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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사태와 헤지펀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소고
2020 04/28
라임사태와 헤지펀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소고 2020-10호 PDF
요약
라임사태 관련 감독당국의 조사결과 라임사태는 투자자산의 비유동성, 개방형 펀드구조 및 레버리지 투자가 결합된 펀드 유동성 위기이며 내부통제장치의 부재로 반복적 위법행위가 발생한 사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하여 4월 27일 발표된 정책당국의 사모펀드 제도개선 방안 최종안은 시장참여자가 주도하는 시장규율을 통한 위험관리 강화와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유동성관리 등 펀드운용 체계개선 그리고 감독ㆍ검사 강화를 핵심 정책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투자자의 기관화 그리고 금융위기 시 대규모 손실과 환매지연을 계기로 헤지펀드 투자자의 펀드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높아졌으며 독립적 서비스 제공자를 통한 시장규율 역할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전문적인 시장참여자의 자율을 전제로 규제를 최소화하는 것이 헤지펀드 본래의 정신인 만큼 시장참여자 모두가 평판자본의 축적을 통하여 각자 독립성을 발휘하고 투명성을 제고할 때 헤지펀드의 긍정적 기능이 극대화될 것이다.
최근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사모펀드 제도개선 방안

지난 2월 14일 금융감독원은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지 사태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조사 결과, 라임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유동성이 낮은 메자닌 증권, 사모사채 등 비시장성 자산에 투자함에도 개방형 또는 단기 폐쇄형 구조를 채택한 펀드 만기불일치 문제와 총수익스왑(Total Return Swap: TRS)의 레버리지가 결합되면서 발생한 펀드 유동성 위기인 것으로 발표되었다. 또한, 라임자산운용의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엄격한 내부통제 및 심사절차가 없는 등 적절한 내부통제장치가 구축되어 있지 않아 핵심운용역 1인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의한 위법행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였음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하여 4월 27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의 최종안을 확정ㆍ발표하였는데, 동 최종안은 시장참여자가 주도하는 시장규율을 통한 위험관리 강화와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유동성관리 등 펀드운용 체계개선 그리고 감독ㆍ검사 강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헤지펀드 지배구조에 대한 해외 논의

이번 라임사태와 같은 대형 헤지펀드의 실패 사례는 국내에서는 처음 발생한 일이지만 대형 헤지펀드의 실패 사례는 헤지펀드가 활성화된 미국의 경우에도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잘 알려진 예로는 2008년 Madoff의 폰지(Ponzi) 사기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헤지펀드 실패의 원인은 다양하나 기본적으로는 내부통제 및 외부통제가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에서 발생하는 핵심운용역의 도덕적 해이가 직접적인 원인인 경우가 많다. 본질적으로 투자자(LP)와 운용사(GP)와의 파트너쉽을 통해 투자자가 운용사에게 투자행위를 위임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사모펀드는 대리인 문제, 그리고 운용사와 투자자 간 및 투자자 간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가지고 있다. 잠재적인 이해상충 요소로는 기준가(Net Asset Value: NAV) 산정과 관련된 이해상충, 운용보수 관련 과도한 위험을 추구할 이해상충, 동일 운용사가 동일 전략을 구사하는 복수의 펀드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 간 이해상충 등 다양하다.

해외에서는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규모의 헤지펀드 투자손실과 환매지연, 그리고 전술한 Madoff 사기 사건을 겪으면서 투자자들이 헤지펀드 운용의 투명성과 독립성 강화를 요구하기 시작하며 헤지펀드 지배구조라는 개념이 확산되었다. 헤지펀드 지배구조는 투자자, 운용사, 규제당국, 서비스 제공기관 등 상호 연계된 헤지펀드 시장참여자 각자의 책임으로 이루어지는 헤지펀드 생태계의 자율통제 시스템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1) 이러한 관점에서 헤지펀드 지배구조 개선은 헤지펀드의 독립성(independence)과 투명성(transparency) 제고를 통한 시장규율(oversight) 기능 강화로 집약된다.

