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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정기주총과 주주권 행사에 관한 소고
2019 04/23
2019년 정기주총과 주주권 행사에 관한 소고 2019-09호 PDF
요약
2019년 주주총회는 섀도우보팅제도 폐지 후 두 번째,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첫 번째 맞은 총회였다. 한 마디로 의결정족수 부족 회사가 크게 늘어나는 등 섀도우보팅제도 폐지의 여파가 심화되는 가운데 주주권 행사가 활성화되며 몇 몇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기업지배구조와 자본시장의 체질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주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의결정족수 부족문제는 다양한 주주의 참여를 통해 주주총회를 활성화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는 바, 전자투표와 주주총회 개별통지의 의무화를 통해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주주권 행사과정에서 논란이 된 배당 이슈의 경우 스튜어드십코드가 장기투자에 관한 연성규범임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자본정책 관점에서 지침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주주권 행사 과정에서 이해상충을 최소화하고 오로지 연금자산의 장기성장에 부합할 수 있도록 수탁자책임위원회와 투자위원회의 관계를 지배구조 관점에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우리나라 주주총회는 오랫동안 형식적으로 운영되었다. 주주의 참여는 미미했고 지배주주 중심의 형식적 주총 운영을 견제할 기관투자자는 부재했다. 다른 나라보다 주식회사 조직형태가 유독 많은 우리나라에서 경영전략과 성장정책, 지배구조를 결정하는 주총 운영이 형식화함에 따라 좋은 펀더멘털을 가진 알짜기업은 물론 자본시장 전체가 오랫동안 저평가를 받아야 했다. 2019년 정기주주총회 역시 주주의 무관심 속에 더 많은 중소상장회사들이 정족수 부족으로 주총을 파행적으로 운영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참여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자본시장 체질 변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지만, 주주권 관심이 대기업 중심으로 한정된 점과 시행과정에서 몇 몇 논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겼다. 이에 본고에서는 금번 정기주주총회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이슈 중에서 주주총회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세 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성과와 과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1. 어떤 기업에서 의결정족수 부족이 나타나는가?

의결정족수 부족에 따른 주총 의안 부결이 크게 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2월 결산 상장법인 1,997개 중에서 200여개 이상의 회사에서 적어도 한 건 이상의 의안이 부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주들이 경영진을 견제한 결과라면 의안 부결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이 중 188개 회사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거의 대부분의 부결이 정족수 부족에 따른 부결이라는 의미이며 2018년 주주총회 부결회사(76개)보다도 2.5배나 늘어난 규모이다. 우리나라 주총에는 주주의 ‘건강한 감시’가 작동한다기보다 주주의 ‘무관심’이 지배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어떤 의안에서 부결이 급증한 것인가? 188개 부결 회사에서 부결된 안건은 238건이었다. 이중 감사(위원) 선임 건이 전체의 62.6%(149건), 정관변경 건이 21.8%(52건), 임원보수 건이 10.1%(24건)였으며, 188개 부결 회사 중에서 중소기업이 128개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짐작대로 특별결의(발행주식 1/3와 출석주주 2/3)가 필요한 감사선임과 정관변경이 전체 부결안건의 84%를 차지했으며, 보통결의(발행주식 1/4와 출석주주 1/2) 사항으로는 임원보수 건이었다. 보통결의 부결은 주주 참여율이 발행주식의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을 가능성을 암시하며1), 중소기업 집중 현상은 섀도우보팅제도의 폐지가 기관투자자의 비중은 낮지만 개인투자자가 많은 분산된 소유구조를 가진 기업에게 집중적으로 부담을 주고 있음을 의미한다. 분산된 소유구조가 주주의 관심을 끌어 내지 못하면서 정족수 부족을 겪고 있는 것이다. 분산된 소유구조라는 바람직한 소유지배구조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개인주주들의 관심을 끌어 낼 수 있는 섀도우보팅제도 폐지 이후의 후속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의결정족수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정책 대안들은 이미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의결정족수 자체를 낮추자는 주장부터 감사(위원) 선임시 의결권 제한(3%룰) 폐지, 차등의결권 도입, 전자투표 의무화 등 다양하다. 어떤 대안을 우선할 것인가는 정족수 부족 문제를 보는 관점과 철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본 보고서는 정족수 부족의 문제를 단순히 필요 정족수를 산술적으로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지배구조 개선과 다양한 주주들의 참여율 확대라는 경제민주주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섀도우보팅제도를 폐지할 때의 정책 취지와도 일관된다고 본다. 더구나 앞서 살펴본 대로 정족수 부족이 개인주주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정족수 부족 해법이 개인주주 참여 확대에 맞추어져야 함을 시사한다. 이런 점에서 전자투표의 의무화가 가장 직접적이고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의결정족수 요건은 특별히 높지 않다. 미국 델라웨어주는 보통결의가 출석의결권의 과반수, 특별결의는 전체의결권 주식의 과반수이지만 주주의 참여율이 높아 문제되지 않고 있다. 일본도 보통결의가 전체 의결권의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이며 특별결의는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결권 2/3 찬성이다. 