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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포커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련된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최신 동향을 제공하는 격주간지

요약
최근 우리나라 외환시장 개방의 폭이 크게 확대되었다. 이제 국내 지점이 없는 외국 금융기관도 국내은행과 외환거래가 가능하며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비거주자는 현지 은행을 통해 환전 등 외환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외환시장 개방 조치는 외국인투자자의 거래편의성 개선과 더불어 장기적으로 국내 외환시장 유동성 개선 및 시장참가자 다각화에 따른 안정성 제고 등 긍정적 효과를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비거주자 시장참가자의 거래량 확보 여부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서울외환시장의 거래시간이 대폭 연장됨에 따라 특정 시간대 스프레드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역외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는 각종 보고의무 등 제반 간접비용을 수반하고 있으며, 이미 전자거래가 보편화되어 있는 역외시장과 달리 국내 외환시장 전자거래 인프라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으로 역외수요 유입이 예상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외화시장 개방 확대 조치와 더불어 선진수준 인프라 구축 및 단기적으로 해외기관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유인책 제공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주요 자본시장 벤치마크 지수 선진국 그룹 편입을 추진 중인 우리나라는 비거주자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방식의 안정성 및 편의성을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외환시장 개방에 대한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해 온 바 외환거래 불편함이 국내 자본시장 및 금융산업 발전 저해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지속되어 왔다. 주요 금융중심지를 통해 제한없이 24시간 거래 가능한 주요국 통화에 반해 원화 외환시장의 폐쇄적인 구조는 원화표시 자산의 매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외환시장 접근성 부족은 주요 자본시장 벤치마크 지수의 선진국 그룹 가입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23년 2월 우리나라 외환시장 접근성을 글로벌 수준으로 제고한다는 목적하에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을 제시한 바 있으며, 2024년 7월 1일 시행된 동 조치는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 허용 및 개장시장 연장 등 비거주자의 우리나라 외환시장 접근성을 크게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본고에서는 최근 시행된 외환시장 개방 확대 조치의 주요 내용 및 이에 따른 영향 및 시사점을 정리하였다.


외환시장 구조개선 조치 주요 내용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의 핵심 내용은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를 허용한다는 부분이다. 기존 외국환거래규정은 비거주자의 원화 지급·수취 사유를 경상거래 등으로 제한하고 있어 사실상 국내 외환시장은 국내 금융기관만이 참여하는 폐쇄적인 구조를 유지하여왔다. 따라서 금번 구조개선 방안은 국내 최초로 역외 금융기관의 국내 은행간 외환시장 참여자격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외환시장 개방의 폭을 한층 넓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동 조치에 따라 정부는 일정 요건을 갖추고 외환당국에 등록한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Registered Foreign Institution: RFI)에 대해 국내 은행간시장 참가자격을 부여한다.1) 6월 말 기준 RFI 등록을 마친 해외 소재 금융기관은 총 29개사로 외국 금융기관 21개사 및 국내은행 해외지점 8개사 등이다.2) 해당 기관은 국내 은행간 외환시장을 통해 현물환 및 FX 스왑거래가 가능하며, 비거주자 대상 대고객 외환거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해외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 허용과 더불어 해외투자자의 외환시장 접근성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 또한 시행된다. 먼저 외환시장 운영시간이 익일 새벽 2시까지 연장되었다. 역외거래가 불가능한 원화 외환시장의 특성상 국내 외환시장 개장시간 연장을 통해 해외투자자의 접근성을 개선한 것이다.3) 더불어 해외투자자가 본인 명의 계좌가 없는 은행과도 외환거래를 할수 있도록 제3자 외환거래가 허용되었다. 비거주자 대상 대고객 외환거래가 주 업무인 RFI의 경우 은행간 시장 참여기관별 결제계좌 개설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시행된 조치이다. 따라서 해외투자자는 국내 계좌를 보유한 수탁은행 뿐 아니라 RFI 등 제3자 기관을 통해 외환거래가 가능하다. 또한 제3자 외환거래에 따른 송금 지연 등 오류 발생에 따른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국내 증권매매 관련 일시적 원화차입(overdraft)이 허용된다.4) RFI를 통한 해외투자자의 국내 증권매매 시 결제 실패를 방지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이다. 해외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는 다소 복잡한 거래과정을 거치기는 하나 이미 올해 초 이후 수차례에 걸친 시범운영을 통해 해당 거래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등 RFI를 통한 국내 투자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한편 정부의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은 국내 외환시장의 대외개방 확대 조치와 더불어 전자거래 인프라 개선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외환시장은 전자거래플랫폼을 통한 외환거래가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으로 비거주자의 국내 외환시장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자거래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초 그간 전용 전산망으로만 이용 가능했던 외국환중개사 거래터미널의 범용적인 활용이 가능하도록 전자거래규약(API Rulebook) 근거를 마련하였다. 고객의 주문을 API 연계를 통해 자동으로 은행간시장에 연결할 수 있는 대고객 전자거래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진 것이다. 국내 외국환중개회사가 제공하고 있는 API 방식의 전자거래 연계는 RFI에도 제공된다. 더불어 정부는 향후 대고객 외국환 전자중개업무(Aggregator)를 제도화를 통해 허용할 예정이다. 해당 거래방식은 고객의 요청 또는 실시간으로 다수의 은행과 외환거래를 전자중개하는 방식으로 주요 글로벌 은행의 대고객 외환거래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은행간시장 참여기관 간 전자거래 중개 및 익명거래 방식의 대고객 거래 등은 허용대상에서 제외된다.


