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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9/16
한국 주식시장의 장기추세와 코로나19 이슈보고서 20-23 PDF
목차
Ⅰ. 서론

Ⅱ. 한국 자본시장의 장기추세
  1. 주식시장
  2. 상장기업 특성
  3. 회사채시장 및 파생상품시장
  4. 투자자금 흐름

Ⅲ. 코로나19 확산 이후의 한국 주식시장

IV. 결론
요약
지난 30년간 한국 주식시장은 외형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위험에 상응하는 수익률을 실현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1990년 이후 KOSPI의 수익률은 연 4.2%, KOSDAQ의 수익률은 연 –1.0%로 이 기간 평균 예금금리 4.6%에 미치지 못한다. 2010년 이후로 한정하면 예금금리에 비해 높은 수익률이 관찰되나 투자위험을 감수할만한 수준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한국 주식시장의 부진한 성과는 상장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낮고 또한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 근본 원인인 것으로 파악된다. 

주식시장의 부진한 성과는 채권, 해외자산, 대체자산 관련 투자상품에 대한 투자비중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주식형 펀드의 규모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데 비해, 이들 상품에 대한 투자잔액은 지난 10년간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주식투자에서 충분한 수익률이 기대되지 않는다면 주식투자 비중 축소는 투자자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주식시장의 기관화는 지체되고 있다. 경제 내 금융자산이 축적되면서 기관투자자의 비중과 역할이 확대되는 것은 자본시장이 심화·성숙되는 일반적인 경로이다. 그러나 한국 주식시장에서 국내 기관투자자의 비중은 오히려 정체 혹은 감소하는 양상이다. 주식시장 기관화가 진전되지 않는다면 자본시장 수요기반 확대는 물론 모험산업에 대한 장기투자를 통해 실물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코로나19의 확산은 한국경제와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으며, 그 영향이 얼마나 지속될지 여전히 불확실하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주가급락 이후 37조원에 이르는 국내 개인투자자 순매수가 나타나면서 개인투자자가 충분한 투자동기와 여력을 보유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새롭게 유입된 자금이 주식시장의 장기적인 투자기반으로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주식시장이 당면한 과제다. 코로나19 이후 예상되는 주력산업의 변화와 기존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자기회를 발굴, 평가하고 자금과 위험을 효율적으로 배분, 분산되도록 하는 자본시장 본연의 기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자본시장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Ⅰ. 서론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세계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IMF는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019년에 비해 7.9%p 낮은 –4.9%로 전망한 바 있는데, 8월말까지 누적 확진자 2,500만명, 사망자 84만명을 기록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어 코로나19의 충격이 얼마나 더 클지, 얼마나 더 오래 지속될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비교적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나, 2020년 경제 역성장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확진자수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확산은 일시적 침체를 가져오는데 그치지 않고 경제활동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많다. 감염병의 발생이 코로나19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경제활동이 비대면-디지털 방식으로 변화하고 국가간 교역구조와 기업활동의 국제적 분업구조가 약화 또는 재구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상시적인 위험관리가 기업경영의 필수업무로 간주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이 가치평가의 중요한 기준으로 반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로나19가 가져올 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데 있어 자본시장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력산업의 변화와 기존산업의 구조조정이 요구될 때, 이를 선별하고 평가하여 자금과 위험이 효과적으로 배분, 분산되도록 하는 것이 자본시장 본연의 기능이기 때문이다. 통화완화정책을 통해 증가된 자금이 무위험자산에 머물러 있다면 변화를 기대할 수 없으며, 정책수단을 통해 인위적으로 자금의 배분이 이루어진다면 지속가능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자본시장의 자금순환체계를 통하여 기회와 위험이 다루어질 때 코로나19 위기로부터 변화와 혁신의 동력을 발굴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본고는 지난 20~30년간 한국 주식시장의 장기추세와 코로나19에 따른 주식시장의 변화를 검토하여 한국 주식시장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고, 코로나19 이후  한국 주식시장의 과제를 도출하고자 한다.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논의하되, 채권시장, 파생상품시장, 금융투자상품시장 또한 포괄적으로 점검하도록 한다.