해외에서 투자자의 헤지펀드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증가한 것은 헤지펀드 투자자의 기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통적으로 헤지펀드는 고액자산가 중심으로 투자가 이루어졌으나 1990년대 말 이후 헤지펀드가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에게 대체투자의 주요 대상으로서 부상하기 시작하면서 급속한 기관화가 진행되었다. 2017년말 기준 미국 헤지펀드 투자자 구성은 재단 21.0%, 재간접펀드 19.8%, 공·사적연금 18.7%, 기금 13.0%, 자산운용사 2.7% 등 기관투자자가 총 75.2%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기타 고액자산가 관련 패밀리오피스와 자산관리회사는 20.6%를 차지하고 있다.2)     

  
펀드 지배구조 관점의 헤지펀드와 PE 비교

투자위험(investment risk)은 모든 사모펀드에 공통적으로 내재하는 위험이므로 헤지펀드의 투자 실패사례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모펀드 유형과 다르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운영위험(operational risk)의 경우 국내외에서 헤지펀드의 실패사례가 나타나는 것과 비교하면 프라이빗에퀴티(PE)의 운용위험은 국내외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된 사례가 드문 듯하다. 이는 사모펀드 유형별 경제적 기능의 우열이 아니라 사모펀드 투자대상의 차이, 좀 더 구체적으로는 투자대상의 유동성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대상 자산의 유동성은 해당 자산이 거래되는 시장의 깊이에 따라 결정된다. 대표적인 PE 투자방식 중 하나인 바이아웃의 투자대상은 기업의 경영권 지분으로서 이러한 지분이 거래되는 시장은 유동성이 매우 낮은 시장이다. PE의 경우 이러한 자산의 유동성 부재에 상응하는 만기를 가진 폐쇄형 펀드구조와 자산평가 방식이 아닌 실현 손익에 기초한 보수결정 방식, 그리고 만기 도래 전 투자 회수에 대한 압박을 통하여 운용사의 대리인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기제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PE의 경우 초기부터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향후 펀드결성을 통한 GP 통제 기제가 좀 더 잘 작동하는 측면도 있다.
 
반면 헤지펀드는 구사하는 투자전략에 따라 투자자산의 유동성은 다양한 수준이나, 평균적으로 투자자산의 유동성이 낮은 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자료에 의하면, 운용자산 규모가 1억 5천만달러 이상인 미국 헤지펀드의 경우 투자자산 유동성이 투자자(즉, 환매 가능성) 및 채권자 부채(즉, 레버리지)의 유동성보다 낮은 경우가 운용자산의 14%인 것으로 나타났다.3)4) 헤지펀드 고수익의 상당 부분이 투자자산의 낮은 유동성에 수반되는 유동성 프리미엄이므로 투자자의 환매 성향과 관계없이 운용전략 상 투자자산의 유동성 여부에 따라 펀드구조를 폐쇄형으로 설계하거나 개방형으로 설계하되 유동성 위험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펀드의 존속기간이 불확정적인 중도 판매와 환매가 가능한 헤지펀드의 경우 운용사 보수결정이 실현손익이 아닌 보유자산 평가에 기초할 수밖에 없는데 투자자산의 유동성이 낮은 경우 다양한 가치평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투자자의 주기적 환매 가능성은 운용사에 대한 강력한 통제장치로서 성과보수와 더불어 헤지펀드 운용사가 최선의 투자성과를 창출하도록 하는 중요한 기제라고 할 수 있다.
 

