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발간물

자본시장포커스

모험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펀드구조조정 세컨더리의 역할
2021 01/04
모험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펀드구조조정 세컨더리의 역할 2021-01호 PDF
요약
최근 국내 모험자본시장에 나타난 새로운 유형의 세컨더리 거래인 펀드구조조정은 펀드 운용사가 세컨더리 투자자 등 신규 출자자와 새로운 펀드를 설립하고 운용사의 기존 펀드로부터 전체 또는 일부 자산을 인수하여 운용하는 방식이다. 펀드구조조정은 기존 출자자들의 회수를 지원하여 민간출자를 확대하고 포트폴리오 기업의 투자기간을 연장함으로써 펀드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운용사와 출자자 간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보장된다면 펀드구조조정은 국내 혁신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필수적인 스케일업과 민간출자 확대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펀드구조조정 세컨더리 거래의 등장
 
2019년 국내 모험자본시장에서는 시장참여자의 이목을 끈 새로운 유형의 세컨더리 거래가 등장하였다.1) 벤처캐피탈 분야에서는 벤처펀드의 잔여 포트폴리오 기업 전부를 동 펀드의 운용사(GP)가 새로운 출자자(LP)와 함께 신규로 설립하는 펀드에 매각하는 방식의 세컨더리 거래가 이루어졌다. 기존 벤처펀드는 직방, 센드버드 등 현재 기업가치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다수의 예비 유니콘 기업을 편입하고 있는 펀드였다. 한편 PEF 분야에서는 보유한 해운사의 추가적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한 기존 운용사가 새로운 출자자과 함께 신규로 설립한 PEF가 동 해운사를 기존 PEF로부터 인수함으로써 기존 출자자들에게 회수기회를 제공하는 세컨더리 거래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유형의 거래는 출자자 간 출자지분 거래와 포트폴리오 기업 구주거래를 중심으로 제한적인 성장에 머무르고 있던 국내 세컨더리 시장에 해외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는 펀드구조조정(fund recapitalization)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출자지분 세컨더리 거래 방식이 시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전체 세컨더리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펀드구조조정의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펀드구조조정은 회수시장 활성화를 통해 모험자본시장의 확대를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최근 정책기조로서 국내외의 관심이 높은 스케일업 구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해외 출자지분 세컨더리 시장에서의 거래구조 다양화 추세를 살펴보고 국내 모험자본시장에 대한 시사점을 살펴본다.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한 세컨더리 거래의 의의 
 
투자-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모험자본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투자 회수시장이 존재하여야 한다.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투자 사안별 특징, 시장 상황과 투자대상의 성과에 따라 적합한 회수방식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모험자본인 벤처캐피탈과 PEF 투자의 회수경로로는 일반적으로 IPO, M&A와 세컨더리 거래를 들 수 있는데 이 중 세컨더리는 전문투자자나 펀드 간 거래를 통해 투자가 회수되는 방식으로서 펀드가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의 구주가 거래되는 구주 세컨더리와 펀드 출자지분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출자지분 세컨더리로 구분된다. 해외의 경우 출자지분 세컨더리가 세컨더리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국내는 구주 세컨더리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모험자본 회수시장은 그간의 정책적 노력으로 많은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진 바 제도 측면의 미비점보다는 국내 자본시장의 전반적 상황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IPO 관련해서는 그간 회수시장으로서 코스닥의 역할 제고를 위한 정책당국과 시장의 노력이 지속되어 왔으나 IPO 시장은 전체 자본시장의 부침에 영향을 받는 근본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M&A, 특히 벤처캐피탈 회수경로로서의 M&A는 개방형 혁신의 수준이나 공급망 구조 등 국내 기업생태계 전반의 구조로부터 근본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한편 국내 회수시장에서의 세컨더리는 구주 세컨더리 거래가 일부 이루어지고 있지만 IPO와 M&A의 대안 경로로서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지속가능한 모험자본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민간투자의 회수가 원활하게 이루어져 민간투자가 확대 재생산되는 구조의 정착이 필요하다. 전술한 국내 모험자본 회수시장의 특성과 현실을 고려할 때 민간출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별 포트폴리오 자산의 회수를 동반하는 펀드 청산을 통하여 투자회수가 이루어지는 전통적인 투자회수 방법 뿐만 아니라 민간출자자의 투자금이 중간에 회수될 수 있는 다양한 거래구조를 통한 투자회수, 즉 출자지분 세컨더리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 전통적인 방식의 출자지분 세컨더리가 본격적인 성장단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전술한 사례와 같이 다양한 구조를 활용한 새로운 방식의 출자지분 세컨더리 거래가 시도되고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모험자본시장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해외 세컨더리 시장의 현황 및 거래구조

전통적인 출자지분 세컨더리 거래는 운용사의 관여 없이 출자자 간에 이루어지는 거래이다(LP-to-LP). 매도자는 유동성 확보, 포트폴리오 재조정, 규제 혹은 M&A로 인한 자산정리 등의 동기로 거래에 참여하며 매수자는 블라인드 투자 위험의 감소, J-커브 효과(J-curve effect)2) 완화와 산업·지역 등 분산투자를 위해 세컨더리 거래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편 전통적인 출자지분 세컨더리에서는 운용사 관여가 제한적인 반면, 금융위기 이후에는 운용사가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출자지분 세컨더리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즉 금융위기로 인해 다수 개별 포트폴리오 자산의 회수가 어려워진 펀드(이른바 좀비펀드)의 처리를 위해 출자지분 세컨더리 거래가 시도되었으며 이후 출자자 간 거래를 운용사가 주도하거나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GP 주도 세컨더리(GP-led secondaries)가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최근에는 GP 주도 세컨더리가 부실자산 처리가 아닌 출자 및 운용 문제에 대한 맞춤형 해결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다수 선도 운용사들이 상시적으로 채택하는 펀드 운용방식으로 변모하였다. 이러한 인식 전환에 힘입어 GP 주도 세컨더리 거래규모는 2016년 70억달러에서 2019년 280억달러로 연평균 58.7% 성장하였으며 전체 세컨더리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동 기간 19%에서 34%로 증가하였다(Lazard, 2020).3)

