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의 보고서 자료를 소개합니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된 자산운용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아진 주요 요인 중 하나인데, DC형 퇴직연금을 중심으로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 사업자별로 비교해 보면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이 높을수록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이 높았다.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의 확대에 따라 개인이 주도하는 퇴직연금 자산운용 방식도 전문가에 의한 자산운용 방식으로 이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향후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자산운용을 주도하는 체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퇴직연금 시장 체계의 문제점에 대한 연구와 개선이 필요하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계열 관계가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투자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투자할 수 있는 투자상품을 선택하는데 이 과정에서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열 관계에 있는 펀드를 선호함으로써 계약자의 이익에 반할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다. 퇴직연금 판매자별 펀드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계열사 펀드는 일단 선택되면, 오래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계열사 펀드의 수익률은 비계열사 펀드의 수익률과 유의적인 차이가 없었으나, 판매보수 등 비용은 저렴하였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계열 관계가 퇴직연금 가입자의 투자 가능 펀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영향력이 퇴직연금 가입자의 이익에 반할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 정도는 개선되고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도 펀드의 선택 과정이 더 투명해지도록 노력해야 하며, 저수익-고비용 펀드를 여과하는 퇴직연금 도입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다. 최근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행되어 퇴직연금 사업자로서도 저비용-고성과 펀드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대표 펀드를 도입하여 퇴직연금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그리고 퇴직연금 가입 기업과 퇴직연금 사업자의 특수 관계도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계열 관계가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투자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투자할 수 있는 투자상품을 선택하는데 이 과정에서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열 관계에 있는 펀드를 선호함으로써 계약자의 이익에 반할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다. 퇴직연금 판매자별 펀드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계열사 펀드는 일단 선택되면, 오래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계열사 펀드의 수익률은 비계열사 펀드의 수익률과 유의적인 차이가 없었으나, 판매보수 등 비용은 저렴하였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계열 관계가 퇴직연금 가입자의 투자 가능 펀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영향력이 퇴직연금 가입자의 이익에 반할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 정도는 개선되고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도 펀드의 선택 과정이 더 투명해지도록 노력해야 하며, 저수익-고비용 펀드를 여과하는 퇴직연금 도입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다. 최근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행되어 퇴직연금 사업자로서도 저비용-고성과 펀드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대표 펀드를 도입하여 퇴직연금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그리고 퇴직연금 가입 기업과 퇴직연금 사업자의 특수 관계도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Ⅰ. 검토 배경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수익은 기업의 기여금과 함께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의 주요 원천이므로 퇴직연금 사업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수익률 제고라 할 수 있다. 특히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 DC) 퇴직연금의 운용수익은 가입자의 퇴직자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된 자산운용이 낮은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의 원인 중 하나이며, 집중의 원인으로 DC형 퇴직연금의 경우 개인이 투자위험을 부담하며 주도하는 현재의 퇴직연금 자산운용 방식이 지적되어 왔다.
국내 퇴직연금은 계약형 지배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현재 퇴직연금 시장을 보면 관리운용, 자산운용, 상품제공 사업자가 존재한다. 퇴직연금 도입 기업의 대부분이 관리운용 계약과 자산운용 계약을 동일 사업자와 체결하고 있다.1) 운용관리 사업자와 자산관리 사업자가 같은 경우가 많아 두 사업자 간의 상호 견제보다는 상호 호혜적 관계를 형성하여 가입자의 이해에 상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임금 상승률에 못 미치는 수익률과 국내 퇴직연금 지배구조의 특성이 원인이 되어 자산운용 체계의 개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러한 관심 속에서 기금형 퇴직연금에 대한 논의도 있었고, 준 공적 기관인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이 도입되었다.2)
그러나 본격적 퇴직연금 자산운용 체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현 체제에 대한 보다 엄밀한 평가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이유와 기존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역할에 대한 평가 작업이 있어야 한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적립금의 대부분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2023년 말 기준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는 적립금 비율이 80%를 넘고 있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은 상품제공자가 수익률을 보장하는 위험을 부담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잠재 비용을 포함하며, 따라서 수익률이 높아지기 어렵다. 최근 고금리 상황 속에서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이 높아지기는 하였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투자 수익률을 높이려면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물론 현재까지의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도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을 압도한다고 볼 수 없다.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현재의 자산운용 체계 내에서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이 매우 한정될 수밖에 없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투자 가능 상품 목록을 제시할 뿐 최종 선택은 가입자들이 한다. 개인이 많은 상품 중에 몇 개를 선택하는 일도 어렵지만, 일단 선택한 상품을 적절하게 비중을 조정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DB형 퇴직연금의 경우도 DC형 퇴직연금보다는 나을 수 있겠지만 모든 기업이 투자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기업이 투자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그들에게 다른 업무들이 있어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전념하기 어렵다. DB형 퇴직연금의 적립금 운용 현황을 보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대한 집중도는 DC형 퇴직연금보다 더 높고,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도 DC형 퇴직연금과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도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주요한 방안일 수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 강화를 위해서 앞서 제기된 퇴직연금 사업자의 이해상충적 행동의 정도와 심도에 대한 판단과 그러한 경향이 존재한다면 그에 대한 개선 방향도 동시에 모색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퇴직연금 자산의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과 성과를 분석한다. 현재의 자산운용 체제 내에서도 퇴직연금 사업자는 가입자가 투자할 수 있는 상품 목록을 선정함으로써 퇴직연금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운용관리 사업자가 가입자가 투자할 수 있는 펀드를 선택할 때 계열사의 펀드를 선호한다는 연구들이 국내외에서 발표되었다. 본 연구는 퇴직연금 사업자가 가입자가 투자할 수 있는 펀드 상품을 선정할 때 계열 운용사의 영향을 분석한다.
분석을 위해 제로인과 에프앤가이드가 제공하는 펀드 수익률 등 펀드 속성 관련 데이터와 펀드 판매채널별 판매잔고 데이터를 사용하였다. 본 연구의 Ⅱ장에서는 퇴직연금 적립금과 펀드의 운용 현황을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과 성과 측면에서 살펴본다. Ⅲ장에서는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열사의 관계를 분석하여, 퇴직연금 펀드의 수익률 흐름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을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Ⅳ장에서는 결과를 요약하고 본 연구의 시사점을 서술한다.
Ⅱ.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과 사업자의 역할
퇴직연금 제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기업 퇴직급여 채무의 사외적립이다. 기업이 도산하는 극한 상황에서도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보장하는 데 퇴직급여보장법의 기본 목적이 있다. 이러한 기본 역할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퇴직연금 적립금이 외견상 안전해 보이는 자산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퇴직연금 자산운용의 목적은 적립금의 적정 운용을 통해 기업의 퇴직급여 채무를 낮추거나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늘리는 데 있다. 따라서 퇴직연금의 운용수익률은 퇴직연금 사업자의 기본 역할 수행에 대한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퇴직연금 제도의 도입 이후 퇴직연금 적립금의 낮은 수익률은 퇴직연금의 주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고,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된 퇴직연금 자산운용이 그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런데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비해 편차가 크면서도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을 크게 앞서지는 못하고 있다(<그림 Ⅱ-1> (a) 참조).3) 2023년말까지의 결과를 보면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은 2023년 수익률 호조에 힘입어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누적 수익률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0.62%p). 실적배당형 상품의 낮은 수익률의 주요 원인은 금융시장의 낮은 수익률이겠지만 개인이 주도하는 자산운용 방식도 원인의 하나로 들 수 있다.
미국 401(k)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보면 수익률의 고저와 관계없이 DB형 퇴직연금과 거의 유사한 궤적을 보여준다(<그림 Ⅱ-1> (b) 참조). 1997년 이후 연수익률의 단순 평균을 비교해 보면 DB형 퇴직연금이 근소하게 앞서고 있지만(0.26%p), 2006년 이후 수익률만 비교해 보면 오히려 401(k)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근소하게 앞선다(0.42%p).
401(k)형 퇴직연금은 국내 DC형 퇴직연금처럼 개인이 투자를 주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401(k)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DB형 퇴직연금과 근사하게 움직일 수 있는 기저에는 기업과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Sialm et al., 2015). 미국 401(k)형 퇴직연금은 기업과 퇴직연금 사업자가 협력하여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국내 기업들도 퇴직연금 사업자와 함께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투자 행동과 그 성과에 대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 성과
2023년 12월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382.4조원으로 2022년말(335.9조원) 대비 46.5조원(13.8%) 증가하였다(<그림 Ⅱ-2> (a) 참조).4) 퇴직연금 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 DB) 퇴직연금 적립금이 205.3조원(53.7%), DC형 퇴직연금 적립금이 101.4조원(26.5%), IRP형 퇴직연금 적립금이 75.6조원(19.8%)에 이르고 있다. 특히 IRP형 퇴직연금은 전년 대비 18.0조원이 증가한 31.5%의 높은 증가율을 유지하였다. DC형 퇴직연금과 IRP형 퇴직연금의 운용손익은 가입자의 퇴직자산에 바로 영향을 미치므로 두 유형의 퇴직연금의 적립금 운용의 중요성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업권별로는 2011년 이후 증권사의 비중이 꾸준히 높아져 생명보험사를 넘어서기 시작하였다(<그림 Ⅱ-2> (a) 참조).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의 비중 증가는 실적배당형 상품의 증가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대부분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2023년말 기준 전체 적립금 382.4조원 중 333.3조원(87.2%)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49.1조원(12.8%)이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퇴직연금 유형별로 보면 DB형 퇴직연금 적립금 중 195.8조원(95.3%), DC형 퇴직연금 적립금 중 81.9조원(81.8), IRP형 퇴직연금 적립금 중 54.5조원(72.1%)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금융권역별로 살펴보면 보험사의 원리금보장형 상품 집중도가 가장 높고(2023년말 기준, 생명보험 92.4%, 손해보험 98.6%), 은행의 원리금보장형 상품 집중도는 90.4%이며, 증권사의 경우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26.7%로 타 권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그림 Ⅱ-2> (b) 참조).
퇴직연금 사업자는 자산운용을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익을 얻는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수익은 운용자산에 비례하므로 적립금의 증가는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된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수익률이므로 수익률은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을 평가하는 중요한 성과 지표이다. 수익률과 적립금 규모 사이의 양(+)의 관계가 형성되어야 가입자와 퇴직연금 사업자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2023년말 기준 퇴직연금 시장의 점유율을 살펴보면 전체 43개사 퇴직연금 사업자 중 상위 8개사의 점유율이 62.9%(적립금 합계 252.4조원), 상위 12개사의 점유율이 78%((적립금 합계 306.7조원)로 시장 집중도가 매우 높다.5) 그런데 퇴직연금 사업자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와 수익률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수익률과 적립금 규모를 살펴보면, 수익률이 비슷한 경우에도 적립금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나타난다(<그림 Ⅱ-3> (a) 참조). 수익률만으로 퇴직연금 시장의 점유율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러한 경향은 증권사의 장기 수익률이 가장 높지만 시장 점유율은 은행권이 훨씬 높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말 기준 5년 및 10년 연환산 수익률 모두 증권사(각각 2.93%, 2.40%)가 가장 높았으나 증권사의 점유율은 22.7%로 5년 및 10년 연환산 수익률이 훨씬 낮은(각각 2.15%, 1.95%) 은행권의 점유율 51.8%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고용노동부ㆍ금융감독원, 2024). 퇴직연금 사업자 중 상위사들이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퇴직연금 가입 기업과의 계열 관계 또는 대출 등을 연계로 하는 가입 기업과 은행의 관계 형성을 들 수 있다. 상위 12개사 중 비은행권 퇴직연금 사업자 두 곳의 계열사 자금 비중이 각각 86.3%, 57.4%로 매우 높다. 계열사 자금 또는 대출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기업의 자금은 수익률 변동에 따른 이동이 적을 것이다.