감사선임시 3%룰 폐지의 경우 정족수 부족 문제를 푸는 보편적 대안으로는 부족하다. 앞서 살펴본 대로 정족수 부족에 따른 부결안건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정관변경 건은 3%룰 폐지로는 해소할 수없다. 차등의결권 역시 글로벌 기관투자자 의결권 가이드라인이 1주1의결권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일반 상장기업에서 도입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물론 전자투표를 의무화한다고 정족수문제가 즉각 해결되지는 않을 수 있다. 2019년 부결 회사 중에는 전자투표를 이미 도입한 기업들도 있었지만 전자투표 참여율이 높지 않았다. 전자투표 도입율도 2019년 1,997개 상장회사 중에서 564개 회사로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전자투표를 이용해야 할 주주들의 이용률은 2019년 5%에 불과하여 전자투표 이용률이 90-95%에 이르는 미국이나 영국과 비교하면 턱 없이 낮다.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에 대한 관심은 한국이나 선진국이나 높지 않음에도 이 정도의 수준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전자투표제도에서 가장 큰 차이는 주주총회의 통지단계에서 발생한다. 미국은 주주총회의 전자적 사전통지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대부분 전자적 통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더 중요한 것은 모든 주주, 설혹 1주를 가진 소액주주에게도 발행회사나 금융회사(명의주주)가 소액주주들에게 직접 주총 일정과 안건을 통지하도록 되어 있다. 전자투표를 의무화한 영국도 투표단계뿐만 아니라 통지단계에서 모든 주주에게 전자통지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투표단계에서 회사가 전자투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더 심각한 문제는 모든 주주에게 주주총회의 통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면제조항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1% 미만의 소액주주에게는 직접 주주총회를 개별 통지하지 않고 일간신문이나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사이트에 공시하는 것으로 주총 통지를 갈음하도록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짐작컨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된 중소기업의 개인주주들은 해당 기업이 주총이 언제이고 어떤 의안이 상정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주주총회는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본 보고서는 정족수 부족 완화를 위한 최우선 정책은 전자투표제도와 함께 주주총회의 소집통지를 모든 주주에게 전자적으로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통지단계와 투표단계의 전자투표 의무화라고 판단한다. 


2. 스튜어드십코드의 배당정책에 대한 지침은 무엇인가?

금 번 현대자동차 주총에서는 엘리엇의 과다배당 주주제안이 큰 이슈가 되었다. 현대자동차가 이익배당을 주당 3,000원으로 제안하자, 헤지펀드 엘리엇이 주당 2만 1,967원의 배당을 주주제안을 하면서 배당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한편에서는 주주행동주의로 기업들이 과다 배당 요구에 시달리며 투자기반과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비판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주총 관련 배당 논란2)은 전세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스튜어드십코드가 기업의 배당에 대해서는 어떤 원칙이나 지침을 제시하는지 되묻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주지하듯이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은 재무제표결산과 배당에 관한 보통결의 건이기 때문에 경영자가 제안하는 배당액에 대해 주주들은 매년 찬반으로 의결을 하게 된다. 때문에 스튜어드십코드와 무관하게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적정성을 판단하여 찬반을 의결하거나, 의결권자문기관의 자문을 받아 의결을 하게 된다. 의결권자문기관들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적정배당모형을 이용하여 과소배당과 과다배당을 판단한 후 의결권 행사 방향을 자문하게 된다. 참고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2019년 주주총회에서 자체 의결권가이드라인에 따라 300개 상장회사의 이익배당을 분석한 후 경영진이 제안한 이익배당 안건 307건 중에서 6.8%에 해당하는 21건에 대하여 과소배당을 이유로 반대 권고를 했다고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배당에 관한 통상적인 의결권 행사와 별도로3), 투자기업의 배당(정책) 적정성과 관련한 서신, 대화 등의 비공식 주주관여나 공식 주주제안4)은 소극적 주주권 행사(의결권 행사)와 대비할 때 적극적 주주권 행사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스튜어드십코드는 배당에 대해 어떻게 언급하고 있을까. 스튜어드십코드에서 배당이란 용어는 찾아 볼 수 없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영국, 일본의 스튜어드십코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스튜어드십코드는 배당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의미는 아니며 다음 두 경향으로부터 스튜어드십코드는 배당에 대해 신중한 입장임을 유추할 수 있다. 하나의 경향은 단기주의 관점의 과도한 배당을 경계하는 워커보고서의 문제의식이다. 주지하듯이 워커보고서는 금융위기의 원인과 대응을 제시한 기념비적 보고서로서 영국의 스튜어드십코드 탄생의 직접 계기가 된 보고서이다.5) 여기서 배당은 분기자본주의, 즉, 금융위기를 이끈 기관투자자의 단기주의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장기투자를 저해하는 단기주의 요소로 경영자보너스, 자사주, 배당 등이 지목된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이같은 단기주의를 극복하고 기업과의 건설적 대화를 통해 장기가치와 장기수익률을 추구하는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새로운 투자철학이다. 