     
Ⅱ. 한국 자본시장의 장기추세    

1. 주식시장

지난 30년간 한국 주식시장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1990년 약 70조원에서 2020년 현재 1,800조원 수준으로 증가하였으며 상장기업수는 약 700개에서 약 2,300개로 확대되었다(<그림 II-1> 및 <그림 II-2>). 같은 기간 GDP 대비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30%에서 90% 수준으로 증가하여, 한국 주식시장은 한국경제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미국의 NASDAQ시장을 벤치마크로 1996년 개설된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KOSDAQ시장은 시가총액 300조원, 상장기업수 1,500여개에 이르는 시장으로 성장하였다. KOSDAQ시장은 전체 신규상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한국 주식시장의 주요 상장경로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림 II-3>은 KOSPI지수와 KOSDAQ지수의 추이를, <그림 II-4>는 두 지수의 연평균 성과를 10년 간격으로 구분하여 예금금리와 비교하여 제시하고 있다. <그림 II-3>에서 KOSPI지수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에 따른 급락과 회복, 2000년대 중후반의 상승세,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급락과 회복, 이후의 정체가 특징적으로 관찰된다. 1990년초 KOSPI지수를 100으로 가정하였을 때 2019년말 지수는 242, 현금배당을 재투자하였다고 가정한 총수익지수는 345로 나타난다. 이를 연평균 수익률로 환산해보면 지수수익률 3.0%, 총수익률 4.2%로 30년 동안의 평균 예금금리 4.6%에 미치지 못한다. 2000년대 이후에는 지수수익률과 총수익률이 모두 예금금리를 상회하나, 투자위험에 상응하는 충분한 수익률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KOSDAQ지수의 경우 2000년 전후의 급등과 급락, 2010년 이후의 장기적 정체가 두드러진다. KOSDAQ지수가 최초 도입된 1996년 7월 1일 지수를 100으로 가정할 때, 2019년말 지수는 67, 총수익지수는 80에 불과하고, 전체기간의 연평균 지수수익률은 –1.7%, 총수익률은 –1.0%로 매우 저조하다. 2010년대에는 지수수익률 2.7%, 총수익률 3.4%를 기록하고 있으나, KOSPI지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KOSDAQ시장은 KOSPI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고 사업위험이 높은 기업들로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더 낮은 투자수익을 시현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주식시장의 투자자 구성을 살펴보면, 여전히 개인투자자 중심의 거래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림 II-5>와 <그림 II-6>의 2000년 이후 투자자 유형별 거래대금 비중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이후 개인투자자 비중이 다소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다. 2019년 기준으로, KOSPI 거래대금의 48%, KOSDAQ 거래대금의 85%를 개인투자자가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가 각각 28%, 10%로 두번째로 비중이 높고, 연기금·보험, 공사모펀드 등 국내 기관투자자는 각각 15%, 3%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장기투자자에 해당하는 연기금·보험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반면 투자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공사모펀드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거래는 정보에 기반하지 않은 잡음거래(noise trading)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 외국인투자자는 위기발생시 급격한 자금유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투자자 구성은 주식시장의 효율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불리한 요소다.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개인투자자의 고령화가 매우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 추세적 변화다. <그림 II-7>은 상장기업 개인주주 보유지분의 연령대별 비중을 보여준다. 50대 이상 개인주주의 비중은 2005년 44%에서 2019년 65%로 21%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 반면 40대 주주의 비중은 35%에서 24%로 11%p 감소, 30대 주주의 비중은 18%에서 9%로 9%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개인투자자의 급격한 고령화는 향후 주식시장 유동성 저하와 외국인투자자의 영향력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다. 
 

2. 상장기업 특성

이어서 한국 주식시장 상장기업의 특성변화를 검토해보자. 먼저 상장기업의 섹터별 비중을 살펴보면, 2019년말 시가총액 기준으로 IT, 경기소비재, 산업재 순서로 비중이 높다(<그림 II-8>). IT가 38%로 가장 높고, 경기소비재 13%, 산업재 10%의 순이다. IT섹터 시가총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더라도 IT 섹터의 비중이 가장 크다. 상장기업수 비중 또한 같은 순서로, IT, 경기소비재, 산업재가 각각 28%, 20%, 15%를 차지한다(<그림 II-9>).
 
