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 Korea Capital Market Institute

금융위기가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파급되고 심화되던 시기, 우리나라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마저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1997년 경제 위기의 뼈저린 경험이 각인된 우리에게는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대거로 이탈하고, 환율이 과거 5-6년 이내 최고치로 상승하는 것을 보면서, 1997년 위기의 악몽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국가 부도 위기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논의하는데 있어 정확한 용어가 사용되지 않고 유사한 개념의 용어들이 혼재되어 나타나면서, 논점이 흐트러지고 바람직한 결론으로 이르지 못하는 많은 사례들을 보아 왔습니다. 특히, 환율을 매개로 원화와 외환의 매매가 이루어지는 ‘외환시장’과 금리를 매개로 외국 통화의 대차 거래가 이루어지는 ‘외화자금시장’이 혼재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국가 부도 위기, 외화유동성 위기 등은 기본적으로 외화자금시장의 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며, 외환시장 또는 외국인의 증권 매매는 다소 부차적인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7년 위기를 외환위기로 지칭하는 관례로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 또는 이를 상승시키는데 기여한 외국인이 위기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당시 위기의 본질은 정부 및 금융기관의 외화차입에 대한 대외 외화 채무 상환 불이행 가능성의 증대에 따른 외화자금시장에서의 외화유동성 위기입니다. 이에 앞으로는 외환위기라는 용어를 지양하고, “외화유동성 위기”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 본 보고서에서는 외환시장, 외화자금시장을 개념적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이들 시장내에서 자본시장의 역할을 논의하였습니다. 또한, 외환시장과 외화자금시장은 장외시장으로 용어나 거래 프랙티스가 거래소 장내 시장을 주요 인프라로 하는 자본시장과는 차이가 있어, 이를 자본시장의 관점에서 설명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본 보고서가 외환시장과 외화자금시장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이들 시장에서 자본시장의 역할에 대한 논의에 있어 기초적 토대가 되어주길 기대합니다. 또한, 자본시장이 장내 통화시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연구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