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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 지원을 위한 한국 자본시장의 과제
2020 07/20
그린뉴딜 지원을 위한 한국 자본시장의 과제 2020-16호 PDF
요약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ㆍ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선도형 경제로 거듭나기 위해 그린뉴딜 등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해외 선진국 정부와 민간 금융회사들은 기후변화 대응 및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온실가스 배출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노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관련해서 대규모 그린본드를 발행하고, 그린 인프라 확대 등 사회책임투자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한국 금융투자회사들도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그린 인프라 확대,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위한 인적ㆍ물적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그린 인프라 확대,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중장기 사업 목표에 추가하고 그린본드 발행 및 친환경 사회책임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그린뉴딜 관련 지수를 개발하고 환경 부문 ESG 평가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한편 그린뉴딜 관련 금융투자상품 출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배출권 거래 시장의 안정을 위해 배출권 파생상품 활성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린뉴딜 대응 필요성

코로나19 등 전염병 확산을 억제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 기후변화와 환경위기에 체계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년 전부터 주요 국가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 등을 구체적으로 추진해왔다. EU는 2019년 12월 그린딜(Green Deal) 발표를 통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으며 그린딜 추진을 위해 10년 단위로 최소 1조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영국은 2008년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법을 제정했으며 최근 관련 법제 개정을 통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구체화했다.1) 프랑스는 2019년 12월 에너지ㆍ기후 적응법을 제정하여 2030년 화석 연료 사용을 2012년의 60% 수준으로 줄이고, 2022년부터 모든 가구에 에너지 효율성을 측정하고 관리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파리협정을 탈퇴하기로 선언했으나 주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2) 뉴욕시는 화석연료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연기금의 투자금을 회수하기로 했으며, 캘리포니아주는 배출권 거래를 2030년까지 연장하고 2045년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드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파리협정 이행을 위해 2030년까지 GDP당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60~65% 감축하며, 2020년부터 배출권 거래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발표했다.

최근 한국정부도 기후변화와 환경위기에 대비하고 선도형 경제로 거듭나기  위해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탄소중립 사회를 지향하기 위해 도시ㆍ공간ㆍ생활 인프라의 녹색 전환, 저탄소ㆍ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을 제시했다.3) 한국형 ‘그린뉴딜’ 정책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ㆍ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달성하는데 매우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그린뉴딜’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유럽,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정부나 의회 뿐 아니라 민간 금융회사가 온실가스 감축을 최우선 사업 목표로 두고 그린본드 발행, 그린 인프라 확대 등 사회책임투자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도 활발히 수행하고 있으며 친환경 에너지 사용에 기반을 둔 도시재생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선진국 금융회사의 그린뉴딜 대응 사례를 살펴보고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 지원을 위한 한국 자본시장의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글로벌 금융회사의 그린뉴딜 대응 노력

글로벌 금융회사와 민간 기업들은 기후변화 및 환경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친환경 프로젝트는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통상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때 발행하는 채권을 그린본드(Green Bond)라고 부른다. 그린본드는 2007년 유럽개발은행(EIB)이 최초로 발행한 이후 2010년대초 세계은행,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발행되었다. 2014년에는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도이치뱅크 등 13개 글로벌 IB들이 그린본드 활성화를 목표로 자금 사용처, 평가 투명성, 공시 강화를 포함한 그린본드 원칙을 발표했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친환경 프로젝트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 수요가 늘면서 민간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그린본드 발행이 빠르게 증가했다. 금융위기 직후 그린본드 발행규모는 10~30억달러에 불과했으나, 2019년 발행규모는 2,577억달러(약 310조원)로 10년간 100배 이상 성장했다(<그림 1> 참조). 
 

국가별로는 미국, 중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과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그린본드 발행규모가 높다. 2019년 기준 주요 유럽 국가들의 그린본드 발행규모는 GDP 대비 1%를 기록하고 있으나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발행규모는 약 0.2%에 불과하다(<그림 2> 참조). 작년 한 해 동안 496개 발행 기업으로부터 총 1,788건 그린본드가 발행되었으며 발행주체별로는 민간 금융회사와 민간 기업 비중이 전체의 약 50%로 가장 높다. 2018~19년 동안 글로벌 민간 금융회사들은 약 1,100억달러의 그린본드를 발행했으며 최근 유럽계 IB와 중국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그린본드를 발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4) 2019년 발행된 그린본드 자금은 신재생 에너지(31%), 그린 인프라(30%), 그린 모빌리티(20%), 수질 개선(9%) 분야에 투자되었다. 
 

그린본드 발행 외에도 유럽계 금융회사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최우선 사업 목표로 세우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사적 자원배분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ECB의 라가드르 총재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조 8천유로의 자산매입 계획을 밝히는 등 녹색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기로 밝혔다.5) 유럽계 IB들 역시 친환경 관련 사업에 대규모 사회책임투자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직ㆍ간접적으로 유도하는 섹터에는 투자를 줄이기로 밝혔다. 영국에 본사를 둔 HSBC와 바클레이스 모두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하겠다는 ‘Net Zero Bank’를 최우선 사업 목표로 두고 있다. 이들 IB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유도하는 화석연료 섹터에는 점진적으로 투자금액을 줄이기로 했으며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통한 지속가능성장을 위해 대규모 투자기금을 조성하여 사회책임투자를 나서고 있다. BNP 파리바는 온실감스 감축 및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목표로 수년전부터 사회책임투자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왔다. 또한 BNP 파리바는 대출기업이 기후변화 대응 노력 등 특정 ESG 평가 점수를 개선할수록 대출 이자를 깎아주는 ‘지속가능성 연계 대출(Sustainability Linked Loan: SLL)’ 상품을 출시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계 IB들도 기후변화 대응, 그린 인프라 확대,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위해 대규모 사회책임투자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JP모건은 기후변화 대응 및 환경 생태계 보전을 목표로 환경ㆍ사회 정책 보고서를 발표했다.6) JP모건은 파리협정 이행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과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위해 관련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및 사회책임투자를 수행하기로 밝혔으며 환경 생태계 보존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 산림파괴, 북극 개발 등과 관련된 기업에게는 대출과 투자를 수행하지 않기로 했다. 골드만삭스도 2019년말 온실가스 감축 및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위해 10년간 7,500억달러를 친환경 프로젝트 등에 투자하기로 발표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그린경제 보고서를 발표하여 청정기술(Clean Tech)이 1~2조달러의 신규투자를 촉진하고 1,500~2,00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제회복 및 지속가능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7) 그 외 뱅크오프아메리카, 씨티그룹 등도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표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그린 인프라 확대,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위해 대출과 투자 업무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기로 발표했다.


