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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의 행태적 편의와 파생결합증권 투자자보호
2020 02/18
투자자의 행태적 편의와 파생결합증권 투자자보호 2020-04호 PDF
요약
파생결합증권과 같이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의사결정에 있어 투자자는 주어진 모든 정보를 활용하기보다는 정보를 선별적으로 활용하거나, 어림짐작에 기대거나, 혹은 판매자 권유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으며,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하고 판매하는 금융회사는 이러한 투자자의 행태적 편의를 활용하여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할 유인을 갖는다. 따라서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보호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책수단의 규제공백을 제거함과 동시에 투자자의 행태적 편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의 행태적 편의를 유도하는 판매관행을 근절해야 하며, 파생결합증권의 위험-수익 특성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 형식을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회사가 투자자의 행태적 편의를 활용할 유인을 강화하는 선취수수료 중심의 수수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한국시장에서 ELS, DLS 등 파생결합증권은 2003년부터 발행되기 시작하여 현재 발행잔액이 106조원에 이르는 금융투자상품으로 성장하였다.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은 주식형 공사모펀드의 순자산총액을 넘어서며, 신규발행액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파생상품이 내재된 상품의 속성상 일반적인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손실이 발생할 경우 손실규모가 큰 상품의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투자자보호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어 온 상품이기도 하다. 지난해 일부 해외금리 연계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크게 이슈가 되었으며 금융당국의 조사결과 불완전판매가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생결합증권 투자자보호 수준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파생결합증권 투자자보호 정책의 한계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투자자보호 정책은 투자자 제한, 정보공개 강화, 이해상충 방지로 요약할 수 있다. 투자자 제한은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거나 투자위험을 감당할 수 없는 투자자가 투자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으로 적합성 원칙을 통해 구현되며1), 정보공개 강화는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설명의무 또는 상품설명서 제공 등을 통해 구현된다. 이해상충 방지는 금융회사가 자사의 이익을 위해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 부당권유 금지, 수수료 규제 등이 해당된다.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상품 손실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내놓은 개선안은 기존 투자자보호 정책수단의 규제공백을 제거하여 실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파생결합증권과 같은 복잡한 금융상품일수록 전통적인 투자자보호 정책만으로는 정책목표 달성에 한계가 있으며, 투자자의 행태적 편의를 고려한 정책수단의 설계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투자자는 본인의 투자 목적, 재무적 여건, 금융상품 특성을 완전히 이해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합리적 주체이기보다는 선별된 정보에 의존하거나 감정·심리상태에 영향을 받아 의사결정을 내리는 주체이기 때문에 합리적 투자자를 가정한 투자자보호 정책수단의 실효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공개 강화 정책은 정보량의 증가를 의미할 수 있는데 과도한 정보에 노출된 투자자는 정보를 선별적으로 활용하거나, 어림짐작에 기대거나, 판매자의 권유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보공개 강화가 정보비대칭에 따른 역선택 위험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행태적 편의를 유발하고 이해상충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생결합증권 투자자의 행태적 편의

국내외 파생결합증권시장에서 실증적으로 관찰되는 투자자의 행태적 편의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투자수익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다. 영국 FCA(Financial Conduct Authority)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주가지수의 기대수익률 분포와 해당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이용한 파생결합증권의 기대수익률을 조사하였는데, 응답자가 제시한 파생결합증권 기대수익률은 응답자가 제시한 기초자산 기대수익률 분포를 바탕으로 계량적으로 산출한 파생결합증권 기대수익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 차이는 평균 연 1.9% 수준으로 조사에 활용한 다섯 가지 상품유형에서 일관되게 관찰된다. 개인투자자들은 기초자산 성과와 파생결합증권 성과의 관계를 정교하게 파악하지 못할 뿐 아니라 파생결합증권 투자성과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갖는다는 의미이다. 

