의 수익에서 위탁매매 부문의 비중은 60%를 상회하던 수준에서 40% 수준으로 하락하였으며, 동시에 자기매매와 투자은행 부문의 비중이 증가함으로써 수익구조의 다변화가 진전되었다. 한편 기업의 자금조달에서 자본시장이 담당하는 역할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년간을 제외하고는 의미있게 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물(기업) 부문의 외부자금조달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으며, 외부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은 자본시장에 접근하기가 어려워 은행대출에 의존한다는 것이 이러한 결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실물부문의 활성화를 위하여 중소기업 및 신생혁신기업들의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이것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계가 담당해야 하는 ‘모험자본의 공급’ 기능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통칭 자본시장법은 2007년 7월 국회에서 의결되고, 1년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친 후 2009년 2월 4일부터 발효·시행되었다. 따라서 2019년 2월로 자본시장법은 시행된 지 만 10년을 맞게 된다. 자본시장법 제정 당시 정부의 설명자료1)에 의하면, 법 제정의 필요성으로 ‘은행 대비 자본시장의 자금 중개기능이 부진’하고, ‘자본시장 관련 금융산업(즉 금융투자업)의 발전이 미흡’하며, ‘자본시장 관련 법제도의 문제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들고 있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국내 자본시장의 자금 중개기능이 부진한 데는 금융투자업의 발전이 미흡한 것이 중요한 원인의 하나이고, 금융투자업의 발전이 미흡한 데는 관련 법제도 상의 문제점들이 중요한 원인의 하나라는 문제인식이 바탕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법제도상의 문제점을 해결함으로써 금융투자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다시 금융투자업의 발전을 통하여 자본시장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자본시장법 제정의 핵심 취지라고 볼 수 있다.

이어서 정부의 설명자료는 금융투자업의 발전을 선진 투자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가 출현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금융투자회사 업무영역의 대폭적 확대, 겸영에 따른 시너지 창출, 다양한 금융상품 설계·제공, 대형화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을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른 금융투자업에 대한 기대효과로 제시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시행 10주년이 되는 현 시점에서 이와 같은 법 제정의 기대효과가 국내 금융투자업, 구체적으로는 증권업에서 얼마나 나타났는지를 자기자본 규모와 수익구조를 통하여, 그리고 기업의 자금조달에서 자본시장이 담당하는 비중의 변화를 통하여 평가하고, 향후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증권회사 대형화 및 수익구조 다변화


먼저 국내 증권회사에서 나타난 변화를 대형화와 수익구조의 변화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증권회사의 규모를 나타내는 척도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자본시장법은 자기자본의 확대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볼 수 있다. 위탁매매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투자은행(IB), 자기매매 등에서의 경쟁력을 키우고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기자본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림 1>은 2001~2018년 기간 중의 국내 5대 대형 증권회사 자기자본 평균의 추이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 기간 동안 꾸준하게 증가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자본시장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2008년도 5대 대형 증권회사의 평균 자기자본은 2조 3,000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는데, 이것이 2018년 3분기말에는 5조 3,000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2배 이상 증가하였다. 법 시행 이전 2001~2008년 기간 동안의 연평균 증가율은 7.7%였던데 비하여 법 시행 이후인 2009~2018년 기간 동안의 연평균 증가율은 8.7%로 대형사들은 법 시행 이후에 더욱 빠른 속도로 자기자본의 크기를 늘려왔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증가의 원인이 오로지 자본시장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은 증권회사 자기자본 확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일련의 제도적 조치들(예: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순자본비율 규제 등)과 함께 증권회사들에게 자기자본을 확대할 유인을 부여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그림 2>는 2001~2018년 기간 중 국내 증권회사의 수익구조 변화를 나타내며, 이 기간 동안 상당한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위탁매매 부문의 비중이 꾸준하게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전에 위탁매매 부문이 전체 순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상회하였지만,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8년에는 4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위탁매매 부문의 비중 감소가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즉 2009년 이후에 본격화되었다고 볼 수는 없으며, 전체 기간에 걸쳐 꾸준히 감소해 왔음을 <그림 2>는 보여주고 있다. 이는 경쟁의 심화로 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짐에 따라 위탁매매 부문의 수익성이 꾸준히 하락하여 왔다는 점에 기인한다. 반면 자기매매는 가장 크게 성장한 부문으로 전체 순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1~2008년 기간 중 최대 24%(2003년)에서 2009~2018년 기간에는 22~34%에 달하는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또한 투자은행 부문의 비중 역시 눈에 띄게 늘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투자은행 부문이 순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 뿐 아니라 수익의 절대 규모 역시 2008년 6,000억원에서 2017년에는 2조 2,49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하였다. 위탁매매 부문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보다 다변화된 수익구조를 갖도록 유도하고, 특히 기업에 대한 자금중개를 담당하는 투자은행 부문을 성장시킨다는 자본시장법의 기대효과는 어느 정도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본시장법의 시행이 위탁매매 부문의 수익성 하락을 자기매매와 투자은행 부문의 성장으로 만회하는 것을 보다 용이하게 해 준 효과가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다만 증권회사의 규모에 따른 수익구조의 차별화는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그림 2>는 보여준다. 전체 증권회사의 수익구조와 5대 대형 증권회사의 수익구조는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으며, 이는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자본시장의 자금 중개기능 강화
 