시계열적으로는, IT, 의료, 에너지, 필수소비재 섹터의 비중 증가와 통신, 금융, 유틸리티 섹터의 비중 감소가 관찰된다. 2000~2004년과 2015~2019년의 섹터별 시가총액 비중을 비교해보면, IT, 의료, 에너지, 필수소비재 섹터의 합산 시가총액 비중은 33%에서 51%로 18%p 증가한 반면, 통신, 금융, 유틸리티 섹터의 합산 시가총액 비중은 36%에서 15%로 21%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통신, 금융, 유틸리티 섹터의 경우 규제수준이 높아 신규진입이 제한적인 대기업 위주의 섹터라는 점에서 비중의 정체 또는 감소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기업의 재무적 특성의 변화를 검토해 보자. 먼저 <그림 II-10>에 따르면, ROE는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완만한 하락추세가 관찰된다. 2000년대 초반 상장기업 ROE 중간값은 5~7% 수준이었으나 2010년대 후반에는 2~4% 수준으로 약 3% 가량 하락한 것으로 관찰된다. <그림 II-4>에서 제시된 예금금리 수준(2000년대 4.8%, 2010년대 2.4%)과 비교할 때 상장기업이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전체 상장기업 합산값(가중평균)을 기준으로 할 때 일부 대기업의 영향으로 ROE 수준은 다소 높게 나타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의 하락추세는 동일하다. 

<그림 II-11>은 최근 3년 매출액 성장률의 추이이다. 중간값 기준으로 2000년대 6~8% 수준에서 2014년 이후 3~4%로 하락한 상황이다. 상장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동시에 하락하는 추세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며, 경제성장률의 장기적 둔화 기조와도 일관된다. 한편, 매출액 성장률이 2010~2012년에 크게 증가한 것은 특징적인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회복되는 과정에서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II-12>와 <그림 II-13>은 부채비율과 현금자산비율의 추이를 보여준다. 부채비율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다소 상승하였으나 이후 다시 하락하여 2019년 중간값 기준 42%, 합산 기준 52% 수준이다. 현금자산비율의 경우에는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가 나타난다. 2000년대 초반 11% 수준에서 2010년대 후반 15% 수준으로 상승하였다. 상장기업이 현금성자산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것은 투자기회의 부재 혹은 사업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등을 의미할 수 있으며, 수익성과 성장성이 하락추세에 놓여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반드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기 어렵다.  
             

3. 회사채시장 및 파생상품시장
 
주식시장과 함께 자본시장의 축을 이루는 회사채시장과 파생상품시장의 장기추세에 대해 검토해보자. 먼저 회사채시장을 보자. 규모측면에서, 회사채시장은 장기적인 성장추세가 나타난다. <그림 II-14>를 보면, 연간 신규발행액은 2004~2008년 평균 26조원 수준에 불과했으나, 2015~2019년에는 평균 70조원 수준까지 증가하였다. 특히 2017년부터 증가폭이 커져 2019년에는 100조원 가량이 새로 발행되었다. 발행잔액은 2006년 77조원에서 2019년 290조원으로 연 11%의 성장률을 보이는데, 이는 주식시장 시가총액 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이다.
 
비상장기업의 회사채 발행과 전환사채 등 주식관련 회사채의 발행이 증가하는 추세는 특징적이다. 비상장기업의 회사채 발행 비중은 2000년대 중반 20~30% 수준에서 최근 40~50% 수준으로, 주식관련 회사채의 발행 비중은 10% 이하에서 20~30%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신용도가 낮고 사업위험이 높은 중소·벤처기업이 주식관련 회사채를 통해 자금조달을 추진하는 한편, 사모펀드시장이 확대되고 코스닥벤처펀드가 도입되면서 이들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저변이 확대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한편, 회사채 거래는 최근 5년 기준 연 130조원 수준이다(<그림 II-15>). 전체 채권거래의 2% 내외 수준으로 채권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으나, 거래회전율(발행잔액 대비 거래대금)은 60%로 유동성이 부족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전체거래의 절반이 장내에서 거래되는 국채와 달리, 98%가 장외시장에서 기관투자자간 거래로 형성되고 있어 가격의 투명성과 효율성, 거래비용 관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 
 

