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을 통한 기업구조조정과 DIP금융 | 자본시장포커스 | 발간물 | 자본시장연구원
ENG

발간물

자본시장포커스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구조조정과 DIP금융
2019 08/13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구조조정과 DIP금융 2019-17호 PDF
요약
최근 정책당국이 발표한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구조조정 전략의 하나로 논의된 DIP금융, 즉 기업회생 관련 신규 자금지원의 확대는 회생기업의 운영자금 조달과 성공적인 기업회생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DIP금융은 전통적인 부채 및 지분 투자형 기업구조조정 수단에 더하여 자본시장 플레이어가 활용할 수 있는 추가적인 기업구조조정 수단을 제공한다. 국내에서 DIP금융을 통한 기업회생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DIP금융의 법적 안정성 제고, DIP금융 공급자에 대한 기업회생 절차에서의 권한 및 자금공급 인센티브의 강화, 그리고 DIP금융 전용펀드의 운용사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

기업구조조정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구조조정  

지난 7월 26일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구조조정 활성화 관련 정책을 발표하였다. 동 정책은 첫째, 기존 기업구조혁신펀드의 확대 및 운용방식 다양화, 그리고 유암코와 캠코의 역할 강화, 둘째, 기업회생 성공사례 창출을 위한 DIP금융(Debtor-In-Possession financing)과 매각후재임차(Sale & Lease-Back: S&LB)의 활성화, 셋째,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기업들의 부정적 인식해소를 위한 성공사례 발굴 및 투자자와의 정보공유 활성화 등을 핵심 정책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기업구조조정 활성화 방향은 워크아웃과 더불어 기업구조조정 방식의 중요한 축인 기업회생과 관련된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업회생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의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국내 현실상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기적으로는 이번 정책발표에 포함된 DIP금융의 공급확대, 장기적으로는 기업구조조정 전문인력의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기업구조조정 시장이 성숙하지 못하여 기업구조조정 전문 운용사 층이 두텁지 않고 구조조정 담당임원(Chief Restructuring Officer: CRO) 파견 등 해외 기업구조조정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민간 기업구조조정 전문기관 등이 발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본고는 이 중 비교적 단기적 과제라고 할 수 있는 DIP금융의 확대 방안에 대하여 살펴본다.   


기업회생을 위한 DIP금융

DIP금융은 일반적으로 기업회생 절차에서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신규 자금조달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우리나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에서는 미국 연방도산법을 따라 기업회생 신청에 이르게 된 재정적 파탄이 경영자가 행한 재산의 유용, 은닉, 또는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이 아니면 기존 경영자를 기업회생 절차의 관리인으로 임명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때 기존 경영자 관리인을 DIP라고 하며 국내에서는 이를 기존경영자관리인제도라고 부른다.

기업회생이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운영자금 확보와 회생종결을 위한 자금조달이다. 워크아웃과 달리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은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아 신용을 바탕으로 한 거래 상대방과의 지속적 거래가 불가능하므로 이들에게 있어 운영자금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자금 공급자 입장에서는 회생기업의 과도한 부채와 회생의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자금공급을 꺼리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자금조달상의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해 회생기업이 조달하는 신규자금에 대해서는 변제의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신규자금 공급의 유인을 높이고 있다.

DIP금융은 공급주체의 유형에 따라 방어적 DIP금융과 공격적 DIP금융으로 구분하는데1), 방어적 DIP금융은 기존 회생기업 채권금융기관이 공급하는 DIP금융을 의미하며, 공격적 DIP금융은 기존 금융관계가 없는 신규 공급자에 의한 DIP금융을 의미한다. 미국 회생기업을 중심으로 분석된 DIP금융의 효과에 대한 실증연구에 의하면 DIP금융은 일반적으로 기업회생의 성공 확률과 채권회수율을 높이며 기업회생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Elayan & Meyer, 2001; Chatterjee et al., 2004; Dahiya et al., 2003 등).2)

DIP금융은 신규자금 공급을 통하여 기업회생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 기업구조조정 투자자에게 추가적인 기업구조조정 수단을 제공한다. 전통적인 기업구조조정 방식으로는 부채형(debt) 투자방식과 지분형(equity) 투자방식을 들 수 있는데 부채형 투자방식은 부실채권 매집을 통한 기업회생 절차의 주도 그리고 채권의 출자전환을 통한 경영권 확보 방식인 반면, 지분형 투자방식은 구조조정 기업의 신주인수 또는 영업양수도를 통한 경영권 확보 방식이다. DIP금융은 기업구조조정 전문투자자로 하여금 전통적인 기업구조조정 투자방식과 연계하여 구조조정 건별로 적합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업구조조정 방식을 다양화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의 DIP금융과 국내 현황

국내 채무자회생법의 모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연방도산법은 DIP금융에 관하여 제364조 최우선변제권(super-priority)이라고 불리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DIP금융은 1978년 연방도산법이 개정된 이후 1990년대 중반 이후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블룸버그(Bloomberg) 자료에 의하면 2000년 43억달러였던 미국 DIP금융 규모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560억달러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최근 2018년 71억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자산 1억달러 이상의 미국 기업회생 사례 중 DIP금융이 공급된 건수는 전체 사례의 67%였으며3) 동 기간 DIP금융의 연평균 규모는 107억달러였다. 