물론 배당이나 자사주매입이 투자자의 단기주의전략이고 해당 기업의 장기적인 투자기반과 장기성과를 훼손하는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상당한 논쟁이 있다. 금융위기 직후 분기자본주의가 기업의 실물투자와 혁신을 제약한다는 흐름(Lipton, Lazonick, Stulz, 브루킹스연구소 등)과 단기주의, 특히, 비판의 대상인 헤지펀드행동주의가 시장 생태계에 긍정적이며 실물투자와 혁신을 제약한다는 논의는 과장되었다고 주장하는 흐름(Bebchuk, Gilson, Roe, Fried 등)이 실증연구를 통해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6) 이 실증 논쟁에서 단기주의 투자를 상징하는 지표가 바로 자사주를 포함한 배당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각국의 스튜어드십코드는 배당 자체보다 자본정책에 대해서 모니터링과 주주관여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자본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자본정책이 주주환원이라는 좁은 의미의 배당정책보다 기업의 장기가치 제고를 위한 수단적 차원에서 스튜어드십코드 정신에 부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일본 GPIF, 미국 CalPERS 등은 자본정책을 주요한 주주관여의 의제로 삼고 있다. 일본의 스튜어드십코드는 기업의 장기가치와 ‘자본효율성’을 도입 목적으로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고 영국 스튜어드십코드도 기관투자자의 모니터링과 주주관여가 필요한 의제로 자본구조를 명시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스튜어드십코드는 모니터링과 주주관여의 의제로 지배구조와 경영전략은 열거하고 있으나 자본정책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여기서 자본정책이란 CalPERS 정의를 따른다면 회사의 투자계획 등 내부성장(organic growth)정책과 M&A전략 등 성장정책과 그에 따른 잉여현금흐름의 적정성, 부채조달계획, 자사주 및 배당 등을 의미하며 회사 전체의 자본효율성 관점에서 자본정책의 적정성을 모니터링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기업의 과다한 현금보유 여부 논란은 자본효율성 관점에서 기관투자자의 중요한 주주관여 의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 CalPERS는 투자기업이 어떤 자본정책을 갖고 있는지 공개를 요구하며 저성과 중점관리기업들의 경우 주요한 모니터링지표로 이용된다. 일본 GPIF 지침에도 자본정책은 기본적으로 주주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자본구조와 관련된 기본정책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 스튜어드십코드 역시 장기투자와 장기가치 제고라는 도입 취지를 반영하여 배당과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고 자본효율성 관점에서 현금흐름, 배당, 부채구조 등을 모니터링하고 주주관여를 할 수 있는 지침이 될 수 있도록 자본정책의 중요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3. 수탁자책임위원회 역할이 지배구조 관점에서 바람직한가?

금 번 주총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었던 조직이 국민연금기금의 수탁자책임위원회이다. 수탁자책임위원회는 국민연금이 기존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권한과 기능, 구성 등을 주주권 행사와 ESG정책까지 커버할 수 있는 위원회로 확대하여 만든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소위원회이다. 권한 측면에서 주요 변화는 개별 사안에 대한 의결권 행사 결정권이 기존의 기금운용본부 내 투자위원회(집행위원회) 중심에서 수탁자책임위원회로 보다 광범위하게 이전한 것이다. 기존의 투자위원회가 판단하기 곤란한 사안 뿐만아니라 수탁자책임위원 3인 이상 요청 사안, 공개서한 발송 등에 대해 수탁자책임위원회가 직접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같이 의사결정체계를 바꾼 직접 계기는 기금운용본부 내 투자위원회의 독립성 때문이었다.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의 독립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행조직 내 투자위원회가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투자적 관점에서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는 전문성은 충분하지만 독립성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금 번 주총에서 수탁자책임위원회는 기존 의사결정체계보다 어쩌면 더 많은 문제점을 노출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수탁자책임위원회는 정책과 집행의 분리라는 지배구조 설계의 기본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수탁자책임위원회는 기금운용위원회(회사로 보면 이사회)의 소위원회로서 집행조직의 집행지침인 수탁자책임정책을 만들고, 집행조직의 결정이 정책에 부합하는지 감독하는 것이 기본 책무이다. 이처럼 주주권 행사 정책(가이드라인)을 결정하는 위원회가 개별 주주권 행사 건까지결정할 경우 수탁자책임정책(지침)이 개별 안건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이해상충 문제를 피해가기 어렵다. 이는 기금운용위원회가 기금운용본부가 해야 할 개별 투자 건에 대해 개입하지 않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이다. 