DC형 퇴직연금과 IRP형 퇴직연금의 경우 수익률이 가입자의 적립금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수익률 제고에 대한 유인이 DB형 퇴직연금에 비해 높고, 그 결과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도 높다. 동일 유형의 퇴직연금 내에서도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이 높을수록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이 높았다(<그림 Ⅱ-3> (b) 참조). 이러한 관계는 IRP형 퇴직연금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고, DB형 퇴직연금에서도 발견된다. 퇴직연금 가입 기업의 선택에 따라 퇴직연금 사업자가 결정되지만,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투자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결정하는데, 수익률이 자산배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수익률 제고를 위한 가입자와 가입 기업의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 퇴직연금 펀드의 규모 증가와 구성 변화
2023년말 기준 퇴직연금 펀드의 순자산은 42.8조원으로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384.2조원 대비 비중이 11.2%에 도달하였다. 2022년말 29.5조원으로 감소하였던 퇴직연금 펀드(증권집합투자증권) 순자산은 2023년말 39.6조원으로 증가하였다.6) 2023년말 퇴직연금 펀드의 자산 유형별 비중은 주식형이 33.8%, 주식혼합형이 16.5%, 채권혼합형이 20.4%, 채권형이 21.0%이다.7) 2016년 이후 채권형, 채권혼합형 펀드의 비중이 크게 감소하고, 주식형, 주식혼합형 펀드의 비중이 큰 폭으로 확대되었다. 주식형, 주식혼합형 펀드의 확대에는 TDF의 증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2023년말 TDF의 적립액은 9.0조원으로 전체 퇴직연금 펀드의 21.1%로 성장하였다. 최근 퇴직연금 펀드 구성의 큰 변화 중의 하나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ETF의 확대를 들 수 있다. 2022년말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중 ETF의 규모는 이미 TDF의 규모를 넘어섰고 2023년말 규모는 주식형 펀드의 규모를 넘어섰다.8) ETF의 증가는 일반 펀드에서도 더욱 확연히 나타나고 있는데, 퇴직연금 펀드 내에서 ETF 비중은 일반 펀드에 비해서는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이후 크게 세 번의 수익률 상승이 관찰되었다. 과거 상승 때는 일반 펀드의 수익률이 퇴직연금 펀드의 수익률을 앞서고 있지만 2023년 상승 때는 그 폭이 비슷하였다(<그림 Ⅱ-4> (a) 참조). 퇴직연금 펀드의 수익률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에 비해 크게 앞서지 못하고 있다. 퇴직연금 펀드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국내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의 수익률이 낮았기 때문이다.9) 대표적인 퇴직연금 펀드인 TDF의 경우 ETF에 비해 수익률 측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보수율에서 큰 차이를 보여 최근 퇴직연금 펀드의 ETF로의 이동 원인을 짐작할 수 있다. TDF는 향후 개인 주도의 퇴직연금 펀드를 기관 중심의 장기적 투자로 전환할 수 있는 주요 통로로서 중요성이 있는데, ETF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할 퇴직연금 자산운용이 현재처럼 개인 주도의 단기적 자산운용에 머물거나, ETF의 매매 편리성과 맞물려 단기적 자산운용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급증하는 ETF의 수로 미루어 볼 때 현재 퇴직연금 투자자가 겪는 펀드 선택의 어려움이 ETF 선택의 어려움으로 반복될 수 있다.
퇴직연금의 평균 총보수율은 일반 펀드에 비해 낮지만, 순자산으로 가중 평균한 일반 펀드의 보수율이 퇴직연금 펀드의 보수율보다 낮았다(<그림 Ⅱ-4> (b) 참조). 일반 펀드의 투자가 저비용 펀드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퇴직연금 펀드의 경우 저비용 집중 경향이 덜하다고 볼 수 있다. 퇴직연금에서 ETF에 투자된 금액이 별도로 발표되지 않아 반영되지 못한 측면도 있다.
Ⅲ. 퇴직연금 사업자의 펀드 선택과 계열 운용사의 영향
본 장에서는 퇴직연금 사업자 간의 계열 관계가 퇴직연금 펀드 선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시사점을 찾아본다. 국내 펀드 판매사별 판매 데이터와 펀드 특성 자료를 이용하여 퇴직사업자의 계열 관계가 퇴직연금 펀드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분석하였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가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펀드를 추천함으로써 퇴직연금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펀드의 최종 선택은 가입자들이 결정하지만,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그 가입자들의 선택 범위를 결정한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펀드 선정 과정에서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열 관계에 있는 자산운용사의 펀드가 특혜를 받는다는 실증 결과들이 제시되고 있다.
1.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열사의 영향
퇴직연금 사업자의 중요성이 주목받을수록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가입자들의 이익에 상충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Pool et al.(2016)에 따르면 401(k)형 퇴직연금에서 서비스 제공사가 계열사의 펀드에 대해 선호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퇴직연금 사업자가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펀드의 삭제 및 추가에서 계열사 펀드가 비계열사 펀드보다 이전 성과에 덜 민감하였고, 계열사 펀드의 후속 성과가 저조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펀드 선택이 합리적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국내에서도 퇴직연금 사업자가 계열 운용사의 펀드를 우대한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고 있다(김재현 외, 2019). 그러나 성주호 외(2019)는 퇴직연금 사업자와 자산운용사의 관계가 적립금 운용 펀드 수익률에 미치는 유의한 차이는 발견하지 못하였다.
퇴직연금 사업자와 펀드 제공사 사이에 계열 관계가 없어도 양자 사이에 수익분배를 통해 가입자의 이해와 상충하는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Pool et al., 2022). 수익분배가 이루어지는 퇴직연금 펀드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투자 목록에 추가될 가능성이 더 높았고, 제외될 가능성은 더 낮았다. 또한 이러한 펀드들의 비용은 더 높았으며, 비용이 성과에 의해 상쇄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이면 보상 사례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시장지배력에 비례하여 증가하였는데, 이는 계열 관계가 없는 자산운용사가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권을 얻기 위해 수익을 배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401(k)형 퇴직연금 펀드 중 상당수의 열위 펀드가 지속해서 펀드 리스트에 유지되고 있다(Ayres & Curtis, 2015). 여기서 열위 펀드란 상대적으로 수익이 낮거나 비용이 높은 펀드들을 의미한다. 퇴직연금 펀드의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열위 펀드들의 제외도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한편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계열사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가입 기업과 퇴직연금 사업자가 선정하는 퇴직연금 펀드 목록이 비교적 효율적으로 선정되었으며, 이러한 효율적 투자 목록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가입자들의 투자 지식 부족 등 가입자의 요인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Tang et al., 2010). 그리고 Bauer & Frehen(2008)은 미국 퇴직연금 펀드는 그들의 벤치마크 대비 유사한 성과를 보이지만 일반 뮤추얼 펀드는 벤치마크 대비 낮은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이를 퇴직연금 펀드가 뮤추얼 펀드에 비해 숨은 대리인 비용에 적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으로 해석하였다.
박영석ㆍ백강(2014)은 펀드판매사의 계열사 펀드 판매 집중도가 펀드 판매보수와 유의한 양(+)의 관계를 갖고, 판매보수의 분산을 감소시키며, 펀드판매사의 운용성과와 유의한 음(-)의 관계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계열금융사 간 반경쟁적 거래가 시장구조를 왜곡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석하였다.
2. 실증 분석
가. 분석 자료
제로인에서 제공하는 2011년 1월에서 2023년 12월까지의 월별 자료를 사용하였다. 이 자료는 펀드의 도입일, 설정액, 펀드 유형, 수익률 등 펀드의 기본정보를 제공한다. 본 자료는 이미 청산된 펀드의 자료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에프앤가이드사가 제공한 월별 펀드 판매사별 펀드 판매잔고 데이터를 사용하였다. 이와 함께 분석 과정에서 필요한 변수 생성을 위해 금융투자협회, 한국은행, 통계청에 공개된 주가지수, 기준금리, 임금 상승률 등의 변수들도 분석에 참조하였다.
국내 주식형, 국내 주식혼합형, 국내 채권형, 국내 채권혼합형. 해외 주식형, 해외 주식혼합형, 해외 채권형, 해외 채권혼합형, 해외 기타형 등 기본 유형의 펀드를 주요 분석 대상으로 하였다. 단, 퇴직연금 펀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TDF도 별도의 범주로 분석에 포함하였다. 연금 펀드가 거의 없는 사모펀드와 특수 유형의 펀드는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MMF, 운용기간 1년 미만의 펀드, 그리고 순자산 3억원 이하의 펀드는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나. 모형 및 주요 변수의 기술 통계
본 연구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펀드 선택에 미치는 계열 관계 운용사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Pool et al.(2016)의 분석 틀을 이용하였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펀드 선택은 가입자의 선택 가능 투자 목록에 새로운 펀드를 추가하는 결정과 기존 목록에 있던 펀드를 제외하는 결정이 있을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퇴직연금 펀드의 판매자별로 매월 새로 추가되는 펀드를 신규 펀드로 분류하였으며, 펀드 판매자별로 제외되는 펀드를 제외 펀드로 분류하였다. 특정 판매자가 개별 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하여 판매가 중단되기까지 기간을 지속 기간으로 계산하였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펀드 선택에 대한 계열 자산운용사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회귀모형을 사용하였다.10)
(펀드의 선택, 제외, 판매 지속기간)
펀드의 선택, 제외 변수를 종속변수로 사용할 때는 로지스틱 회귀모형을 사용하였으며, 펀드의 판매 지속기간을 종속변수로 사용할 때는 패널 고정효과 모형을 사용하였다. Pool et al.(2016)의 연구에서는 계열 관계 더미의 예상 부호는 펀드 선택 더미가 종속변수로 사용된 모형에서는 양(+), 제외 펀드 더미가 종속변수로 사용된 모형에서는 음(-), 판매 지속기간이 종속변수로 사용된 모형에서는 양(+)이다. Pool et al.(2016)의 데이터는 연금 플랜별, 즉 퇴직연금 가입 기업 또는 사업장별 펀드 데이터이다. 따라서 퇴직연금 사업자의 계열사 펀드가 추가될 때 그 펀드가 계열사 신규 펀드 1개로 간주된다. 그런데 본 연구의 데이터는 판매사별 펀드 판매잔고 데이터이기 때문에 신규 펀드가 특정 계열 판매사에 추가될 때 계열사 신규 펀드 1개로 간주되지만, 동시에 복수의 다른 판매사에 추가된다면 비계열사 펀드 1개 또는 복수로 간주된다. 따라서 데이터의 속성상 신규 더미의 예상 부호는 (+)/(-) 모두 가능하다.