한편 DIP금융의 공급자 유형 중 헤지펀드, PEF, 뮤추얼펀드, 자산운용사 등 자본시장 플레이어에 의한 DIP금융 공급 비중은 2000년대 중반 들어 증가하기 시작하여, 투자 건수 기준으로 2000년 2.9%에 불과하던 자본시장 플레이어 비중은 2018년에는 21.1%를 차지하며 미국 기업회생에서 안정적인 DIP금융의 공급자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 행동주의 헤지펀드(activist hedge fund)들이 회생기업 인수를 염두에 둔 DIP금융 공급을 통하여 채권자로서 회생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일익을 담당하며 기업회생에서 자본시장의 역할을 확대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2006년 채무자회생법 제정 이후 DIP금융 공급 사례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규모가 크지 않다. 관련 통계가 공개되지 않아 그 규모를 정확히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법원이나 언론에 공개된 자료를 검토해보면 수적으로나 금액 기준으로 제한된 공급만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8년 980건의 기업회생 신청이 이루어지는 등 최근 수년간 국내 기업회생 신청 건수가 평균 900건을 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현재의 국내 DIP금융은 회생기업의 절대적인 운용자금 조달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효율적 기업구조조정 수단으로서 기업회생의 역할 극대화를 위해 DIP금융의 확대가 필요한 이유이다. 


DIP금융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향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의 주요 수단으로서의 기업회생 활성화와 이를 위한 DIP금융의 확대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측면의 개선방향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DIP금융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회생 절차에서 공급된 신규자금의 회수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에서도 DIP금융에 최우선변제권이 있는 공익채권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으나 회생절차가 실패하여 파산절차로 진행될 경우 이러한 우선변제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자금회수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관련 채무자회생법 개정안의 처리가 필요하다.

둘째, DIP금융 공급자의 회생절차 참여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 DIP금융 공급자는 기업회생과 관련된 주요 결정, 즉 사업 양도, 회생계획안 및 회생절차 폐지·종결에 대하여 의견 제시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채무자회생법에서 보장된 참여 수준은 그 효과 측면에서 DIP금융 공급자의 적극적 채권보호 및 회생절차 주도를 통한 기업회생 활성화에 다소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회생기업 채권자로서 DIP금융 공급자의 권리 강화는 회생기업의 경영자가 경영권을 유지하는 방편으로서 DIP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을 완화하여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법적 안정성 제고뿐만 아니라 실제 제도운용 상으로도 DIP금융 공급의 유인을 확대해야 한다. 미국에서 DIP금융이 활성화되어 있는 이유는 DIP금융 공급자에게 부여된 강력한 우선변제권과 채무약정(covenant)에 대한 재량권뿐만 아니라 DIP금융으로부터 높은 수수료와 금리 수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현실상 이와 같은 수준의 재량권은 어렵더라도 DIP금융 공급자에게 최소한 일정 한도 내에서 금리와 채무약정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정책발표에 포함된 DIP금융 전용펀드와 관련하여 현재 국내 DIP금융의 법적 보호수준과 재량권을 고려하여 운용사 보수체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향후 형성되는 DIP금융 금리 수준에 맞추어 DIP금융 전용펀드의 기준수익률을 일반 PEF보다 낮추고 성과보수 비율을 높이는 인센티브 체계 도입을 고려할 수 있으며, 만약 필요하다면 DIP금융에 대하여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최소한의 보증을 제공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American Bankruptcy Institute, 2016, Debtor-In-Possession Financing.
2) 본문에서 인용된 논문은 저자의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19-06 「기업회생을 위한 DIP금융의 역할 확대 방안」의 참고문헌을 참조하기 바란다.
3) 미국 연방도산법 상 Chapter 11 신청기업 중 DIP금융이 공급된 사례의 비중은 UCLA-LoPucki Bankruptcy Research Database를 활용하였다. 한편 본고에서 사용된 기타 통계는 블룸버그(Bloomberg)를 참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