본절에서는 국내 금융시장의 자금 중개에서 자본시장이 담당하는 비중의 변화를 기업 자금조달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그림 3>은 기업의 자금조달 경로를 크게 은행대출(간접금융)과 자본시장(직접금융)으로 나누어 각각이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를 보여준다.2) 2008년까지는 기업의 자금조달에서 은행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하게 80%를 상회하였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크게 역전되었으나 이후 다시 지속적으로 은행대출의 비중이 70% 선까지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3)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의 규모 또한 2009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2008년 이전 시기에 비해서는 전반적으로 증가하였다. 즉 기업의 자금조달에서 자본시장이 담당하는 역할이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커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은행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이 기간 동안 자본시장의 발전이 미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실물경제 즉 기업부문과 연계해서 현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부문의 자금조달에서 내부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98%에 달하며, 특히 대기업의 경우에는 오래 전부터 내부자금이 투자 수요를 초과하는 상태이다.4) 즉 기업부문의 외부자금 조달 수요가 커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외부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은 자본시장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은행대출에 의존하는 모습이 <그림 3>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맺음말

자본시장법의 제정 논의가 한창이던 2006년, 필자는 자본시장법의 제정은 한국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의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의 하나를 충족시키는 의미를 갖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5) 즉 자본시장법이 없으면 금융투자업의 발전은 불가능하지만, 동시에 자본시장법 만으로 금융투자업의 발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는 의미이다. 앞에서 살펴본 증권회사 자기자본 규모의 증가, 수익구조의 변화는 자본시장법을 통하여 새로운 제도적 기반이라는 필요조건이 충족된 가운데, 증권업계의 노력이 합쳐져서 나타난 결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언급한 바와 같이 실물(기업) 부문의 외부자금 조달 수요의 감소가 전체 기업 자금조달에서 자본시장의 비중이 뚜렷하게 성장하지 못한 원인의 하나로 생각되며, 이는 다시 증권회사 투자은행 부문의 실적으로 연결된다. 앞에서 투자은행 부문의 수익 규모와 비중이 크게 성장하였음을 보았지만, 글로벌 투자은행의 사례들과 비교할 때 당초 기대했던 수준에는 못미친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물경제가 활성화되고 이에 따라 기업의 투자가 증가하고 이것이 외부자금조달 수요의 증가로 이어지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외부자금조달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 및 신생혁신기업들의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바로 이것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계가 담당해야 하는 ‘모험자본의 공급’ 기능이다.
 


1) 재정경제부, 2006,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안」 설명자료.
2) 은행대출은 t 연도말 기업대출 잔액에서 t-1 연도말 기업대출 잔액을 차감한 변동분을 t 연도의 대출액으로 계산하였고, 자본시장은 각 연도별 회사채 순발행액과 주식발행액을 합한 값으로 계산하였다.
3) 2001년과 2009년도에 나타난 은행대출의 급격한 위축은 각각 IMF 외환위기 및 글로벌 금융위기 시에 은행 디레버리징의 영향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4) 조성훈, 2018, 국내 기업 투자 및 자금조달 추이와 시사점, 자본시장포커스 오피니언, 2018-21호, 자본시장연구원.
5) 조성훈, 2006, 자본시장통합법과 금융투자업계의 과제, 「증권」 2006년 겨울호, 17-30, 한국증권업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