통제변수로는 수익률, 펀드 규모, 비용 등 펀드 특성 변수를 사용하였다. 수익률 변수를 사용할 때 연수익률을 사용하였다. 펀드 규모(fund size)는 억원 단위의 순자산액의 로그 값으로 측정하였다. 펀드 보수율은 총보수율을 사용하였다. 펀드 연령, 즉 운용기간은 펀드 도입일 이후 관찰 일까지의 기간을 월 단위로 측정하였다.
<표 Ⅲ-1>은 표본의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퇴직연금 펀드의 평균 규모는 156.9억원이다. 평균 0.83%(연)의 비용을 부과하며, 평균 수익률은 월 0.36%, 연 4.49%이다. 퇴직연금 펀드 평균 연령은 63.0개월로 일반 펀드 75.8개월에 비해 짧다. <표 Ⅲ-2>는 주요 변수 간의 상관계수를 제시한다. 총비용률은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낮아지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펀드 규모는 연간 수익률, 연령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총비용률은 수익률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으며, 펀드 연령과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또한 펀드 연령은 수익률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다. 분석 결과
먼저 펀드 목록에서 제외된 펀드의 더미 변수를 종속변수로 사용한 모형에서는 계열사 펀드 더미의 계수가 유의적 음(-)의 값을 보여, 계열사 펀드들이 펀드 목록에서 제외될 확률이 비계열사 펀드에 비해 작음을 보여준다(<표 Ⅲ-3> 참조). 수익률이 높을수록 제외될 확률이 낮아진다. 출시된 지 오래된 펀드일수록 제외될 확률이 높아진다. 펀드 규모가 클수록 목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작아진다. 한편 비용이 높을수록 제외될 확률이 낮아진다. 이러한 관계는 Pool et al.(2016)의 결과와 상반되는 결과인데, 국내 퇴직연금 사업자의 경우 투자 가능 목록에 미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많은 펀드들이 올라 있어 비용이 높은 펀드에 대한 퇴출 압력이 적은 것으로 해석된다. 오히려 계열사 펀드에 대해 보다 엄격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열 자산운용사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펀드 판매 후 존속 기간을 종속변수로 하고 계열사 더미 등을 독립변수로 하는 회귀분석을 실행하였다(<부록 표 A-1> 참조).11) 계열 자산운용사의 더미 변수는 유의적 양(+)의 계수를 보여준다. 즉 계열사 펀드는 일단 판매가 시작되면 지속되는 성향이 비계열 운용사의 펀드에 비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펀드 추가 시의 더미를 사용한 로짓 모델에서는 계열사 더미의 부호가 음(-)으로 나타나 계열사 펀드가 새로 추가될 확률이 비계열사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신규 펀드 추가 더미 변수가 양(+)의 부호를 갖는다는 기존의 연구와 상반되는 결과처럼 보인다(Pool et al., 2016).12) 그러나 국내 퇴직연금 펀드 시장의 구조를 살펴보면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국내 퇴직연금 펀드 시장의 경우 하나의 펀드가 계열 퇴직연금 사업자의 투자 목록에 추가될 때, 동시에 다른 퇴직연금 사업자의 펀드에도 추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13년부터 시행된 계열사 펀드 판매 비율 제한 조치의 영향도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2013년부터 계열사 펀드의 판매 비율이 50%로 제한되었으며, 2018년 이후 25%로 제한이 엄격해졌다. 이러한 조치는 판매 금액에 대한 제한이므로 펀드 개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나 기존의 계열사 펀드만으로 한도 비율에 도달한 퇴직연금 사업자에게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13)
국내 퇴직연금 펀드는 평균 8개사 이상의 판매사를 통해 판매된다(<그림 Ⅲ-1> (a) 참조). 일반 펀드와 판매사 수의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펀드 판매사)가 제공(판매)하는 퇴직연금 펀드 수는 2017년 이후 급격히 증가였는데, 계열사 펀드의 수의 상대적 비중이 줄고 있다(<그림 Ⅲ-1> (b) 참조).
계열사의 수익률 더미 변수의 부호는 음(-)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에 따라 신규 펀드 추가 확률이 달라지는데 계열사 펀드의 경우 그 민감도가 낮아진다는 의미이다. Pool et al.(2016)은 계열사 펀드에 대한 수익률의 민감도 완화를 퇴직연금 사업자의 계열사 펀드에 대한 편향의 주요 근거로 해석하였다. 총보수율이 높으면 펀드 추가 확률이 낮아지는 관계를 보이는데, 여기서도 계열사 펀드에 대해서는 관대화 경향이 보인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퇴직연금 펀드를 제시하므로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퇴직연금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와의 계열사 관계가 퇴직연금 펀드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영향이 자산운용의 성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계열 관계에 따른 수익률과 비용률을 비교해 보았다.
<표 Ⅲ-5>는 펀드의 유형별 퇴직연금 사업자와 자산운용사의 계열 관계에 따른 수익률과 비용률을 보여준다. 퇴직연금 펀드의 경우 계열사의 펀드가 수익률이 낮고, 총비용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펀드의 경우에도 동일한 경향이 발견된다. 이러한 차이의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하기 위해 실시한 t-test 결과 퇴직연금 펀드 수익률의 경우에는 유의적인 차이가 없었으나, 비용 측면에서는 유의적인 차이가 확인되었다.14) 총비용은 다소 낮으나 그 낮은 비용이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15) 이에 비해 일반 펀드는 계열사 펀드의 낮은 비용이 수익률도 낮추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계열사 펀드와 비계열사 펀드의 비용 차이가 퇴직연금 펀드에 비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로 미루어 볼 때 국내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펀드의 선택, 제외와 유지 시의 계열사 편의는 비용과 수익 측면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일반 펀드에 비해 퇴직연금 펀드에서 편의가 적어 보인다. 퇴직연금의 경우 상대적으로 도입 초기이므로 감독 기관에 의한 감독, 퇴직연금 가입 기업의 여과 효과 등이 작동한 결과로 보인다.
퇴직연금 펀드를 포함한 펀드의 주요 판매채널은 은행과 증권사인데, 증권사 판매 집중도가 높은 펀드가 수익률은 높고, 비용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홍원구, 2024).16) 계열 관계와 판매채널의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수익률과 비용률을 종속변수로 하고 계열 펀드 더미와 집중 판매채널 더미를 사용한 회귀분석을 실행하였다. 은행 판매 집중도가 70% 이상인 펀드와 증권사 판매 집중도가 70% 이상인 펀드만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연도 더미, 판매사 더미, 주식형 펀드 등 9가지 펀드 유형 더미를 포함한다. 계열사 펀드는 수익률이 높고, 비용이 낮은 경향이 있으며, 증권사 판매 집중 펀드들은 수익률은 높고, 비용은 낮은 경향이 있다(<표 Ⅲ-6> 참조). 계열 관계의 증권사 집중 펀드는 증권사 집중 펀드의 계수를 일부 상쇄하는 경향이 있다. 계열 관계의 연금 펀드는 비용 측면에서 낮지만 수익률도 낮게 나타나고 있다. 계열 연금 펀드의 효과와 계열 펀드 효과는 서로 상쇄하는 효과가 두 효과를 합치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순자산 규모는 수익률과 양의 관계 비용률과는 음의 관계를 보인다. 전체적으로 계열사 펀드의 영향이 수익률, 비용 측면에서 투자자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혼재하고 있다. 또한 증권사 집중 펀드는 수익률과 비용 측면에서 투자자에게 유리한 경향을 보여 퇴직연금 사업자의 선택이 퇴직연금 가입 기업과 가입자에게 중요함을 시사한다.
Ⅳ. 맺음말
퇴직연금 사업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퇴직연금 적립금의 수익률 제고라고 한다면 그동안 퇴직연금 사업자의 성과는 만족스럽고는 할 수 없다. 퇴직연금 유형별로 보나, 운용 상품별로 보나 퇴직연금 수익률이 임금 상승률에 비해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퇴직연금 자산운용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전문가가 아닌 퇴직연금 가입자나 퇴직연금 가입 기업의 담당자가 최종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은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회사들이 위험을 부담하는 구조이므로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기 어려우며,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은 국내 금융시장의 수익률이 낮았기 때문에 기본적인 한계를 보였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수익률이 높은 퇴직연금 사업자의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높아지는 등 퇴직연금 사업자의 수익률과 적립금 규모가 연동되는 선순환의 구조의 조짐이 보인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펀드 선택 등을 통해 가입자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계열 관계사에 배려 등 편의적 요인이 개입될 수 있다. 펀드 판매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국내 퇴직연금 사업자도 이러한 이해상충적 행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함을 보았다. 다만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특성상 Pool et al.(2016)에서 보여준 것처럼 신규 펀드 선정에 수적, 비율적 우위를 점하는 방식이 아닌 펀드 추가 시 계열사 펀드에 다소 완화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추가된 계열사 펀드를 오래 유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신규 펀드 추가에서 발견되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계열사 편향은 계열 펀드 판매 비중 한도 규제와 2010년대 후반 퇴직연금 펀드의 급증으로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퇴직연금 사업자의 계열사 펀드가 비계열사 펀드에 비해 판매보수 등 비용 측면에서는 낮았고, 수익률 측면에서는 유의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퇴직연금 도입 기업은 적정한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택함으로써 퇴직연금 사업자 사이의 특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의의 영향을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또한 퇴직연금 도입 기업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퇴직연금 사업자와 함께 투자 가능 펀드의 범위를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은 펀드에 대한 여과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17) 2024년 10월말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작되었으므로 퇴직연금 사업자로서도 저비용, 고성과 펀드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18) 그동안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퇴직연금 제도 도입 초기에 가입자의 운용 폭 확대에 초점을 두어 가능한 다양한 펀드를 추가하였다. 향후 기금형 퇴직연금이나 집합적 투자방식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소수의 대표 펀드, ‘OO퇴직연금사 퇴직연금 펀드’로 줄여 가입자의 선택에 의한 집중을 유도해야 한다.19) 퇴직연금 사업자의 대표 펀드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대부분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어 실적배당형 상품, 즉 퇴직연금 펀드의 수익률이 높아져도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은 퇴직연금 사업자의 실적배당형 적립금 비중이 높아지는 것에서 보듯이 수익률에 대한 가입자의 반응이 민감해지고 있다. 한편 상위 퇴직연금 사업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수익률이 최고가 아니어도 가입 기업들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본 연구의 주제와는 다른 차원의 계열 관계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계열 금융회사를 퇴직연금 사업자를 지정한다든지 중소기업들이 주거래 은행과 퇴직연금 운용관리와 자산관리 계약을 맺는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퇴직연금 가입 기업과 퇴직연금 사업자와의 특수 관계는 퇴직연금 수익률에 대한 퇴직연금 가입 기업의 민감도를 둔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와 일부 퇴직연금 시장에 존재하는 특수 관계의 역효과 완화 등을 이유로 퇴직연금 지배구조와 기금형 퇴직연금의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였다. 이러한 논의 연장선에서 집합적 확정기여형(Collective Defined Contribution: CDC) 퇴직연금 제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20) 그러나 수익률의 차이는 기금형 퇴직연금 또는 CDC형 퇴직연금과 계약형 퇴직연금의 차이라기보다는 자산운용의 결정 주체의 차이에서 있다는 평가가 적절할 듯하다. 즉 어떤 방식이든 퇴직연금 기금은 자산운용 전문가에 의해 자산운용이 이루어지는 데 반해, 일반 퇴직연금의 자산운용은 개인이 주도한다. 양자의 투자 전문성 차이에서 수익률 격차가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자산운용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퇴직연금 사업자가 주도하는 자산운용 체제의 도입도 가능하다.21) 일부 존재하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계열사 편의 등 문제점의 개선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1) 본 연구에서는 두 사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퇴직연금 사업자로 지칭한다. 퇴직연금 사무관리 업체와 자산운용 계약자가 동일한 경우는 미국 등 외국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운용관리 업무는 가입자에 대한 적립금 운용방법 및 운용방법별 정보의 제공, 연금제도 설계 및 연금계리, 적립금 운용 현황의 기록ㆍ보관ㆍ통지, 가입자가 선정한 운용방법을 자산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전달하는 업무 등이며, 자산관리 업무는 계좌의 설정 및 관리, 부담금의 수령 및 퇴직급여의 지급, 적립금의 보관 및 관리, 운용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퇴직연금 사업자가 전달하는 적립금 운용지시의 이행 등을 말한다.