회사채시장의 가치평가지표인 회사채금리는, 장기적인 금리하락기조에 따라 하락하는 추세다(<그림 II-16>). 3년 만기 AA- 등급 회사채금리는 2000년대 초반 5~7% 수준에서 2010년대 후반 2% 수준으로 하락하였으며 국채금리 추세와 동조화된 흐름을 보여준다. 반면 3년 만기 BBB- 등급 회사채금리는 9~11%에서 8~9%로 하락하여 하락폭이 크지 않다. 그 결과 AA- 등급 회사채금리와 BBB- 등급 회사채금리의 격차(신용스프레드)는 4% 수준에서 6% 수준으로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회사채 수요기반이 우량회사채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비우량회사채에 대한 유동성 프리미엄이 증가한 결과로 평가된다. 비우량회사채 발행기업은 신용위험뿐만 아니라 유동성 프리미엄까지 반영된 금리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회사채 발행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파생상품시장의 장기추세는 2000년대의 급격한 성장과 2010년대의 정체, 채권·금리형 상품의 비중 증가, 개인투자자 비중 감소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전체 파생상품의 계약금액은 2003~2004년 월 340조원에서 2011년 월 1,370조원까지 급격히 증가하였다가 이후 감소하여 2013~2019년에는 월 800~900조원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그림 II-17>). 다만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시장변동성이 증가하면서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다. 파생상품 유형별로는, 2011년까지 주가지수 선물·옵션의 비중이 70~80%를 차지하였으나 이후 40% 수준까지 감소하고, 채권·금리 관련 상품(주로 선물)의 비중이 약 50%까지 증가하였다. 이는 주식시장 변동성의 감소추세, 채권형 펀드, 파생결합증권 및 파생결합사채 등 채권투자에 기반한 금융상품의 확대 등의 흐름에 영향을 받은 결과로 판단된다. 한편 통화, 금, 돈육 관련 상품과 개별주식 상품의 비중은 약 10%를 차지하고 있는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파생상품시장에서 관찰되는 또 다른 변화는 개인투자자의 비중 감소이다. <그림 II-18>에 나타나듯이,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주가지수 선물·옵션 거래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각각 55%, 53%에서 2019년 각각 23%, 25%로 절반이상 감소하였다. 국내 증권사의 참여가 확대되는 한편 2011년부터 차례로 시행된 옵션승수 상향, 기본예탁금 상향, 적격 투자자 제도 도입 등 개인투자자의 진입요건을 강화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4. 투자자금 흐름

마지막으로 주식시장을 둘러싼 투자자금 흐름의 장기추세를 점검해보자. <그림 II-19>의 투자자 유형별 누적순매수(KOSPI와 KOSDAQ 합산) 추이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순매수 주체와 순매도 주체가 명확히 구분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외국인 81조원, 연기금·보험 66조원, 금융투자 29조원의 누적순매수가 나타나고, 공사모펀드 88조원, 개인 33조원의 누적순매도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양상은 추세적 이다. 국내 기관투자자 기반이 공사모펀드에서 연기금·보험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앞서 투자자 유형별 거래비중의 변화에서 확인된 바와 일관된다. 외국인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순매도된 금액 81조원이 2009년 이후 재유입되는 패턴을 보여준다.
 
  
펀드시장의 장기추세는 주식형 펀드의 침체, 채권형 및 기타형(파생·부동산·특별·혼합형) 펀드의 성장, 국내비중 축소, 공모비중의 축소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림 II-20>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의 순자산총액은 2008년을 정점으로 감소 내지 정체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2008년 상반기 순자산총액은 144조원 수준으로 전체 펀드 순자산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으나, 2019년 순자산총액은 91조원으로 감소하고 비중은 20% 이하로 축소되었다. 반면, 2008년 상반기 각각 75조원, 43조원에 불과했던 채권형 펀드와 기타형 펀드의 순자산총액은 2019년 각각 135조원, 255조원 수준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전체 펀드에서 사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순자산총액 기준)은 2008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하여 2019년에는 70% 수준으로 증가하였다(<그림 II-21>). 해외펀드의 비중은 2008년까지 상승한 이후 완만한 하락세로 전환되었으나 2016년 이후 다시 증가하는 양상이다. 이러한 변화는 사모-국내의 비중이 높은 채권형 펀드와 사모-해외의 비중이 높은 기타형 펀드가 차례로 성장함에 따라 나타난 결과로 판단된다.