그린뉴딜 대응을 위한 글로벌 자본시장 인프라 사례

EU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0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제도를 시행하였다.8) 2020년 현재 약 40여개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제도를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2015년 파리협정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제도를 장려하고 있어 중국 등 신흥국 국가들도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제도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2019년 유럽 배출권 거래 시스템(ETS)에서 거래된 규모는 약 145억톤(탄소단위)으로 2013년 31억톤 대비 4.6배 증가했다.9) 동기간 유럽 할당배출량 가격은 3.4유로에서 25유로로 7.4배 증가했다. 유럽내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는 현물 시장뿐 아니라 파생상품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유럽 이산화탄소 배출권 선물ㆍ옵션 상품은 ICE 거래소 등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으며, 2019년 기준 파생상품 거래대금은 현물 거래대금의 약 12배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2015년부터 KRX에서 배출권 거래시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5년 첫해 배출권 거래규모는 124만톤이 거래되었으며 2019년에는 1,695만톤 거래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배출권 거래에 대한 파생상품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배출권 현물 가격의 유동성이 낮고, 가격 변동성이 높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와 지수사업자 등은 기후변화 대응, 그린 인프라 확대, 신재생 에너지 전환 노력 등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그린뉴딜 관련 지수 등을 체계적으로 산출하고 있다. MSCI와 S&P 글로벌 등 주요 지수사업자는 별도의 기후변화대응 지수를 발표하고 있으며, Lyxor 등의 자산운용회사는 기후변화지수를 기초로 한 ETF 상품을 출시하여 높은 투자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이들 지수사업자와 주요 글로벌 IB들은 ESG의 환경(‘E’) 평가 항목에 기후변화 대응 및 신재생 에너지 전환 정도를 측정하여 개별 기업의 ESG 평가 점수에 반영하고 있다.

 
그린뉴딜 활성화를 위한 한국 자본시장의 과제

유럽,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정부와 민간 금융회사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ㆍ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 그린 인프라 확대,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등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대규모 투자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도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5년간 73조 4천억원을 투자하고 65만 9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쉽게도 한국 금융투자회사는 기후변화 대응, 그린 인프라 확대, 신재생 에너지 전환 등에 관심이 낮고 관련 그린산업 투자도 다소 부족한 것으로 판단한다. GARP는 전세계 국가들에 대해 기후변화 대응 성과를 측정하는 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CCPI)를 산출하고 있는데, 2019년 기준 유럽 국가들이 상위권 점수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전세계 58위로 기후변화 대응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대규모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지원을 소명으로 하는 한국 금융투자산업은 그린뉴딜 활성화를 위해 인적ㆍ물적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에, 한국판 그린뉴딜 성공을 위해 한국 자본시장의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글로벌 IB들의 그린뉴딜 대응 전략을 참고하여 중장기 사업목표에 기후변화 대응, 그린 인프라 확대, 신재생 에너지 전환 목표를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유도하고 환경 생태계를 훼손할 개연성이 높은 기업에는 대출과 투자를 줄이는 전략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그린본드 발행 및 발행주선 등의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여 온실가스 절감, 친환경 도시재생, 신재생 에너지 전환 등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민간 금융투자회사가 투자손실 가능성이 높은 친환경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 정부기관이 보증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 셋째, 기후변화대응 및 신재생 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지수를 개발하고 ETF 등 관련 금융투자상품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린뉴딜 관련 공모 금융투자상품 활성화를 위해 REITS 편입자산에 그린 인프라 등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넷째, 한국기업이 기후변화 대응, 그린 인프라 확대, 신재생 에너지 전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ESG의 환경(‘E’)과 관련한 평가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관련 리서치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표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온실가스 배출량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배출권 거래 시장의 안정화를 유도하기 위해 배출권 거래 파생상품의 상장 및 거래 활성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1) https://www.gov.uk/government 참조
2) 환경부, 2019. 10. 22, 제2차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 보도자료.
3) 기획재정부, 2020. 7. 14,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보도자료.
4) 2019년 기준으로 중국공상은행(ICBC), 중국흥업은행, 크레디 아그리콜, BNP 파리바 순서로 발행규모가 높다.
5) FT News, 2020. 7, Lagarde Puts Green Policy Top of Agenda in ECB Bond Buying.
6) JP Morgan, 2020. 2, Environment and Social Policy Framework.
7) Goldman Sachs, 2020. 6, Carbonomics: The Green Engine of Economic Recovery.
8) 환경부, 2019, 2018년 국제 배출권거래시장 주요 이슈 참조.
9) https://icapcarbonaction.com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