2)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은 최초의 기금형 퇴직연금이라 할 수 있는데, 민간기업이나 금융회사가 아닌 공공기관을 통해 도입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3)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은 2010년 3/4분기 이후 구분하여 공시되고 있다.
4) 2022년 12월말 퇴직연금 가입자는 694.8만명이며, 제도 유형별로는 DB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308.3만명(44.4%), 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373.0만명(53.4%)(IRP특례 포함)이다(통계청, 2023).
5) 2023년말 기준 퇴직연금 운용관리 사업자는 총 46개사(은행 13, 생명보험사 11, 손해보험사 6, 금융투자회사 15, 근로복지공단)이나, 전북은행ㆍ하나생명ㆍDB금융투자는 운용관리 실적이 없다. 이 중 상위 8개사는 적립금 규모가 20조원을 넘는 사업자이며, 12개사는 적립금 규모가 10조원을 넘는 사업자이다. 상위 8개사에는 생명보험사 1개사, 증권사 1개사, 은행 6개사가 포함된다.
6) 집합투자증권 중 증권집합투자증권을 의미한다. 여기에 부동산집합투자증권, 특별자산집합투자증권, 혼합집합투자증권을 더한 전체 집합투자증권의 합계액은 2023년말 기준 42조 8,328억원이다. 퇴직연금 적립금 대비 비중은 11.2%(= 42.8/384.2)이다.
7) 주식형은 주식편입비율 60% 이상, 주식혼합형은 주식편입비율 40% 초과 60% 미만, 채권혼합형은 주식편입비율 0% 초과 40% 이하, 채권형은 주식편입비율 0%이다.
8) 금융투자협회 내부 자료. ETF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ETF에 투자된 퇴직연금 규모에 대한 공식 통계가 없다. 현재 퇴직연금 TDF의 규모는 주식형 펀드 등과 혼재되어 분류되지만, 금융감독원 통계에 별도 항목으로 발표되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투자되는 ETF에 대한 통계도 집계, 발표되어야 한다.
9) 2011~2023년말까지 KOSPI의 누적 수익률은 33.1%, 종합채권지수의 누적 수익률은 39.7%이었는데 같은 기간 MSCI ACWI의 누적 수익률은 125.2%이었다.
10) Pool et al.(2016)의 모형을 참조하여 변수를 선정하였다. 계열사 펀드 더미를 통해 퇴직연금 사업자의 계열사 편의를 모두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변수, 예를 들어 수익률에 대한 민감도 등을 통해 추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1) 다차원 고정효과(high dimensional fixed effects) 모델을 사용하였다.
12) 국내 퇴직연금 펀드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계열사 더미의 영향이 양(+)의 효과를 보였다(김재현 외, 2019). 김재현 외(2019)는 2010~2017년 퇴직연금 펀드 데이터를 분석하였고, 데이터의 분석을 순자산 10억원 이상 펀드로 한정하였다.
13) 만약 모든 펀드가 동일 금액만큼 판매된다고 가정하면, 판매사 입장에서 50% 룰을 지키기 위해서는 2개 이상의 운용사의 펀드가 필요한데 이 경우 계열사 펀드 추가 1개에 대하여 비계열사 펀드 추가 효과 1개가 생긴다. 25% 룰을 지키려면 비계열 운용사의 펀드 3개가 필요하다.
14) 수익률 또는 비용률을 종속변수로 하고, 계열사 더미를 독립변수로 하는 회귀분석의 결과도 같았다.
15) 분석 기간 중 펀드 비용과 수익률의 관계는 정(+)의 관계를 보인다(corr = 0.0189***).
16) 증권사 판매 집중도란 특정 펀드가 증권사를 통해 판매되는 비중이다. 예를 들어 어떤 펀드의 증권사 판매 집중도가 90%라면 그 펀드의 90%가 증권사를 통해 판매되었으며, 나머지 10%가 다른 판매채널을 통해 판매되었음을 의미한다.
17) 미국의 401(k)형 퇴직연금의 경우 가입자가 투자할 수 있는 펀드 수는 평균 14개로 국내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폭에 훨씬 못 미친다. 반면에 전체 기업의 9.5% 정도에 해당하는 기업은 증권사 계좌를 연결하여 일반 투자자와 비슷한 투자 옵션을 제공하기도 한다(Ayres & Curtis, 2015). Pool et al.(2016)의 분석 대상에 포함된 퇴직연금들도 평균 12.55개(7~18개)의 펀드를 투자 목록에 제시하고 있다.
18)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 운용상품을 매도(해지)하지 않고 퇴직연금 사업자만 바꾸어 이전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19) 이러한 대표 펀드에 대해서는 계열사 판매 비중 제한을 완화하거나 유예하는 조치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대표 펀드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또한 펀드 선택의 다양성을 원하는 가입자들에게 현재보다도 더욱 확대된 투자 목록, 예를 들어 출시된 모든 퇴직연금 펀드를 제공하는 방식도 동시에 진행한다면 특정한 대표 펀드의 선택에 대한 수용성도 더욱 높아질 수 있다.
20) CDC형 퇴직연금은 DB형 퇴직연금과 달리 기업이 퇴직급여에 대한 약속, 보장, 또는 확정하지 않으며, DC형 퇴직연금과 달리 가입자의 개별적인 자산운용 방식이 아닌 공동 또는 집합적인 자산운용 방식을 취한다. 집합적 자산운용이 CDC형 퇴직연금의 주요 특징이기는 하지만, DC형 퇴직연금 중 비기여형 퇴직연금은 집합적 자산운용 방식을 주로 채용하였다. 비기여형(non-contributory) 퇴직연금이란 근로자가 기여금을 내지 않고, 사용자의 기여금으로만 운용되는 연금을 의미한다.
21) 금융회사들이 참여하는 영국의 마스터 신탁(Master Trust) 방식이나 호주의 소매형 펀드(Retail Funds) 방식 등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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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g, N., MItchell, O.S., Mottola, G.R., Utkus, S.P., 2010, The efficiency of sponsor and participation portfolio choices in 401(k) plans, Journal of Public Economics 94(2), 1073–1085.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수익은 기업의 기여금과 함께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의 주요 원천이므로 퇴직연금 사업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수익률 제고라 할 수 있다. 특히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 DC) 퇴직연금의 운용수익은 가입자의 퇴직자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된 자산운용이 낮은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의 원인 중 하나이며, 집중의 원인으로 DC형 퇴직연금의 경우 개인이 투자위험을 부담하며 주도하는 현재의 퇴직연금 자산운용 방식이 지적되어 왔다.
국내 퇴직연금은 계약형 지배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현재 퇴직연금 시장을 보면 관리운용, 자산운용, 상품제공 사업자가 존재한다. 퇴직연금 도입 기업의 대부분이 관리운용 계약과 자산운용 계약을 동일 사업자와 체결하고 있다.1) 운용관리 사업자와 자산관리 사업자가 같은 경우가 많아 두 사업자 간의 상호 견제보다는 상호 호혜적 관계를 형성하여 가입자의 이해에 상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임금 상승률에 못 미치는 수익률과 국내 퇴직연금 지배구조의 특성이 원인이 되어 자산운용 체계의 개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러한 관심 속에서 기금형 퇴직연금에 대한 논의도 있었고, 준 공적 기관인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이 도입되었다.2)
그러나 본격적 퇴직연금 자산운용 체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현 체제에 대한 보다 엄밀한 평가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이유와 기존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역할에 대한 평가 작업이 있어야 한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적립금의 대부분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2023년 말 기준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는 적립금 비율이 80%를 넘고 있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은 상품제공자가 수익률을 보장하는 위험을 부담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잠재 비용을 포함하며, 따라서 수익률이 높아지기 어렵다. 최근 고금리 상황 속에서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이 높아지기는 하였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투자 수익률을 높이려면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물론 현재까지의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도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을 압도한다고 볼 수 없다.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현재의 자산운용 체계 내에서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이 매우 한정될 수밖에 없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투자 가능 상품 목록을 제시할 뿐 최종 선택은 가입자들이 한다. 개인이 많은 상품 중에 몇 개를 선택하는 일도 어렵지만, 일단 선택한 상품을 적절하게 비중을 조정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DB형 퇴직연금의 경우도 DC형 퇴직연금보다는 나을 수 있겠지만 모든 기업이 투자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기업이 투자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그들에게 다른 업무들이 있어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전념하기 어렵다. DB형 퇴직연금의 적립금 운용 현황을 보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대한 집중도는 DC형 퇴직연금보다 더 높고,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도 DC형 퇴직연금과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도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주요한 방안일 수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 강화를 위해서 앞서 제기된 퇴직연금 사업자의 이해상충적 행동의 정도와 심도에 대한 판단과 그러한 경향이 존재한다면 그에 대한 개선 방향도 동시에 모색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퇴직연금 자산의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과 성과를 분석한다. 현재의 자산운용 체제 내에서도 퇴직연금 사업자는 가입자가 투자할 수 있는 상품 목록을 선정함으로써 퇴직연금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운용관리 사업자가 가입자가 투자할 수 있는 펀드를 선택할 때 계열사의 펀드를 선호한다는 연구들이 국내외에서 발표되었다. 본 연구는 퇴직연금 사업자가 가입자가 투자할 수 있는 펀드 상품을 선정할 때 계열 운용사의 영향을 분석한다.