펀드시장의 추세적 변화는 2008년 금융위기와 2015년 사모펀드 제도개편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2008년 이전의 펀드 투자자금은 국내외 주식형 공모펀드를 중심으로 유입되었으나, 금융위기에 따른 주가급락을 겪은 이후 주식형 공모펀드에서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채권형과 기타형 펀드에 대한 신규유입이 증가하였다. 특히 2015년 사모펀드에 대한 운용 및 판매규제 완화는 해외-기타형 사모펀드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공모펀드의 상대적 위축에도 불구하고 공모펀드의 일종인 ETF(상장지수펀드)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였다. 상장상품으로서 수수료가 낮고 거래가 용이한 ETF는 2002년 도입된 이후 순자산총액 50조원에 이르는 투자상품으로 정착하였다(<그림 II-22>). 기초자산이 주식인 상품의 비중이 80% 이상이며, 기초자산이 채권인 상품이 15%, 나머지는 기초자산이 실물상품(commodity), 외환, 부동산, 인프라인 상품이 차지한다. 주식형 ETF는 특정 지수의 성과와 연동된 패시브(passive)형 상품이 대부분으로, 주식형 펀드가 위축되는 가운데 주식형 ETF가 성장했다는 것은 주식형 액티브(active) 펀드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기초자산이 주식인 ETF의 순자산총액 중 약 20% 가량은 레버리지/인버스 형태의 파생형 상품으로 나타난다.

다음으로 파생결합증권과 파생결합사채 시장의 추세를 살펴보자. 기초자산의 성과에 연동된 수익을 제공하는 만기형 상품인 파생결합증권과 파생결합사채는 주식보다는 투자위험이 낮고 은행예금보다 수익이 높은 소위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평가된다. 파생결합증권은 원금손실이 가능한 상품으로 기초자산이 주식인 ELS와 기초자산이 금리, 외환, 실물상품 등인 DLS로 구분되며, 파생결합사채는 원금보장 상품으로 기초자산에 따라 ELB와 DLB로 구분된다.
 
<그림 II-23>의 파생결합증권 및 파생결합사채의 미상환잔액 추이를 보면, 주식시장의 정체가 시작된 2011년 이후 급격한 성장세가 확인되며, 2019년말 기준 미상환잔액은 108조원에 이른다. 유형별 비중은 ELS 45%, DLS 15%, ELB 21%, DLB 19%로 ELS의 비중이 가장 크다. 파생결합증권과 파생결합사채는 주식시장  부진과 금리하락 기조에서 대안적 투자수단으로 투자자들의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Ⅲ. 코로나19 확산 이후의 한국 주식시장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은 주요국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미쳤다. <그림III-1>은 코로나19의 최초 사망자 보고시점 이후, 주요국 지수의 최저점 수익률과 8월 10일까지의 수익률을 보여준다.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주요국 지수는 평균 34% 급락하였으며, 오스트리아, 러시아 등 일부 국가는 50% 가까이 하락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8월 10일까지의 수익률은 평균 –9%로,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급락 이후 큰 폭의 반등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의 경우 최저점 수익률은 KOSPI –34%, KOSDAQ –36%로 평균적인 수준이었는데, 8월 10까지의 수익률은 각각 8%, 28%로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 이상으로 지수가 반등한 것으로 나타난다. 주가지수가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하여 중국, 미국 등 5개국에 불과하다.
 