 

시장규율을 통한 헤지펀드 지배구조 개선

미국에서의 헤지펀드 지배구조 개선은 헤지펀드 운용의 독립성과 투명성 강화를 통한 시장규율 및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헤지펀드의 독립성 강화와 관련하여 나타난 현상 중 하나는 제3자 헤지펀드 서비스 제공자를 통한 견제와 균형의 확대였다. 특히, 프라임브로커와 전문 사무관리회사(administrator)의 역할이 확대되었다. 프라임브로커는 헤지펀드의 거래현황과 거래상대방에 대한 정보 집중, 그리고 헤지펀드 레버리지 제공에 따른 담보관리 과정을 통해 과도한 위험추구를 하는 헤지펀드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또한 전통적으로 헤지펀드에서는 사무관리 기능을 활용하지 않았지만, 헤지펀드 내부에서 이루어지던 기준가 산정, 회계, 준법관리, 판매 및 환매 업무처리, 투자자 의사소통 등의 업무를 독립적인 제3자 기관에 아웃소싱하면서 전문 사무관리회사 역할이 확대되었다. 헤지펀드의 투명성 강화는 헤지펀드 정보공개(disclosure)의 확대 요구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관점에서도 전문 사무관리회사는 월별 기준가 산정, 주기적 투자자 보고서 발행 등을 통해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 향상에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독립적인 제3자 서비스 제공자들이 평판자본을 바탕으로 헤지펀드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시장규율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시장규율을 주도하는 주체는 결국 투자자일 수밖에 없다. 헤지펀드의 내부통제 강화도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투자위험과 운영위험에 대한 투자자의 꼼꼼한 투자 실사(due diligence)와 지속적 모니터링이 이루어질 때 가능할 것이다. 해외에서 운용 투명성의 확대와 독립적 감시를 통한 헤지펀드 지배구조의 개선을 요구한 투자자는 바로 자신들도 수탁자 의무(fiduciary duty)를 부담하는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였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국내 라임사태의 시사점

정책당국의 평가대로 일부 헤지펀드의 투자실패로 인해 헤지펀드 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 강화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헤지펀드 본연의 순기능을 훼손시키고 규제비용에 따른 수익률 저하로 귀결되므로 규제 일변도의 제도 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정부 규제를 대체하여 시장참여자가 견제와 균형을 통해 스스로 위험을 관리하고 장기적으로 평판시장을 형성하여 시장참여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헤지펀드 시장을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헤지펀드가 활성화되어 있고 기관투자자들이 주도하는 미국에서도 헤지펀드의 실패사례가 반복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국내에서 헤지펀드의 투자실패나 부당행위가 사라질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도 헤지펀드가 급속한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성장통이 헤지펀드 시장의 위축을 가져와서는 안 될 것이다. 시장효율성 제고와 모험자본 공급 기능이 원활히 발휘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시장참여자의 자율을 전제로 규제를 최소화하는 것이 헤지펀드 본래의 정신이다. 따라서 프라임브로커, 수탁기관, 회계법인, 판매사 등이 평판자본의 축적을 통해 각자 독립성을 발휘하며 투명성을 제고하여 헤지펀드 시장 전체가 투자위험 관리와 운영위험 관리의 중심이 될 때 헤지펀드의 긍정적 기능이 극대화될 것이다.
 
1) Scharfman, J., 2015, Hedge Fund Governance, Elsevier.
2) Preqin, 2018. 7, Preqin Special Report: Hedge Funds in the US.
3) Aragon, G.O., Ergun, T., Getmansky, M., Girardi, G., 2017, Hedge Funds: Portfolio, Investor, and Financing Liquidity, U.S. SEC White Paper.
4) 동 보고서는 2012년 중반부터 미국 SEC에 등록된 운용규모 1억 5천만달러 이상의 모든 사모펀드(private fund: PF)가 분기별로 의무적으로 SEC에 제출하는 비공개자료인 Form PF의 2013~2015년간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다. 헤지펀드 투자자산의 34%는 1일 내 시장충격 없이 매각 가능하며, 전체 포트폴리오의 경우 시장충격 없는 매각을 위해 필요한 평균 일수는 71일인 것으로 분석되었다.