분석을 위해 제로인과 에프앤가이드가 제공하는 펀드 수익률 등 펀드 속성 관련 데이터와 펀드 판매채널별 판매잔고 데이터를 사용하였다. 본 연구의 Ⅱ장에서는 퇴직연금 적립금과 펀드의 운용 현황을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과 성과 측면에서 살펴본다. Ⅲ장에서는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열사의 관계를 분석하여, 퇴직연금 펀드의 수익률 흐름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을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Ⅳ장에서는 결과를 요약하고 본 연구의 시사점을 서술한다.
Ⅱ.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과 사업자의 역할
퇴직연금 제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기업 퇴직급여 채무의 사외적립이다. 기업이 도산하는 극한 상황에서도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보장하는 데 퇴직급여보장법의 기본 목적이 있다. 이러한 기본 역할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퇴직연금 적립금이 외견상 안전해 보이는 자산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퇴직연금 자산운용의 목적은 적립금의 적정 운용을 통해 기업의 퇴직급여 채무를 낮추거나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늘리는 데 있다. 따라서 퇴직연금의 운용수익률은 퇴직연금 사업자의 기본 역할 수행에 대한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퇴직연금 제도의 도입 이후 퇴직연금 적립금의 낮은 수익률은 퇴직연금의 주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고,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된 퇴직연금 자산운용이 그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런데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비해 편차가 크면서도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을 크게 앞서지는 못하고 있다(<그림 Ⅱ-1> (a) 참조).3) 2023년말까지의 결과를 보면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은 2023년 수익률 호조에 힘입어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누적 수익률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0.62%p). 실적배당형 상품의 낮은 수익률의 주요 원인은 금융시장의 낮은 수익률이겠지만 개인이 주도하는 자산운용 방식도 원인의 하나로 들 수 있다.
미국 401(k)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보면 수익률의 고저와 관계없이 DB형 퇴직연금과 거의 유사한 궤적을 보여준다(<그림 Ⅱ-1> (b) 참조). 1997년 이후 연수익률의 단순 평균을 비교해 보면 DB형 퇴직연금이 근소하게 앞서고 있지만(0.26%p), 2006년 이후 수익률만 비교해 보면 오히려 401(k)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근소하게 앞선다(0.42%p).
401(k)형 퇴직연금은 국내 DC형 퇴직연금처럼 개인이 투자를 주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401(k)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DB형 퇴직연금과 근사하게 움직일 수 있는 기저에는 기업과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Sialm et al., 2015). 미국 401(k)형 퇴직연금은 기업과 퇴직연금 사업자가 협력하여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국내 기업들도 퇴직연금 사업자와 함께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투자 행동과 그 성과에 대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 성과
2023년 12월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382.4조원으로 2022년말(335.9조원) 대비 46.5조원(13.8%) 증가하였다(<그림 Ⅱ-2> (a) 참조).4) 퇴직연금 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 DB) 퇴직연금 적립금이 205.3조원(53.7%), DC형 퇴직연금 적립금이 101.4조원(26.5%), IRP형 퇴직연금 적립금이 75.6조원(19.8%)에 이르고 있다. 특히 IRP형 퇴직연금은 전년 대비 18.0조원이 증가한 31.5%의 높은 증가율을 유지하였다. DC형 퇴직연금과 IRP형 퇴직연금의 운용손익은 가입자의 퇴직자산에 바로 영향을 미치므로 두 유형의 퇴직연금의 적립금 운용의 중요성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업권별로는 2011년 이후 증권사의 비중이 꾸준히 높아져 생명보험사를 넘어서기 시작하였다(<그림 Ⅱ-2> (a) 참조).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의 비중 증가는 실적배당형 상품의 증가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대부분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2023년말 기준 전체 적립금 382.4조원 중 333.3조원(87.2%)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49.1조원(12.8%)이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퇴직연금 유형별로 보면 DB형 퇴직연금 적립금 중 195.8조원(95.3%), DC형 퇴직연금 적립금 중 81.9조원(81.8), IRP형 퇴직연금 적립금 중 54.5조원(72.1%)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금융권역별로 살펴보면 보험사의 원리금보장형 상품 집중도가 가장 높고(2023년말 기준, 생명보험 92.4%, 손해보험 98.6%), 은행의 원리금보장형 상품 집중도는 90.4%이며, 증권사의 경우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26.7%로 타 권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그림 Ⅱ-2> (b) 참조).
퇴직연금 사업자는 자산운용을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익을 얻는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수익은 운용자산에 비례하므로 적립금의 증가는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된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수익률이므로 수익률은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을 평가하는 중요한 성과 지표이다. 수익률과 적립금 규모 사이의 양(+)의 관계가 형성되어야 가입자와 퇴직연금 사업자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2023년말 기준 퇴직연금 시장의 점유율을 살펴보면 전체 43개사 퇴직연금 사업자 중 상위 8개사의 점유율이 62.9%(적립금 합계 252.4조원), 상위 12개사의 점유율이 78%((적립금 합계 306.7조원)로 시장 집중도가 매우 높다.5) 그런데 퇴직연금 사업자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와 수익률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수익률과 적립금 규모를 살펴보면, 수익률이 비슷한 경우에도 적립금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나타난다(<그림 Ⅱ-3> (a) 참조). 수익률만으로 퇴직연금 시장의 점유율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러한 경향은 증권사의 장기 수익률이 가장 높지만 시장 점유율은 은행권이 훨씬 높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말 기준 5년 및 10년 연환산 수익률 모두 증권사(각각 2.93%, 2.40%)가 가장 높았으나 증권사의 점유율은 22.7%로 5년 및 10년 연환산 수익률이 훨씬 낮은(각각 2.15%, 1.95%) 은행권의 점유율 51.8%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고용노동부ㆍ금융감독원, 2024). 퇴직연금 사업자 중 상위사들이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퇴직연금 가입 기업과의 계열 관계 또는 대출 등을 연계로 하는 가입 기업과 은행의 관계 형성을 들 수 있다. 상위 12개사 중 비은행권 퇴직연금 사업자 두 곳의 계열사 자금 비중이 각각 86.3%, 57.4%로 매우 높다. 계열사 자금 또는 대출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기업의 자금은 수익률 변동에 따른 이동이 적을 것이다.
DC형 퇴직연금과 IRP형 퇴직연금의 경우 수익률이 가입자의 적립금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수익률 제고에 대한 유인이 DB형 퇴직연금에 비해 높고, 그 결과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도 높다. 동일 유형의 퇴직연금 내에서도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이 높을수록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이 높았다(<그림 Ⅱ-3> (b) 참조). 이러한 관계는 IRP형 퇴직연금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고, DB형 퇴직연금에서도 발견된다. 퇴직연금 가입 기업의 선택에 따라 퇴직연금 사업자가 결정되지만,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투자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결정하는데, 수익률이 자산배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수익률 제고를 위한 가입자와 가입 기업의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 퇴직연금 펀드의 규모 증가와 구성 변화
2023년말 기준 퇴직연금 펀드의 순자산은 42.8조원으로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384.2조원 대비 비중이 11.2%에 도달하였다. 2022년말 29.5조원으로 감소하였던 퇴직연금 펀드(증권집합투자증권) 순자산은 2023년말 39.6조원으로 증가하였다.6) 2023년말 퇴직연금 펀드의 자산 유형별 비중은 주식형이 33.8%, 주식혼합형이 16.5%, 채권혼합형이 20.4%, 채권형이 21.0%이다.7) 2016년 이후 채권형, 채권혼합형 펀드의 비중이 크게 감소하고, 주식형, 주식혼합형 펀드의 비중이 큰 폭으로 확대되었다. 주식형, 주식혼합형 펀드의 확대에는 TDF의 증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2023년말 TDF의 적립액은 9.0조원으로 전체 퇴직연금 펀드의 21.1%로 성장하였다. 최근 퇴직연금 펀드 구성의 큰 변화 중의 하나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ETF의 확대를 들 수 있다. 2022년말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중 ETF의 규모는 이미 TDF의 규모를 넘어섰고 2023년말 규모는 주식형 펀드의 규모를 넘어섰다.8) ETF의 증가는 일반 펀드에서도 더욱 확연히 나타나고 있는데, 퇴직연금 펀드 내에서 ETF 비중은 일반 펀드에 비해서는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이후 크게 세 번의 수익률 상승이 관찰되었다. 과거 상승 때는 일반 펀드의 수익률이 퇴직연금 펀드의 수익률을 앞서고 있지만 2023년 상승 때는 그 폭이 비슷하였다(<그림 Ⅱ-4> (a) 참조). 퇴직연금 펀드의 수익률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에 비해 크게 앞서지 못하고 있다. 퇴직연금 펀드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국내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의 수익률이 낮았기 때문이다.9) 대표적인 퇴직연금 펀드인 TDF의 경우 ETF에 비해 수익률 측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보수율에서 큰 차이를 보여 최근 퇴직연금 펀드의 ETF로의 이동 원인을 짐작할 수 있다. TDF는 향후 개인 주도의 퇴직연금 펀드를 기관 중심의 장기적 투자로 전환할 수 있는 주요 통로로서 중요성이 있는데, ETF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할 퇴직연금 자산운용이 현재처럼 개인 주도의 단기적 자산운용에 머물거나, ETF의 매매 편리성과 맞물려 단기적 자산운용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급증하는 ETF의 수로 미루어 볼 때 현재 퇴직연금 투자자가 겪는 펀드 선택의 어려움이 ETF 선택의 어려움으로 반복될 수 있다.
퇴직연금의 평균 총보수율은 일반 펀드에 비해 낮지만, 순자산으로 가중 평균한 일반 펀드의 보수율이 퇴직연금 펀드의 보수율보다 낮았다(<그림 Ⅱ-4> (b) 참조). 일반 펀드의 투자가 저비용 펀드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퇴직연금 펀드의 경우 저비용 집중 경향이 덜하다고 볼 수 있다. 퇴직연금에서 ETF에 투자된 금액이 별도로 발표되지 않아 반영되지 못한 측면도 있다.
Ⅲ. 퇴직연금 사업자의 펀드 선택과 계열 운용사의 영향
본 장에서는 퇴직연금 사업자 간의 계열 관계가 퇴직연금 펀드 선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시사점을 찾아본다. 국내 펀드 판매사별 판매 데이터와 펀드 특성 자료를 이용하여 퇴직사업자의 계열 관계가 퇴직연금 펀드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분석하였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가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펀드를 추천함으로써 퇴직연금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펀드의 최종 선택은 가입자들이 결정하지만,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그 가입자들의 선택 범위를 결정한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펀드 선정 과정에서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열 관계에 있는 자산운용사의 펀드가 특혜를 받는다는 실증 결과들이 제시되고 있다.