영향 및 시사점

글로벌 외환시장의 거래는 대부분 통화 발행국이 아닌 역외지역에서 이루어진다. 2022년 BIS 통계에 따르면 전체 외환거래량의 75% 이상이 역외지역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외환시장 특성상 거래상대방과의 신용관계 구축이 용이하고 외환데스크 집중 등 효율성 증진이 가능한 주요 역외 금융중심지에서 대부분 거래가 수행되고 있는 것이다. 자국 통화의 역외거래 제한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미달러화를 결제수단으로 활용하는 NDF 역외시장이 확대된다. 전세계 NDF 거래량 1위인 원화가 이에 해당한다. 2022년 말 기준 원화 NDF 거래 규모는 일평균 약 500억달러로 국내 현물환 거래량(350억달러)을 크게 초과한다. 이는 우리나라 실물경제 및 자본시장 성장에 따른 외환거래 수요가 국내 외환시장의 시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이미 역내 포용 가능 범위를 크게 넘어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금번 조치를 통한 시장개방은 시장참가자 확대에 따른 외환시장 유동성 증가의 효과와 더불어 외환공급 주체 다각화에 따라 안정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편적으로는 외환시장 참가자 확대를 통한 거래규모 증가를 예상해 볼 수 있다. 특히 외환시장 개장시간이 연장됨에 따라 장마감 이후 시간대의 역외 NDF 수요가 국내 외환시장으로 이동함으로써 유동성 증가와 더불어 환율안정성 제고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RFI의 거래 참여 및 연장 시간내 거래 활성화 여부가 중요하다. 외환시장 야간연장 시간대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면 오히려 호가 스프레드가 커지면서 환율변동성이 단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5) 특히 비거주자의 국내 외환시장 거래는 각종 보고의무 등 제반 간접비용을 수반하고 있기에 이미 유동성이 확보된 NDF 거래의 역내 유도가 제한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역외 거래자의 역내 진입을 유도하기 위한 충분한 유인책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내 외환시장의 대외개방 확대와 더불어 외환시장 거래시스템 선진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 또한 시급하다. 이미 글로벌 외환시장은 전자거래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유동성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BIS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외환거래의 절반 이상이 전자거래플랫폼을 통해 거래되고 있으며 특히 NDF 거래의 전자거래 비중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원화 NDF의 경우에도 현재 다수의 전자거래플랫폼을 통해 거래되고 있으며, 특히 대고객 외환시장 거래량 비중이 높은 연기금 등 대형 금융기관의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외환시장에 등록된 주요 해외 RFI는 원화거래에 있어서도 전자거래 방식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대고객 API 제공이 시작되고 있어 이미 다양한 전자거래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RFI의 원화거래 API 연계는 빠른 시일 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은행의 경우에도 최근 대고객 전자거래 플랫폼 출시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대고객 전자중개업무 전문회사(Aggregator) 도입 또한 추진되고 있으나, 이미 다년간 전자거래 방식의 외환거래를 수행해 온 해외기관과의 경쟁력 격차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거래시스템 부문에서의 선도적인 투자와 발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방식의 외환시장 개방에 대한 시장참가자 신뢰도 확보가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기 시행된 외환시장 개방 조치는 역외 원화시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비거주자의 역내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역외시장에서 대부분 통화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국제금융시장 관행과는 여전히 괴리가 존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는 비거주자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 절차가 다소 복잡하나 결제 안정성이 보장되고 부가적 업무 수행에 차질이 없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요 자본시장 벤치마크 지수 선진국 그룹 편입을 추진 중인 상황으로 해외투자자의 원화자산 투자목적의 외환거래 편의성이 역외거래 중심의 여타 통화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련 제도 보완 등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역내 외환시장 개방에 따른 역량 강화 및 시장주도권 강화를 바탕으로 향후 역외 원화 외환시장 허용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주요 선진국 통화뿐 아니라 다수의 신흥국 통화 또한 역외거래가 주를 이루고 있음을 고려할 때 역외 원화 외환시장 개설은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 및 위상 제고를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로 생각된다.
 
1) 정부는 RFI 인가 대상으로 현행 외국환업무취급기관과 동일한 유형의 글로벌 금융기관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적정 유동성, 식별정보 확인, 규제 동등성 등 RFI 인가 요건을 제시한 바 있다.
2) 국내 금융기관 해외지점은 현지 법령에 따라 인가받은 기관으로 상기 목적상 비거주자에 해당한다.
3) 익일 02시는 런던 금융시장 마감 시간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정부는 추후 시장 여건에 따라 24시간 개장으로 확대할 수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
4) 해당 내용을 담은 ‘외국 금융기관의 외국환업무에 관한 지침’ 개정안은 2024년 6월 28일 시행되었다.
5) 이승호·김경훈(2023)의 분석에 따르면 외환시장 개장연장 시간대에 참여하는 투자자 비중이 20% 이상 증가하는 경우 환율변동성 감소 효과가 추정된다.


참고문헌

김한수, 2021,『전자거래 확대에 따른 외환시장의 변화 및 시사점』,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1-01.
이승호ㆍ김경훈, 2023,『역내·외 원화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징과 개방확대에 따른 영향 분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보고서 2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