둘째, 개별 주주권 행사 건이 수탁자책임위원회에서 결정되는 구조가 심화될수록 개별 주주권 의안의 결정은 연금자산의 장기 성장이라는 수탁자책임논리보다 정치논리로 결정될 개연성이 높다. 왜냐하면 수탁자책임위원회가 철저히 대표성을 기본으로 전문성을 반영하여 구성되기 때문이다. 기업, 근로자, 정부 관련 대표성 위원들은 전문성을 대표진영의 이해관계에 충실하게 활용한다는 사실은 금 번 주총 경험에서도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해외 사례로 CalPERS를 보자. CalPERS는 주주권 정책과 주주권 행사가 엄격히 분리되어 있다. 주주권과 ESG 가이드라인 등 정책은 투자위원회의 권한이며 의결권을 포함한 주주권 행사는 집행조직의 권한이다. 2014년 의결권 가이드라인에서는 집행조직이 가이드라인에 부합되게 주주권과 의결권에 대하여 찬성, 반대, 기권을 행사하며, 그 결과는 주기적으로 이사회 산하 투자위원회에 보고하게 된다. 단, 집행조직이 이사회 산하 투자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경우는 특정 주주권 이슈가 투자위원회가 정한 가이드라인으로 명확히 커버가 되지 않을 때뿐이다. 그리고 집행조직이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은 관련 실무위원회를 활용한다. 가령, 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위임장 경쟁이 있는 경우 CalPERS는 반대주주 추천 이사 후보, 반대주주, 회사 경영진과 각각 미팅을 한 후, 주식운용팀, 책임투자팀, 사모펀드팀, 채권팀, 법무팀, 홍보팀으로 구성된 실무회의에서 CalPERS의 투자철학과 가이드라인 부합 여부를 판단 한 후, 최종적으로 CIO, COIC, 주식담당, 지속가능담당 임원으로 구성된 회의에서 의결권 찬반을 최종 결정하고 있다. CalPERS 사례에서 분명한 것은 어떤 주주권 행사 방향이 투자적 관점에서 연금자산의 장기성장과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가를 결정하는 주체는 경험과 일상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며 전문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집행조직 담당자들이라는 점이다. 주주권 행사가 이들의 전문성과 이들의 투자성과에 기초한 보상체계로 이어져야 철저히 연금가입자 관점에서 경제논리에 따라 스튜어드십코드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연금자산 성장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의사결정체계 아래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금의 수탁자책임위원회는 권한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지배구조 기본 원칙에 따라 정책과 집행이 분리되도록 개별 안건에 대한 수탁자책임위원회의 개입은 지금보다 줄어들 필요가 있다. 대표성 중심의 위원회가 개별 안건을 연금자산의 성장 관점에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앞으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위원회 구조가 지금보다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되더라도 기금위 산하 수탁자책임위원회가 개별 안건을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방향이 투자적 관점에서 연금 성장에 부합하는가는 전문성과 책임성, 성과보상이 잘 갖추어진 집행조직에서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다. 특히, 잘 설계된 성과보상시스템은 집행조직의 자율성, 독립성을 높이는 가장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대신 수탁자책임위원회는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보다 명시적이고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집행조직의 결정이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1) 물론 특별결의에서 발행주식의 1/3 이상 주주가 참여하더라도 출석주주의 2/3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거나, 보통결의에서 발행주식의 1/4 이상 참여하더라도 출석주주의 1/2 찬성을 얻지 못하면 의결정족수 불충족에 해당되기 때문에 의결정족수 부족 데이터를 해석하는데 주의를 요할 필요는 있으나, 기업들이 동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확인할 방법은 없다. 의결권 공시가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
2) 현대자동차 배당 안건(보통주당 3,000원)은 발행주식의 82%가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여 86%의 찬성률로 주총에서 통과되었다.
3) 영국은 스튜어드십코드는 의결권 행사 이상의 활동(모니터링, 관여)임을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
4) 자본시장법은 5% 이상 보유주주(국민연금 제외)가 배당규모나 배당정책에 대해 주주제안을 할 경우 경영참여로 판단한다.
5) The Walker review secretariat, 2009, A review of corporate governance in UK banks and other financial industry entities ; Final recommendations.
6) 자세한 논의는 Fried, J., Wang, C., 2017, 1. 12, Short-Termism and Shareholder Payouts: Getting Corporate Capital Flows Right, Harvard Law School forum on Corporate Governance and Financial Regulation.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