1.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열사의 영향
퇴직연금 사업자의 중요성이 주목받을수록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가입자들의 이익에 상충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Pool et al.(2016)에 따르면 401(k)형 퇴직연금에서 서비스 제공사가 계열사의 펀드에 대해 선호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퇴직연금 사업자가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펀드의 삭제 및 추가에서 계열사 펀드가 비계열사 펀드보다 이전 성과에 덜 민감하였고, 계열사 펀드의 후속 성과가 저조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펀드 선택이 합리적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국내에서도 퇴직연금 사업자가 계열 운용사의 펀드를 우대한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고 있다(김재현 외, 2019). 그러나 성주호 외(2019)는 퇴직연금 사업자와 자산운용사의 관계가 적립금 운용 펀드 수익률에 미치는 유의한 차이는 발견하지 못하였다.
퇴직연금 사업자와 펀드 제공사 사이에 계열 관계가 없어도 양자 사이에 수익분배를 통해 가입자의 이해와 상충하는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Pool et al., 2022). 수익분배가 이루어지는 퇴직연금 펀드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투자 목록에 추가될 가능성이 더 높았고, 제외될 가능성은 더 낮았다. 또한 이러한 펀드들의 비용은 더 높았으며, 비용이 성과에 의해 상쇄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이면 보상 사례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시장지배력에 비례하여 증가하였는데, 이는 계열 관계가 없는 자산운용사가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권을 얻기 위해 수익을 배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401(k)형 퇴직연금 펀드 중 상당수의 열위 펀드가 지속해서 펀드 리스트에 유지되고 있다(Ayres & Curtis, 2015). 여기서 열위 펀드란 상대적으로 수익이 낮거나 비용이 높은 펀드들을 의미한다. 퇴직연금 펀드의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열위 펀드들의 제외도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한편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계열사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가입 기업과 퇴직연금 사업자가 선정하는 퇴직연금 펀드 목록이 비교적 효율적으로 선정되었으며, 이러한 효율적 투자 목록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가입자들의 투자 지식 부족 등 가입자의 요인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Tang et al., 2010). 그리고 Bauer & Frehen(2008)은 미국 퇴직연금 펀드는 그들의 벤치마크 대비 유사한 성과를 보이지만 일반 뮤추얼 펀드는 벤치마크 대비 낮은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이를 퇴직연금 펀드가 뮤추얼 펀드에 비해 숨은 대리인 비용에 적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으로 해석하였다.
박영석ㆍ백강(2014)은 펀드판매사의 계열사 펀드 판매 집중도가 펀드 판매보수와 유의한 양(+)의 관계를 갖고, 판매보수의 분산을 감소시키며, 펀드판매사의 운용성과와 유의한 음(-)의 관계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계열금융사 간 반경쟁적 거래가 시장구조를 왜곡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석하였다.
2. 실증 분석
가. 분석 자료
제로인에서 제공하는 2011년 1월에서 2023년 12월까지의 월별 자료를 사용하였다. 이 자료는 펀드의 도입일, 설정액, 펀드 유형, 수익률 등 펀드의 기본정보를 제공한다. 본 자료는 이미 청산된 펀드의 자료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에프앤가이드사가 제공한 월별 펀드 판매사별 펀드 판매잔고 데이터를 사용하였다. 이와 함께 분석 과정에서 필요한 변수 생성을 위해 금융투자협회, 한국은행, 통계청에 공개된 주가지수, 기준금리, 임금 상승률 등의 변수들도 분석에 참조하였다.
국내 주식형, 국내 주식혼합형, 국내 채권형, 국내 채권혼합형. 해외 주식형, 해외 주식혼합형, 해외 채권형, 해외 채권혼합형, 해외 기타형 등 기본 유형의 펀드를 주요 분석 대상으로 하였다. 단, 퇴직연금 펀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TDF도 별도의 범주로 분석에 포함하였다. 연금 펀드가 거의 없는 사모펀드와 특수 유형의 펀드는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MMF, 운용기간 1년 미만의 펀드, 그리고 순자산 3억원 이하의 펀드는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나. 모형 및 주요 변수의 기술 통계
본 연구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펀드 선택에 미치는 계열 관계 운용사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Pool et al.(2016)의 분석 틀을 이용하였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펀드 선택은 가입자의 선택 가능 투자 목록에 새로운 펀드를 추가하는 결정과 기존 목록에 있던 펀드를 제외하는 결정이 있을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퇴직연금 펀드의 판매자별로 매월 새로 추가되는 펀드를 신규 펀드로 분류하였으며, 펀드 판매자별로 제외되는 펀드를 제외 펀드로 분류하였다. 특정 판매자가 개별 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하여 판매가 중단되기까지 기간을 지속 기간으로 계산하였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펀드 선택에 대한 계열 자산운용사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회귀모형을 사용하였다.10)
(펀드의 선택, 제외, 판매 지속기간)
펀드의 선택, 제외 변수를 종속변수로 사용할 때는 로지스틱 회귀모형을 사용하였으며, 펀드의 판매 지속기간을 종속변수로 사용할 때는 패널 고정효과 모형을 사용하였다. Pool et al.(2016)의 연구에서는 계열 관계 더미의 예상 부호는 펀드 선택 더미가 종속변수로 사용된 모형에서는 양(+), 제외 펀드 더미가 종속변수로 사용된 모형에서는 음(-), 판매 지속기간이 종속변수로 사용된 모형에서는 양(+)이다. Pool et al.(2016)의 데이터는 연금 플랜별, 즉 퇴직연금 가입 기업 또는 사업장별 펀드 데이터이다. 따라서 퇴직연금 사업자의 계열사 펀드가 추가될 때 그 펀드가 계열사 신규 펀드 1개로 간주된다. 그런데 본 연구의 데이터는 판매사별 펀드 판매잔고 데이터이기 때문에 신규 펀드가 특정 계열 판매사에 추가될 때 계열사 신규 펀드 1개로 간주되지만, 동시에 복수의 다른 판매사에 추가된다면 비계열사 펀드 1개 또는 복수로 간주된다. 따라서 데이터의 속성상 신규 더미의 예상 부호는 (+)/(-) 모두 가능하다.
통제변수로는 수익률, 펀드 규모, 비용 등 펀드 특성 변수를 사용하였다. 수익률 변수를 사용할 때 연수익률을 사용하였다. 펀드 규모(fund size)는 억원 단위의 순자산액의 로그 값으로 측정하였다. 펀드 보수율은 총보수율을 사용하였다. 펀드 연령, 즉 운용기간은 펀드 도입일 이후 관찰 일까지의 기간을 월 단위로 측정하였다.
<표 Ⅲ-1>은 표본의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퇴직연금 펀드의 평균 규모는 156.9억원이다. 평균 0.83%(연)의 비용을 부과하며, 평균 수익률은 월 0.36%, 연 4.49%이다. 퇴직연금 펀드 평균 연령은 63.0개월로 일반 펀드 75.8개월에 비해 짧다. <표 Ⅲ-2>는 주요 변수 간의 상관계수를 제시한다. 총비용률은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낮아지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펀드 규모는 연간 수익률, 연령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총비용률은 수익률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으며, 펀드 연령과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또한 펀드 연령은 수익률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다. 분석 결과
먼저 펀드 목록에서 제외된 펀드의 더미 변수를 종속변수로 사용한 모형에서는 계열사 펀드 더미의 계수가 유의적 음(-)의 값을 보여, 계열사 펀드들이 펀드 목록에서 제외될 확률이 비계열사 펀드에 비해 작음을 보여준다(<표 Ⅲ-3> 참조). 수익률이 높을수록 제외될 확률이 낮아진다. 출시된 지 오래된 펀드일수록 제외될 확률이 높아진다. 펀드 규모가 클수록 목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작아진다. 한편 비용이 높을수록 제외될 확률이 낮아진다. 이러한 관계는 Pool et al.(2016)의 결과와 상반되는 결과인데, 국내 퇴직연금 사업자의 경우 투자 가능 목록에 미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많은 펀드들이 올라 있어 비용이 높은 펀드에 대한 퇴출 압력이 적은 것으로 해석된다. 오히려 계열사 펀드에 대해 보다 엄격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열 자산운용사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펀드 판매 후 존속 기간을 종속변수로 하고 계열사 더미 등을 독립변수로 하는 회귀분석을 실행하였다(<부록 표 A-1> 참조).11) 계열 자산운용사의 더미 변수는 유의적 양(+)의 계수를 보여준다. 즉 계열사 펀드는 일단 판매가 시작되면 지속되는 성향이 비계열 운용사의 펀드에 비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펀드 추가 시의 더미를 사용한 로짓 모델에서는 계열사 더미의 부호가 음(-)으로 나타나 계열사 펀드가 새로 추가될 확률이 비계열사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신규 펀드 추가 더미 변수가 양(+)의 부호를 갖는다는 기존의 연구와 상반되는 결과처럼 보인다(Pool et al., 2016).12) 그러나 국내 퇴직연금 펀드 시장의 구조를 살펴보면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국내 퇴직연금 펀드 시장의 경우 하나의 펀드가 계열 퇴직연금 사업자의 투자 목록에 추가될 때, 동시에 다른 퇴직연금 사업자의 펀드에도 추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13년부터 시행된 계열사 펀드 판매 비율 제한 조치의 영향도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2013년부터 계열사 펀드의 판매 비율이 50%로 제한되었으며, 2018년 이후 25%로 제한이 엄격해졌다. 이러한 조치는 판매 금액에 대한 제한이므로 펀드 개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나 기존의 계열사 펀드만으로 한도 비율에 도달한 퇴직연금 사업자에게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13)
국내 퇴직연금 펀드는 평균 8개사 이상의 판매사를 통해 판매된다(<그림 Ⅲ-1> (a) 참조). 일반 펀드와 판매사 수의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펀드 판매사)가 제공(판매)하는 퇴직연금 펀드 수는 2017년 이후 급격히 증가였는데, 계열사 펀드의 수의 상대적 비중이 줄고 있다(<그림 Ⅲ-1> (b) 참조).
계열사의 수익률 더미 변수의 부호는 음(-)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에 따라 신규 펀드 추가 확률이 달라지는데 계열사 펀드의 경우 그 민감도가 낮아진다는 의미이다. Pool et al.(2016)은 계열사 펀드에 대한 수익률의 민감도 완화를 퇴직연금 사업자의 계열사 펀드에 대한 편향의 주요 근거로 해석하였다. 총보수율이 높으면 펀드 추가 확률이 낮아지는 관계를 보이는데, 여기서도 계열사 펀드에 대해서는 관대화 경향이 보인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퇴직연금 펀드를 제시하므로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퇴직연금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와의 계열사 관계가 퇴직연금 펀드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영향이 자산운용의 성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계열 관계에 따른 수익률과 비용률을 비교해 보았다.