운용사가 이러한 GP 주도 세컨더리 거래에 참여하고자 하는 경우는 후속투자 자금을 확보해야 할 경우, 기업의 성장에 따라 투자전략 변경이 필요한 경우, 그리고 투자기간 연장을 통해 수익률 극대화가 가능할 경우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출자자의 경우에는 GP 주도 세컨더리를 통해 출자금을 회수하고 성과가 부진한 펀드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으며, 중요성이 낮아진 운용사들과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다.

2019년 국내에서 시도된 펀드구조조정은 다양한 GP 주도 세컨더리 방식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출자지분 세컨더리 거래구조이다.4) 펀드구조조정은 운용사가 세컨더리 투자자(세컨더리 펀드 운용사) 및 신규 출자자와 결성하는 신규 펀드가 기존 펀드의 전체 또는 일부 자산을 인수하여 운용하는 방식이며 이 때 기존 펀드의 출자자는 신규 결성 펀드로 이전하거나 기 출자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받는다. 한편 신규 펀드를 결성하여 기존 펀드의 미매각 포트폴리오 자산 전체를 인수할 경우 이를 테일엔드(tail-end) 방식의 펀드구조조정이라고 하며 이 때 운용사는 기존 펀드와 동일하게 유지되거나 교체될 수 있다.


펀드구조조정과 이해상충 가능성

GP 주도 세컨더리는 기존 출자자와 이해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운용사가 기존 출자자에게 기존 출자지분을 매각하거나 신규 펀드로 이전하는 두 가지 옵션만 제시할 경우, 기존 출자자는 신규 펀드의 출자조건이 기존 펀드의 출자조건보다 불리한 경우에도 출자지분 유지를 원할 경우 불리한 출자조건을 수용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운용사는 기존 펀드의 포트폴리오 자산으로부터 성과보수 수취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될 경우 GP 주도 세컨더리를 통해 신규 펀드를 결성하고 추가적인 회수 시간 확보와 더불어 새로운 보수체계를 신규 출자자와 설정하려는 유인을 갖는다. 이러한 이해상충 가능성으로 인하여 GP 주도 세컨더리 거래에는 운용사와 출자자 뿐만 아니라 공정성 및 객관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자문사가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GP 주도 세컨더리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글로벌 출자자 협회인 기관유한책임사원협회(ILPA)5)는 GP 주도 세컨더리 거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동 가이드라인은 운용사가 거래기회와 관련하여 기존 출자자와 신속한 의사소통을 개시하고 잠재적 이해상충 문제에 대해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며 독립적인 자문서비스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기존 출자자들은 이전되는 포트폴리오 자산에 대하여 신규 출자자들과 동일한 투자심사 자료와 심사기간을 보장받아야 하며 거래에 따른 이득에 따라 거래비용이 참여자들에게 배분되고 공개되어야 함을 적시하고 있다.


펀드구조조정과 모험자본시장에 대한 시사점

최근의 정책적 화두 중 하나인 혁신기업의 스케일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스케일업 기업의 성장에 따른 후속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스케일업 과정은 투자기업의 성장이나 투자수익의 창출에 소요되는 기간과 소요자금 규모의 불확실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에서 기업 성장이나 투자수익 창출에 소요되는 기간이 장기로 변해가는 추세가 펀드구조조정과 같은 출자지분 세컨더리 거래유형의 성장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과 같이 국내에서도 스케일업을 위한 펀드구조조정의 잠재적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펀드구조조정은 운용사로 하여금 수익이 기대되는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해 펀드 만기에 구애받지 않고 후속투자를 통해 기업성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며 펀드의 만기 청산을 위해 매각을 강행할 경우 발생할 기회손실을 방지해 줄 수 있다. 또한 투자수익 창출을 위해 소요되는 기업성장 기간이 펀드의 존속기간보다 장기임을 고려할 때 펀드구조조정은 민간출자자에게 중간회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모험자본시장 조성을 위해 필수적인 민간출자 확대에 기여하는 중요한 혁신이 될 수 있다.
 
1) 여기서 세컨더리 거래는 모험자본 투자회수 방식 중 하나로서 주식시장 상장(IPO)이나 기업으로의 매각(M&A)을 통한 회수와 달리 대부분 펀드인 모험자본시장 투자 주체 간 거래를 통해 투자가 회수되는 방식이다. 세컨더리 거래는 펀드가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의 구주가 거래되는 구주 세컨더리와 펀드 출자지분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출자지분 세컨더리로 구분된다.
2) J-커브 효과는 펀드가 운용 초기 음(-)의 수익률을 나타내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수익률이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3) Lazard, 2020, Financial Sponsor Secondary Market 2019 Year-End Review. 동 기간 전체 세컨더리 거래규모는 370억달러에서 830억달러로 연평균 30.9% 성장하였다.
4) 펀드구조조정 외에 일반적인 GP 주도 세컨더리 거래로는 스트립세일(strip sale), 우선배분출자지분(preferred equity) 발행, LP지분 공개매입 등이 있다.
5) ILPA는 Institutional Limited Partners Association의 약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