둘째, 투자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다. Rieger(2012)와 Kunz et al.(2017)은 기초자산이 여러 개인 BRC(Barrier Reverse Convertible)형 파생결합증권2)의 투자위험에 대한 투자자 인식을 분석하였다. 기초자산이 여러 개인 BRC형 상품은 기초자산 중 어느 하나라도 가격이 일정수준 하락할 때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위험수준과 상관없이 기초자산이 추가될수록 투자위험은 증가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복수 기초자산 BRC형 상품의 투자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초자산이 추가됨으로써 위험도가 높은 기초자산의 위험을 상쇄한다고 오해하거나, 잘 알려진 기초자산이 여러 개일 때 더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되며3), 결국 투자위험이 높은 파생결합증권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셋째, 투자자 스스로의 투자능력을 과신(overconfidence)하거나 상품의 최근성과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경향(over-extrapolation)이다. 금융상품과 금융시장 이해도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객관적 평가에 비해 높은 과신 성향의 투자자일수록 파생결합증권에 투자하는 빈도가 높고, 기초자산 또는 동일 유형 파생결합증권의 최근 성과가 좋을수록 신규투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4)  


행태적 편의와 금융회사의 이익극대화

이와 같이 파생결합증권 투자자의 행태적 편의가 존재할 때, 파생결합증권을 설계·발행·판매하는 금융회사는 이러한 행태적 편의를 활용하거나 강화하여 이익을 극대화할 유인을 갖는다. 파생결합증권 투자자가 수익을 과대평가하고 위험은 과소평가한다는 것은 본질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실제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광범위하게 관찰되는 현상이다. 관련 실증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분석 대상과 기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파생결합증권은 이론가 대비 1~8% 과대평가된 가격에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나며 결국 투자자의 수익률 손실로 이어진다. 특히 수익구조가 복잡할수록, 기초자산 변동성이 높을수록, 원금비보장형일수록, 쿠폰수익률이 높을수록 과대평가가 크게 나타난다는 점이 주목된다. 파생결합증권의 위험-수익 특성에 대한 투자자의 편향된 인식이 존재하는 동시에 금융회사는 이러한 편향을 가격결정에 반영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상품 손실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결과5)에 따르면, 해당 상품을 원금손실 없는 안전한 상품으로 판매하거나 금융회사 내부적으로 목표고객층을 정기예금 선호고객으로 선정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사실상 투자위험을 과소평가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현재에도, 파생결합증권의 손실발생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을 경우 달성할 수 있는 수익률을 예상수익률이나 기대수익률로 강조하여 표기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손실발생 가능성을 고려한 기대수익률은 이보다 낮지만 이러한 사실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기대수익의 과대평가를 유도하는 것이다.     

복잡하고 투자위험이 높은 파생결합증권일수록 가격이 과대평가되고, 금융이해도가 낮은 투자자기반을 가진 금융회사에서 더 복잡한 파생결합증권을 판매한다는 분석결과6)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파생결합증권의 복잡성은 단지 금융혁신의 결과물이 아니라 투자자의 이해력 한계와 행태적 편의를 이용하여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금융회사의 전략적 선택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행태적 편의를 고려한 투자자보호 정책