<표 Ⅲ-5>는 펀드의 유형별 퇴직연금 사업자와 자산운용사의 계열 관계에 따른 수익률과 비용률을 보여준다. 퇴직연금 펀드의 경우 계열사의 펀드가 수익률이 낮고, 총비용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펀드의 경우에도 동일한 경향이 발견된다. 이러한 차이의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하기 위해 실시한 t-test 결과 퇴직연금 펀드 수익률의 경우에는 유의적인 차이가 없었으나, 비용 측면에서는 유의적인 차이가 확인되었다.14) 총비용은 다소 낮으나 그 낮은 비용이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15) 이에 비해 일반 펀드는 계열사 펀드의 낮은 비용이 수익률도 낮추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계열사 펀드와 비계열사 펀드의 비용 차이가 퇴직연금 펀드에 비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로 미루어 볼 때 국내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펀드의 선택, 제외와 유지 시의 계열사 편의는 비용과 수익 측면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일반 펀드에 비해 퇴직연금 펀드에서 편의가 적어 보인다. 퇴직연금의 경우 상대적으로 도입 초기이므로 감독 기관에 의한 감독, 퇴직연금 가입 기업의 여과 효과 등이 작동한 결과로 보인다.
퇴직연금 펀드를 포함한 펀드의 주요 판매채널은 은행과 증권사인데, 증권사 판매 집중도가 높은 펀드가 수익률은 높고, 비용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홍원구, 2024).16) 계열 관계와 판매채널의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수익률과 비용률을 종속변수로 하고 계열 펀드 더미와 집중 판매채널 더미를 사용한 회귀분석을 실행하였다. 은행 판매 집중도가 70% 이상인 펀드와 증권사 판매 집중도가 70% 이상인 펀드만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연도 더미, 판매사 더미, 주식형 펀드 등 9가지 펀드 유형 더미를 포함한다. 계열사 펀드는 수익률이 높고, 비용이 낮은 경향이 있으며, 증권사 판매 집중 펀드들은 수익률은 높고, 비용은 낮은 경향이 있다(<표 Ⅲ-6> 참조). 계열 관계의 증권사 집중 펀드는 증권사 집중 펀드의 계수를 일부 상쇄하는 경향이 있다. 계열 관계의 연금 펀드는 비용 측면에서 낮지만 수익률도 낮게 나타나고 있다. 계열 연금 펀드의 효과와 계열 펀드 효과는 서로 상쇄하는 효과가 두 효과를 합치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순자산 규모는 수익률과 양의 관계 비용률과는 음의 관계를 보인다. 전체적으로 계열사 펀드의 영향이 수익률, 비용 측면에서 투자자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혼재하고 있다. 또한 증권사 집중 펀드는 수익률과 비용 측면에서 투자자에게 유리한 경향을 보여 퇴직연금 사업자의 선택이 퇴직연금 가입 기업과 가입자에게 중요함을 시사한다.
Ⅳ. 맺음말
퇴직연금 사업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퇴직연금 적립금의 수익률 제고라고 한다면 그동안 퇴직연금 사업자의 성과는 만족스럽고는 할 수 없다. 퇴직연금 유형별로 보나, 운용 상품별로 보나 퇴직연금 수익률이 임금 상승률에 비해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퇴직연금 자산운용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전문가가 아닌 퇴직연금 가입자나 퇴직연금 가입 기업의 담당자가 최종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은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회사들이 위험을 부담하는 구조이므로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기 어려우며,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은 국내 금융시장의 수익률이 낮았기 때문에 기본적인 한계를 보였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수익률이 높은 퇴직연금 사업자의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높아지는 등 퇴직연금 사업자의 수익률과 적립금 규모가 연동되는 선순환의 구조의 조짐이 보인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펀드 선택 등을 통해 가입자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계열 관계사에 배려 등 편의적 요인이 개입될 수 있다. 펀드 판매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국내 퇴직연금 사업자도 이러한 이해상충적 행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함을 보았다. 다만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특성상 Pool et al.(2016)에서 보여준 것처럼 신규 펀드 선정에 수적, 비율적 우위를 점하는 방식이 아닌 펀드 추가 시 계열사 펀드에 다소 완화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추가된 계열사 펀드를 오래 유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신규 펀드 추가에서 발견되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계열사 편향은 계열 펀드 판매 비중 한도 규제와 2010년대 후반 퇴직연금 펀드의 급증으로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퇴직연금 사업자의 계열사 펀드가 비계열사 펀드에 비해 판매보수 등 비용 측면에서는 낮았고, 수익률 측면에서는 유의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퇴직연금 도입 기업은 적정한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택함으로써 퇴직연금 사업자 사이의 특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의의 영향을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또한 퇴직연금 도입 기업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퇴직연금 사업자와 함께 투자 가능 펀드의 범위를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은 펀드에 대한 여과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17) 2024년 10월말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작되었으므로 퇴직연금 사업자로서도 저비용, 고성과 펀드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18) 그동안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퇴직연금 제도 도입 초기에 가입자의 운용 폭 확대에 초점을 두어 가능한 다양한 펀드를 추가하였다. 향후 기금형 퇴직연금이나 집합적 투자방식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소수의 대표 펀드, ‘OO퇴직연금사 퇴직연금 펀드’로 줄여 가입자의 선택에 의한 집중을 유도해야 한다.19) 퇴직연금 사업자의 대표 펀드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대부분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어 실적배당형 상품, 즉 퇴직연금 펀드의 수익률이 높아져도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은 퇴직연금 사업자의 실적배당형 적립금 비중이 높아지는 것에서 보듯이 수익률에 대한 가입자의 반응이 민감해지고 있다. 한편 상위 퇴직연금 사업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수익률이 최고가 아니어도 가입 기업들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본 연구의 주제와는 다른 차원의 계열 관계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계열 금융회사를 퇴직연금 사업자를 지정한다든지 중소기업들이 주거래 은행과 퇴직연금 운용관리와 자산관리 계약을 맺는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퇴직연금 가입 기업과 퇴직연금 사업자와의 특수 관계는 퇴직연금 수익률에 대한 퇴직연금 가입 기업의 민감도를 둔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와 일부 퇴직연금 시장에 존재하는 특수 관계의 역효과 완화 등을 이유로 퇴직연금 지배구조와 기금형 퇴직연금의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였다. 이러한 논의 연장선에서 집합적 확정기여형(Collective Defined Contribution: CDC) 퇴직연금 제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20) 그러나 수익률의 차이는 기금형 퇴직연금 또는 CDC형 퇴직연금과 계약형 퇴직연금의 차이라기보다는 자산운용의 결정 주체의 차이에서 있다는 평가가 적절할 듯하다. 즉 어떤 방식이든 퇴직연금 기금은 자산운용 전문가에 의해 자산운용이 이루어지는 데 반해, 일반 퇴직연금의 자산운용은 개인이 주도한다. 양자의 투자 전문성 차이에서 수익률 격차가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자산운용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퇴직연금 사업자가 주도하는 자산운용 체제의 도입도 가능하다.21) 일부 존재하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계열사 편의 등 문제점의 개선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1) 본 연구에서는 두 사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퇴직연금 사업자로 지칭한다. 퇴직연금 사무관리 업체와 자산운용 계약자가 동일한 경우는 미국 등 외국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운용관리 업무는 가입자에 대한 적립금 운용방법 및 운용방법별 정보의 제공, 연금제도 설계 및 연금계리, 적립금 운용 현황의 기록ㆍ보관ㆍ통지, 가입자가 선정한 운용방법을 자산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전달하는 업무 등이며, 자산관리 업무는 계좌의 설정 및 관리, 부담금의 수령 및 퇴직급여의 지급, 적립금의 보관 및 관리, 운용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퇴직연금 사업자가 전달하는 적립금 운용지시의 이행 등을 말한다.
2)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은 최초의 기금형 퇴직연금이라 할 수 있는데, 민간기업이나 금융회사가 아닌 공공기관을 통해 도입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3)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은 2010년 3/4분기 이후 구분하여 공시되고 있다.
4) 2022년 12월말 퇴직연금 가입자는 694.8만명이며, 제도 유형별로는 DB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308.3만명(44.4%), 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373.0만명(53.4%)(IRP특례 포함)이다(통계청, 2023).
5) 2023년말 기준 퇴직연금 운용관리 사업자는 총 46개사(은행 13, 생명보험사 11, 손해보험사 6, 금융투자회사 15, 근로복지공단)이나, 전북은행ㆍ하나생명ㆍDB금융투자는 운용관리 실적이 없다. 이 중 상위 8개사는 적립금 규모가 20조원을 넘는 사업자이며, 12개사는 적립금 규모가 10조원을 넘는 사업자이다. 상위 8개사에는 생명보험사 1개사, 증권사 1개사, 은행 6개사가 포함된다.
6) 집합투자증권 중 증권집합투자증권을 의미한다. 여기에 부동산집합투자증권, 특별자산집합투자증권, 혼합집합투자증권을 더한 전체 집합투자증권의 합계액은 2023년말 기준 42조 8,328억원이다. 퇴직연금 적립금 대비 비중은 11.2%(= 42.8/384.2)이다.
7) 주식형은 주식편입비율 60% 이상, 주식혼합형은 주식편입비율 40% 초과 60% 미만, 채권혼합형은 주식편입비율 0% 초과 40% 이하, 채권형은 주식편입비율 0%이다.
8) 금융투자협회 내부 자료. ETF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ETF에 투자된 퇴직연금 규모에 대한 공식 통계가 없다. 현재 퇴직연금 TDF의 규모는 주식형 펀드 등과 혼재되어 분류되지만, 금융감독원 통계에 별도 항목으로 발표되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투자되는 ETF에 대한 통계도 집계, 발표되어야 한다.
9) 2011~2023년말까지 KOSPI의 누적 수익률은 33.1%, 종합채권지수의 누적 수익률은 39.7%이었는데 같은 기간 MSCI ACWI의 누적 수익률은 125.2%이었다.
10) Pool et al.(2016)의 모형을 참조하여 변수를 선정하였다. 계열사 펀드 더미를 통해 퇴직연금 사업자의 계열사 편의를 모두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변수, 예를 들어 수익률에 대한 민감도 등을 통해 추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1) 다차원 고정효과(high dimensional fixed effects) 모델을 사용하였다.
12) 국내 퇴직연금 펀드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계열사 더미의 영향이 양(+)의 효과를 보였다(김재현 외, 2019). 김재현 외(2019)는 2010~2017년 퇴직연금 펀드 데이터를 분석하였고, 데이터의 분석을 순자산 10억원 이상 펀드로 한정하였다.
13) 만약 모든 펀드가 동일 금액만큼 판매된다고 가정하면, 판매사 입장에서 50% 룰을 지키기 위해서는 2개 이상의 운용사의 펀드가 필요한데 이 경우 계열사 펀드 추가 1개에 대하여 비계열사 펀드 추가 효과 1개가 생긴다. 25% 룰을 지키려면 비계열 운용사의 펀드 3개가 필요하다.
14) 수익률 또는 비용률을 종속변수로 하고, 계열사 더미를 독립변수로 하는 회귀분석의 결과도 같았다.
15) 분석 기간 중 펀드 비용과 수익률의 관계는 정(+)의 관계를 보인다(corr = 0.0189***).