<그림 III-2>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 섹터지수의 최저점과 8월 10일까지의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 지수하락이 컸던 섹터는 에너지, 금융, 경기소비재, 산업재의 순이며 지수하락이 작았던 섹터는 의료, 필수소비재, IT, 통신서비스의 순이다. 경기방어적 섹터의 충격이 작고 경기순응적 섹터의 충격이 큰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19가 실물경기 충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8월 10일까지의 수익률은 섹터간 편차가 큰 가운데 의료와 소재 섹터가 각각 72%, 42%로 현저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수요증가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되나 상승폭을 감안할 때 과열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코로나19의 상장기업 매출에 대한 영향은 2020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0년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분기 대비 1.2% 증가한데 비해 2분기 매출액은 11.3% 감소하였다(<그림 III-3>). 매출액 영업이익률의 경우, 상장기업 중간값(합산) 기준으로 2020년 1분기와 2분기 각각 2.8%(3.8%), 3.2%(5.2%)로, 1분기에 비해 2분기에 오히려 상승하였다(<그림 III-4>). 매출감소에 대응하여 고정비 지출을 적극적으로 줄인 결과로 추정된다. 그러나 매출액 영업이익률 하위 10%, 25%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분기 –21.5%, –3.6%에서 2분기 –24.9%, -4.2%로 악화되고 있어 수익성이 부진한 기업이 더 큰 타격을 입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의 충격이 장기화될수록 한계기업이 증가하고 도산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자본시장 투자자금 흐름을 살펴보면 개인투자자 투자자금의 대규모 유입이 눈에 띈다. 2020년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간 KOSPI와 KOSDAQ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 25조 4천억원, 국내 기관투자자(연기금·보험, 공사모펀드) 2조 4천억원, 국내 증권사 8조 6천억원의 순매도가 나타나는데, 개인투자자는 37조 2천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III-5>). 개인투자자의 순매수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1월부터 시작되어 8월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ETF와 ETN 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의 신규투자자금 유입이 적지 않다. ETF와 ETN에 대해 모두 5조 4천억원의 순매수가 확인되는데, 주가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이 발생하는 주가지수 인버스 상품에 대한 순매수가 3조 7천억원, 원유 등 실물상품 관련 상품에 대한 순매수가 1조 8천억원으로 나타난다(<그림 III-6>). 

코로나19 발생 이후 펀드시장의 자금흐름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추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공모형, 국내형, 주식형 펀드에서의 자금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 2월부터 7월까지, 공모형 펀드 9.4조원, 국내투자형 펀드 12.9조원, 주식형 펀드 8.6조원의 순유출이 일어난 반면, 사모형 펀드 4조원, 해외투자형 펀드 7.6조원, 부동산·특별자산 펀드 12조원의 순유입이 확인된다(<그림 III-7>). 

한편 파생결합증권과 파생결합사채의 경우 신규발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2월부터 6개월간 전체 신규발행금액은 23조원 수준으로 2018년,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40~50% 수준이다. 다만, 원금이 보장되는 파생결합사채는 약 14조원이 신규발행되어 2018년, 2019년에 비해 소폭 증가하였다. 파생결합증권의 신규발행 감소는 주식 직접투자 수요증가와 함께 2019년 DLF 사태와 주가지수 하락에 따른 조기상환 감소가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그림 III-8>).
  

   
IV. 결론
     
한국 주식시장은 지난 30년간 양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으나, 투자위험에 상응하는 수익률을 제공해 왔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주식투자에서 예금금리와 큰 차이가 없는 수익률이 기대된다고 할 때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고 채권, 해외자산, 대체투자자산 등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리는 것은 투자자의 합리적인 선택이다. 주식시장의 투자자 기반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자본시장 본연의 기능이 효율적으로 발휘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주식시장의 수익률이 부진한 근본적인 원인은 상장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낮고 또한 하락하는 추세에 놓여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는 경제성장률 둔화 기조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지난 20년간 2,100여개의 기업이 상장되고 900개 이상의 기업이 상장폐지되는 과정에서 추세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은 주식시장의 발굴, 평가, 규율 시스템에 취약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식시장의 기관화가 지체되고 있는 것 또한 우려할만한 부분이다. 금융자산의 축적이 기관투자자의 비중과 역할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자본시장이 심화, 성숙해가는 일반적 경로이다. 기관투자자는 자본시장의 수요기반을 넓힐 뿐만 아니라 유동성이 낮고 위험도가 높은 투자안에 대한 장기투자를 통해 실물경제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주식시장 기관투자자 기반이 정체되고 KOSPI시장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혁신성장에 대한 주식시장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편, 이번 코로나19는 개인투자자가 충분한 투자동기와 여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주가하락으로 기대수익률이 상승하면서 무려 37조원에 이르는 신규투자자금이 직접투자 방식으로 유입되었다. 이는 그 동안 한국 주식시장이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수익률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과 간접투자상품이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새롭게 유입된 투자자금이 장기적인 투자자기반으로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주식시장의 중요한 과제다. 아울러 코로나19 위기와 함께 일부 섹터의 성장잠재력이 부각되는 한편, 자금조달 수요가 증가하고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회와 위험의 균형점을 찾아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자본시장 본연의 역할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한국 자본시장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