국내 파생결합증권 투자자에게 나타나는 행태적 편의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나, 행태적 편의와 연관된 비효율적 투자의사결정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 근거로, 우선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투자자의 이해도가 매우 낮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박주현·차경욱(2017)의 파생결합증권 투자자 조사에 따르면, ‘기초자산’의 개념을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이 37%, ‘행사가격’의 개념을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이 57%, ‘knock-in barrier’의 개념을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이 73%에 이른다. 많은 투자자가 파생결합증권 수익구조와 관련된 핵심개념을 모른 채 투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둘째, 파생결합증권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생결합증권의 복잡성은 기초자산과 상환조건 수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는데, ELS와 DLS의 기초자산 수는 2011년 각각 평균 1.7개, 1.2개에서 2019년 각각 평균 2.9개, 2.1개로 증가하였고 상환조건의 수 역시 2011년 각각 평균 7.0개, 2.4개에서 2019년 각각 평균 8.1개, 3.8개로 증가하였다. 국내 파생결합증권은 더 복잡하고 더 많은 위험요인에 노출된 상품으로 변화하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투자의사결정에 있어 자발적 판단보다는 판매자 권유나 광고·홍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고령투자자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2018년 6월말 기준으로 60대 이상 투자자가 파생결합증권 투자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 수준이며, 80대 이상 투자자의 비중도 4%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파생결합증권 투자자보호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합성원칙 강화, 설명의무 강화, 금융회사 내부통제 강화 등 기존 정책수단의 규제공백을 제거하는 것에서 나아가 투자의사결정 과정에서 행태적 편의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첫째, 투자자의 행태적 편의를 강화하는 판매관행을 근절해야 한다. 파생결합증권을 예금의 대체재로 인식하도록 하는 행위, 손실가능성을 축소하고 기대수익률을 과장하는 행위, 과거성과 또는 판매성과를 강조하는 행위, 기초자산의 위험성과 파생결합증권의 위험성을 등치시키는 행위 등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둘째,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파생결합증권과 같이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선별적·요약적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는데, 어떤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제시하느냐에 따라 투자자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상품의 위험-수익 특성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보제공 방식을 도출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면밀한 실증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셋째, 투자비용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선취수수료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은 선취수수료 체계에서 금융회사는 수수료가 높은 고위험 상품을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투자자에게 권유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금융회사의 수익 또는 성과평가기준이 모든 투자비용을 반영한 투자자의 사후 수익률과 연동되어 있다면 투자자의 행태적 편의를 활용하거나 유도할 유인은 낮아질 것이다. 따라서 금융회사와 투자자의 이해상충을 줄일 수 있는 수수료 체계 또는 성과평가 체계의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어

저금리, 저성장 기조에서 투자수익률 제고를 위한 파생결합증권 투자수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주식, 실물상품 등 개별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자산에 대한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전통적 자산만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수익구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파생결합증권의 효용성이 존재한다. 파생결합증권 수익구조의 복잡성으로 인해 나타나는 투자자의 행태적 편의가 비합리적 투자의사결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투자자보호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며, 이것이 투자자와 금융회사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1) 투자자 숙려제도도 투자자 제한 방식의 일환으로 간주할 수 있다.
2) 이 상품은 한국에서 가장 일반적인 파생결합증권과 유사한 수익구조를 갖는다.
3) 전자는 “dieter’s paradox”, 후자는 “conjunction fallacy”와 연관된다.
4) Bergstresser(2008), Abreu & Mendes(2018), Shin(2019)
5) 금융감독원(2019. 12. 5)
6) Celerier & Vallee(2013)

  
참고문헌

금융감독원, 2019. 12. 5, 금융분쟁조정위원회, DLF 투자손실 40%~80% 배상 결정, 보도자료. 
박주현·차경욱, 2017, ELS(주가연계증권) 투자행동과 보유유형 분석: 원금보장여부에 따른 보유유형 비교 ,『소비자학연구』 28(2), 227-250.
Abreu, M., Mendes, V., 2018, The investor in structured retail products: Advice driven or gambling oriented? Journal of Behavioral and Experimental Finance 17, 1-9.
Bergstresser, D., 2008, The retail market for structured notes: Issuance patterns and performance, 1995-2008. Harvard Business School, Boston MA.
Célérier, C., Vallée, B., 2013, What drives financial complexity? A look into the retail market for structured products, Paris December 2012 Finance Meeting EUROFIDAI-AFFI Paper.
Hunt, S., Stewart, N., Zaliauskas, R., 2015, Two plus two makes five? Survey evidence that investors overvalue structured deposits, FCA Occasional Paper (9).
Kunz, A.H., Messner, C., Wallmeier, M., 2017, Investors’ risk perceptions of structured financial products with worst-of payout characteristics, Journal of behavioral and experimental finance 15, 66-73.
Rieger, M.O., 2012, Why do investors buy bad financial products? Probability misestimation and preferences in financial investment decision, Journal of Behavioral Finance 13(2), 108-118.
Shin, D., 2018, Extrapolation and complexity, Working pa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