16) 증권사 판매 집중도란 특정 펀드가 증권사를 통해 판매되는 비중이다. 예를 들어 어떤 펀드의 증권사 판매 집중도가 90%라면 그 펀드의 90%가 증권사를 통해 판매되었으며, 나머지 10%가 다른 판매채널을 통해 판매되었음을 의미한다.
17) 미국의 401(k)형 퇴직연금의 경우 가입자가 투자할 수 있는 펀드 수는 평균 14개로 국내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폭에 훨씬 못 미친다. 반면에 전체 기업의 9.5% 정도에 해당하는 기업은 증권사 계좌를 연결하여 일반 투자자와 비슷한 투자 옵션을 제공하기도 한다(Ayres & Curtis, 2015). Pool et al.(2016)의 분석 대상에 포함된 퇴직연금들도 평균 12.55개(7~18개)의 펀드를 투자 목록에 제시하고 있다.
18)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 운용상품을 매도(해지)하지 않고 퇴직연금 사업자만 바꾸어 이전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19) 이러한 대표 펀드에 대해서는 계열사 판매 비중 제한을 완화하거나 유예하는 조치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대표 펀드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또한 펀드 선택의 다양성을 원하는 가입자들에게 현재보다도 더욱 확대된 투자 목록, 예를 들어 출시된 모든 퇴직연금 펀드를 제공하는 방식도 동시에 진행한다면 특정한 대표 펀드의 선택에 대한 수용성도 더욱 높아질 수 있다.
20) CDC형 퇴직연금은 DB형 퇴직연금과 달리 기업이 퇴직급여에 대한 약속, 보장, 또는 확정하지 않으며, DC형 퇴직연금과 달리 가입자의 개별적인 자산운용 방식이 아닌 공동 또는 집합적인 자산운용 방식을 취한다. 집합적 자산운용이 CDC형 퇴직연금의 주요 특징이기는 하지만, DC형 퇴직연금 중 비기여형 퇴직연금은 집합적 자산운용 방식을 주로 채용하였다. 비기여형(non-contributory) 퇴직연금이란 근로자가 기여금을 내지 않고, 사용자의 기여금으로만 운용되는 연금을 의미한다.
21) 금융회사들이 참여하는 영국의 마스터 신탁(Master Trust) 방식이나 호주의 소매형 펀드(Retail Funds) 방식 등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고용노동부ㆍ금융감독원, 2024. 5. 16, 2023년도 퇴직연금 적립 운용 현황 통계,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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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Ⅰ. 검토 배경
Ⅱ.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과 사업자의 역할
1.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 성과
2. 퇴직연금 펀드의 규모 증가와 구성 변화
Ⅲ. 퇴직연금 사업자의 펀드 선택과 계열 운용사의 영향
1.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열사의 영향
2. 실증 분석
가. 분석 자료
나. 모형 및 주요 변수의 기술 통계
다. 분석 결과
Ⅳ. 맺음말
Ⅱ.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과 사업자의 역할
1.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 성과
2. 퇴직연금 펀드의 규모 증가와 구성 변화
Ⅲ. 퇴직연금 사업자의 펀드 선택과 계열 운용사의 영향
1.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열사의 영향
2. 실증 분석
가. 분석 자료
나. 모형 및 주요 변수의 기술 통계
다. 분석 결과
Ⅳ. 맺음말
관련 보고서
퇴직연금 적립금 장기추계와 자본시장 영향
연구위원 남재우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한 표준적 자산군(asset class) 기반 자산구성 현황을 추정하였다. 분석 결과 현재 400조원을 상회하는 퇴직연금 적립금은 주식 비중 4.4%의 과도하게 보수적인 자산구성으로 추정된다. 퇴직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1.6% 미만으로, 국내 주식시장으로의 유입 금액은 6.3조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실적배당상품의 이러한 비효율적 자산구성은 원리금보장상품 편중이라는 과도한 위험회피성향과 함께 퇴직연금 장기수익률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금자산의 증대가 자국 자본시장 발전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연금개혁 과정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취약한 부과방식 공적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퇴직연금을 중심으로 하는 완전적립방식 사적연금제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의 2055년 기금 고갈 전망은 그 자체로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할 뿐만 아니라, 기금 감소기의 급격한 자산매각으로 인한 국내 자본시장의 큰 충격까지 우려된다. 빠르게 성장하는 퇴직연금이 국민연금 자산매각의 충격을 완화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나 이에 대한 정량적인 분석은 부재한 상황이다.
이를 위하여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한 장기 추계를 수행하였다. 보수적인 가정하에서 국민연금의 최대 적립시점인 2040년에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국민연금기금의 67% 수준인 1,172조원으로 추계되었다. 현재의 자산구성이 그대로 지속된다면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 퇴직연금 규모는 국민연금의 7.5%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의 급격한 자산 매각을 퇴직연금이 온전히 받아주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수익률 제고를 포함하여 최근 논의되는 퇴직연금제도 개편 방안이 원활히 진행되어 국민연금과 유사한 투자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다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퇴직연금 비중은 국민연금의 118%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의 수급 측면에서는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다. 연금자산의 성공적 운용은 자국의 건전한 자본시장 발전을 전제로 한다. 자본시장을 지탱하는 양질의 수급 주체로서 다층연금체계에서 공·사적 연금의 상호보완적 관계가 재조명되어야 할 시점이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 적격상품의 특성 및 시사점 연구위원 남재우 한국형 디폴트옵션이라 불리는 사전지정운용제도가 도입되었다. 새로운 제도의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논의의 시작은 제도에 대한 명확한 이해이다. 사전지정운용제도에서는 본 제도가 디폴트옵션이 아니라는 사실에서부터 출발한다. 디폴트옵션의 핵심은 선택적 탈퇴(opt out)라는 넛지(nudge)다. 명시적 운용지시를 전제로 하는 선택적 편입(opt in)의 사전지정운용제도는 넛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전지정운용의 목적은 DC형 근로자가 합리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 목적을 디폴트옵션이 아닌 대표상품의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으로 사전지정운용제도를 이해할 수 있다.
사전지정운용은 원리금보장상품이 포함된 대표상품제도와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본격적인 운용이 시작되고 반년이 경과한 현시점에서, 이러한 운용구조로 인하여 제도 설계 단계부터 제기되던 여러 우려사항이 현실화되고 있다. 운용에 무관심한 근로자들은 위험성향별로 제시되는 실적배당형(저·중·고위험) 적격상품의 선택에서도 동일한 어려움에 놓이며, 이에 따라 대상 근로자의 88% 이상이 원리금보장형(초저위험)을 선택하고 있다. 연금자산의 운용에는 적정 수준의 위험을 취하고 이로부터 합리적인 위험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사전지정운용제도의 적격상품이 이러한 투자 문화를 견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도 활성화의 기본 방향이다.
적격상품의 중장기 위험수익특성(risk return profile)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적격상품이 적정 수준의 위험량과 위험프리미엄을 확보하고 있으며, 위험의 확대에 따라 기대수익률뿐만 아니라 위험조정수익(샤프지수)도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개인의 은퇴 계획에서 필요로 하는 요구수익률을 기준으로 상품을 선택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행 적격상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포트폴리오 형식의 상품 구성에서는 일부 비효율성이 지적된다. TDF의 조합으로 제시되는 포트폴리오 상품은 적합성 원칙이 적용되는 현행 체계에 조응하기 어렵다. 효율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하여 BF 또는 TRF와 같이 특정 위험량을 목표로 하는 펀드를 활용하거나, 포트폴리오가 아닌 단일 은퇴 시점 TDF의 활용이 권고된다.
최근 연금개혁 과정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취약한 부과방식 공적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퇴직연금을 중심으로 하는 완전적립방식 사적연금제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의 2055년 기금 고갈 전망은 그 자체로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할 뿐만 아니라, 기금 감소기의 급격한 자산매각으로 인한 국내 자본시장의 큰 충격까지 우려된다. 빠르게 성장하는 퇴직연금이 국민연금 자산매각의 충격을 완화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나 이에 대한 정량적인 분석은 부재한 상황이다.
이를 위하여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한 장기 추계를 수행하였다. 보수적인 가정하에서 국민연금의 최대 적립시점인 2040년에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국민연금기금의 67% 수준인 1,172조원으로 추계되었다. 현재의 자산구성이 그대로 지속된다면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 퇴직연금 규모는 국민연금의 7.5%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의 급격한 자산 매각을 퇴직연금이 온전히 받아주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수익률 제고를 포함하여 최근 논의되는 퇴직연금제도 개편 방안이 원활히 진행되어 국민연금과 유사한 투자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다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퇴직연금 비중은 국민연금의 118%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의 수급 측면에서는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다. 연금자산의 성공적 운용은 자국의 건전한 자본시장 발전을 전제로 한다. 자본시장을 지탱하는 양질의 수급 주체로서 다층연금체계에서 공·사적 연금의 상호보완적 관계가 재조명되어야 할 시점이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 적격상품의 특성 및 시사점 연구위원 남재우 한국형 디폴트옵션이라 불리는 사전지정운용제도가 도입되었다. 새로운 제도의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논의의 시작은 제도에 대한 명확한 이해이다. 사전지정운용제도에서는 본 제도가 디폴트옵션이 아니라는 사실에서부터 출발한다. 디폴트옵션의 핵심은 선택적 탈퇴(opt out)라는 넛지(nudge)다. 명시적 운용지시를 전제로 하는 선택적 편입(opt in)의 사전지정운용제도는 넛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전지정운용의 목적은 DC형 근로자가 합리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 목적을 디폴트옵션이 아닌 대표상품의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으로 사전지정운용제도를 이해할 수 있다.
사전지정운용은 원리금보장상품이 포함된 대표상품제도와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본격적인 운용이 시작되고 반년이 경과한 현시점에서, 이러한 운용구조로 인하여 제도 설계 단계부터 제기되던 여러 우려사항이 현실화되고 있다. 운용에 무관심한 근로자들은 위험성향별로 제시되는 실적배당형(저·중·고위험) 적격상품의 선택에서도 동일한 어려움에 놓이며, 이에 따라 대상 근로자의 88% 이상이 원리금보장형(초저위험)을 선택하고 있다. 연금자산의 운용에는 적정 수준의 위험을 취하고 이로부터 합리적인 위험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사전지정운용제도의 적격상품이 이러한 투자 문화를 견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도 활성화의 기본 방향이다.
적격상품의 중장기 위험수익특성(risk return profile)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적격상품이 적정 수준의 위험량과 위험프리미엄을 확보하고 있으며, 위험의 확대에 따라 기대수익률뿐만 아니라 위험조정수익(샤프지수)도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개인의 은퇴 계획에서 필요로 하는 요구수익률을 기준으로 상품을 선택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행 적격상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포트폴리오 형식의 상품 구성에서는 일부 비효율성이 지적된다. TDF의 조합으로 제시되는 포트폴리오 상품은 적합성 원칙이 적용되는 현행 체계에 조응하기 어렵다. 효율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하여 BF 또는 TRF와 같이 특정 위험량을 목표로 하는 펀드를 활용하거나, 포트폴리오가 아닌 단일 은퇴 시점 TDF의 활용이 권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